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사문학의 산실
담양의 기름진 평야와 아름다운 자연
조선시대 사람들은 모순된 정치 현실에 낙남하여
루(樓)와 정자(亭子)를 짓고 자연경관을 벗삼아 시문을 짓고 놀았다는데...


곡창지대에 배부르고 따뜻하니
문(文)사치
집(정자)사치
음식도 빼 놓을 수 없는 사치
그래서 전라도에 가면
편안하고 풍요롭다.

그곳에 시와 글씨와 그림 (詩書畵)과
소리(唱)가 어찌 없겠는가.



 

(가사문학관 앞)


송순의 면양정가





정철의 성산별곡 관동별곡 사미인곡 향믐주례가 충효가
규방가사 관서별곡 허난설헌의 규원가  등등






 
한번 읽을 때마다
동그라마 한나씩 쳐 놓은 독서노트
빚을 받을 장부보다 멋스럽지 않은가

때론, 사소한 기록이 명시선보다 더 감동을 준다.
잘 쓰여진 명산문보다
벗과 주고 받은 지극히 사적인 편지한통이 더 뭉클하듯.









소쇄원이 그리 아름답다 하던데...
날이 더워서 인가
아래 덩굴처럼
흩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가사관련 정자 : 면양정 식영정 송강정 소쇄원


소쇄원은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한다.
'瀟灑'는 '맑고 깨끗하다' 는 뜻으로 양산보의 마음이다.


양산보는 송의 명필 황정견이
주무숙(周茂叔)의 사람됨을 '光風霽月'에 비유하여
<제월당> <광풍각> 이라 이름지었다고 한다.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비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
학문에 몰두하며 손님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한 공간이라는데.


우리 또 이런 공간이 바로 취향아닌가.
도연명이 말하는 무릉도원이다.






그곳에 바르게 앉으니
내가 강의실에서 매학기마다 만나던
렴계선생을 오늘 실제 만난 듯
<애련설>을 읊조리니 감개가 무량하다.
(실제 중국관광객은 주돈이가 등장하는 이곳을 무지무지 좋아한다는데)

뒷문으로 나가니
온통 하얀 토끼풀이 가득하다.
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운치.











조금 있으니,
행색은 소박하나
뭔가 곳곳한 기운의 초로의 노인이 옆에 앉으며
낡은 노트를 꺼내어 본다.
슬쩍 옆눈으로 훔쳐보니 
노트에 볼펜으로 휙휙 갈겨 쓴 한문이 빼곡하다.

"공부하세요?" 하고 물었다.
맨날 공부해도 까먹는다며 틈만 나면 꺼내 읽는다고 한다.
나는, 아예 바짝 다가앉아
그가 읽으면 내가 한줄 읽고
그가 한줄 해석하면 내가 한줄 해석해봤다.
 
그가 '움찔' 나앉으며 
대뜸 나를 보고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아니, 그냥~"
같이 주거니 받거니 금방 벗이 되었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길 멈추고 구경하고
나의 짝지도
'저거, 저러다 밑천 드러날텐데...'
불안한 마음과 꽤 괜찮은 마음의 교차지점에서 바라본다.


보통 아줌마들은
한문을 보면 얼른 피하는데
겁없이 바짝 다가앉는 폼이 남다르다며
<제월당>만 담당이라 했다.
더 잘하기 위해 70이 넘은 나이에 논어도 배우고 있다며
오후에 공부하러 갈거라며
또 다른 노트를 꺼내 보여준다.

내침김에
이제 본격적으로 신바람이 나셨다.


 



















혹시, 그곳 소쇄원에 가면
그냥 휘휘 돌아보며 떠나오지 마시고
잠시 앉아, 기다리시라.

안경낀 초췌한 '굴원'같이 생긴이.
살아있는 선비를 만날 수 있다.

전문해설가 '무명당 양인용'씨다.
아마, 추측컨대 '양산보'의 후손쯤 되는 분 같다.

본래시보다
한층 더 감성을 더해
목소리까지 구성지게 멋을 더하니
詩가 소슬바람 되고
맑은 햇살되고 
내손으로 시구되어 떨어지고
가슴으로 스며들고 
나는, 소쇄원보다 그분이 더 명물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