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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고급 휴양도시’ 캘리포니아 사막의 팜스프링스

세계서 가장 유명한 골프 여행지
국립공원은 지구 어디에도 없는 풍경
기사입력 2016.03.06 21:15






사막에 가보기 전까지 나는 사막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끝없는 모래언덕, 신기루와 오아시스, 방울뱀과 전갈, 낙타와 모래폭풍….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풍경을 떠올리고 있자니 가게 된다면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사막의 종류는 다양했고(지구상 육지의 25% 이상이 사막이다), 모든 사막이 무지의 상상이 만들어낸 것처럼 절망적인 곳은 아니었다. 특히 미국 캘리포니아의 사막은 가본 적 없는 천국의 모습에 가까웠다.


오랫동안 추진돼 온 도시계획 덕분에 팜스프링스의 어느 곳에서든 잘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팜스프링스(Palm Springs)는 캘리포니아 남부 사막에 세워진 리조트 도시다. 이곳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 건 1930년부터다. 20세기 초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시작되면서 스타들이 생겨났고, 촬영장이 있는 LA로부터 차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이곳에 별장을 짓기 시작했다. 1년에 15~20일 정도만 비가 오는 건조하고 쾌적한 사막기후로, 일조량이 풍부하고 공기가 맑고 한적한 팜스프링스는 스타들의 휴양도시로 안성맞춤이었다. 이후 백인 중상류층이 이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고급주택, 별장, 리조트와 호텔이 생겨나 지역 전체가 고급 휴양도시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라스베이거스가 사막에 세워진 시끌벅적하고 번화한 계획도시라면, 팜스프링스는 정반대 느낌의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의 계획도시라고 할 수 있다. 시가 만들어지면서부터 건물 높이를 제한하고 간판의 형식까지 엄격하게 규제한 덕에 도시의 어느 곳도 흉하지 않다. 많은 유명 건축가들과 스타들은 주어진 기준 속에서 자신의 개성을 뽐내 도시의 격을 만들어왔고, 그런 움직임은 현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사막의 경관이 어우러진 골프의 도시

데저트 어드벤처(Desert Adventure)는 4륜구동 지프차를 타고 사막 곳곳을 둘러보는 투어다.
도시를 여행하는 여행자에게 사전준비는 필수요소다. 빽빽이 들어선 빌딩과 복잡한 도로 속에서 사전정보 없이는 원하는 곳에 찾아가기 힘들다. 무턱대고 걷다가 우범지역에 들어설까봐 무섭고, 휴대폰 내비게이션만 보고 길을 헤매고 있자니 여행이 고행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팜스프링스에서는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다. 팜스프링스의 다운타운인 엘파세오(El Paseo) 지역에는 2㎞에 걸친 대로변을 중심으로 많은 볼거리들이 밀집해 있다. 건물들은 모두 낮은 높이(대부분 2층 미만)이며, 고개를 들면 종려나무와 푸른 하늘만 보여 산책하기에 좋다. 이 거리에는 남부 캘리포니아 최대 규모의 미술 갤러리들과 다양한 박물관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각자의 취향대로 둘러봐도 좋다. 인디언 토산품 상점에서부터 거물급 디자이너들의 부티크 상점들까지 쇼핑거리도 다양하고, 간단한 먹거리를 파는 곳부터 화려한 맛집까지 여행자들이 원하는 모든 것들이 보기 좋게 정렬돼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팜스프링스 마을 축제가 열린다. 중앙 도로를 폐쇄해 보행자 전용 거리로 만들고 예술가들을 비롯한 지역주민들이 각자의 볼거리, 즐길 거리를 들고 거리로 나온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많은 사람들의 밝은 표정은 사막의 쾌적한 밤 기후와 잘 어울린다.


팜스프링스는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지명일 것이다. 전 세계에서 골프장이 가장 많은 곳, 팜스프링스의 코첼라 벨리에는 100여개 이상의 골프코스들이 위치해 있다. 아놀드 파머(Arnold Palmer) 등을 비롯한 많은 프로골퍼들이 팜스프링스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챔피언십 골프코스를 설계했고, 매년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가 열리고 있다. 골프의 도시답게 가격은 저렴하다. 골프코스는 풍부한 대수층(지하수로 포화된 투수성이 좋은 지층)에서 솟아나오는 물로 잘 관리됐다. 골프를 치면서 다음 티샷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주변 산과 사막의 경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팜스프링스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골프 여행지로 손꼽히는지 알 수 있다.


팜스프링스에는 샌 안드레아스 지진 단층이 만들어 낸 거대한 산이 남북으로 솟아있다. 지역 곳곳에는 이러한 거대 단층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사막 투어를 통해 4륜구동 지프 자동차를 타고 사막을 가로지르며 여러 야생동물과 식물을 관찰할 수 있고, 사막 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는 리빙 데저트(The Living Desert) 동식물원에서는 직접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다. 단, 낮에 방문하면 야생 동물들은 거의 그늘에 숨어 쉬고 있거나 햇볕이 뜨거워 금세 지칠 수 있으니 이른 아침시간에 가는 것이 좋다. 사막의 낮은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힘드니까.




조슈아트리 국립공원, 사막기후 특성상 밤에는 꽤 쌀쌀하니 두꺼운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팜스프링스에 위치한 조슈아트리 국립공원(Joshua Tree National Park)은 다른 미국의 국립공원에 비해 큰 편은 아니다. 공을 들여 놓아둔 듯한 커다랗고 둥근 바위들과 오아시스 지역을 중심으로 자라나는 조슈아트리, 선인장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풍경이다. 이 지역은 다양한 암벽 등반 코스로도 유명하다. 공원은 24시간 개방되며 공원 내에 9개의 유료 캠프장이 있다. 일몰을 보며 바비큐를 하는 사이 머리 위로 수많은 별들이 쏟아질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삶의 여러 가지 스트레스는 여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여행은 삶의 좋은 추억이 된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렇게 빡빡하게 살고 있나’ 생각이 든다면 소중한 사람들과 팜스프링스로 떠나 며칠간 이 모든 것을 누려보자. 팜스프링스에만 있는 유명 호텔과 대형 리조트도 좋지만, 에어비앤비(Airbnb) 등을 통해 현지의 고급 별장을 렌트해보는 것도 좋다. 호텔 숙박비 정도로도 별장을 빌릴 수 있다. 짐을 풀고 전용 수영장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거나 전용 테니스 코트에서 테니스를 치고, 준비해온 와인을 꺼내 바비큐를 즐겨 보자. 그리고 앞서 말한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팜스프링스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무엇을 하든 캘리포니아의 쾌적한 기후와 밝은 사람들의 표정이 함께해 내내 여유로운 기분이 들 것이다.




▒ 김울프
프리랜서 사진가 겸 여행작가, 해양스포츠 독립문화 칼럼니스트, MBC 마케팅팀 사진업무 담당,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공연 기록사진 및 각종 공연, 대회 등의 사진촬영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