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치마에 흰 무명저고리
본래는 제사복(祭祀服)으로 장만했다.
무명한복은
광택이 없고 조촐하여
한 껏 갖춰입었으면서도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다.
물론, 착용감과 경제적인 면이 가장 만족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禮를 갖춰야 할 자리에 즐겨입는다.
지난 봄,
현대수필문학상 시상식장에서 입으니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그러나
너무 밋밋하고 소박하여
'류관순' 후예같기도 하고
'喪服'같기도 하다.
누가 '무수리과' 라고 놀리기에
보완용으로
앞집의 '꽃잎'이 어머니에게서
노리개를 빌렸다.
노리개 하나에
세상에서 가장 격조있는 예복(禮服)이 되었다.
한 두 번 빌리다 보니
'아뿔싸! 이를 어쩐다.'
남의 것이 꼭 내것 같다.
어느 날,
한복을 들고 나가다가
엘리베이터안에서 노리개주인과 맞딱뜨렸다.
다행이 꽃잎이 아버님과 어머님은
TV에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며
"창희씨 예뻐"
예쁘다며 쭈욱~~~~ 써도 된다고 하셨다.
(참고로 작품이기에 돈 주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님)
견물생심!
날마다
욕심이 무럭무럭 자란다.
하루만 더 지나도 못 돌려줄 것 같다.
노리개,
노리개가 단순한 노리개가 아니라
내게는 모파상의 <진주목걸이>이다.
잃어버리면 평생 갚기위해 일해야 한다.
서둘러 카메라에 담고
아~ 아까운 노리개 ....
한지로 곱게 포장하여 상자에 담아 돌려드렸다.
오늘의 다짐 :
다시는 '허영'을 빌리지 말아야 한다.
명주실로 한 땀 한땀 손 수 놓은 노리개,
내
일찌기
빛깔과 디자인이
이렇게 마음에 쏙 드는
검은 바탕에 오방색(靑黃白赤黑)으로 술까지 갖춘
자줏빛노리개를 본적이 없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수작(秀作)이다.
괜히 돌려드렸나
ㅋㅋㅋ
고마운 마음이 우선인데..
불경스럽게 ...
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