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아프게 한다

<차별과 편견> 허무는 평등한 언어 사용 설명서

오승헌/ 살림

 

 

 

 

 

 

 

 

 

 

 

내 언어 능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 비트겐슈타인-

말은 한 자루 칼이 되어 사람을 벱니다. 칼이 되어 베기도 하고, 더러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히기도 하죠.

일상에서 무심히 사용하는 말을 길잡이 삼아 사회적 약자의 그늘과 한국 사회의 뿌리를 더듬어 보겠습니다. 제 글이 어떤 이들에게는 불편하고 못마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좋은 글은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고 믿습니다.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라는 신화

야한 옷차림이 남성의 성욕을 자극한다면 노출이 심한 여름에 성폭력이 더 많이 발생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

여자들이 강간을 원한다는 남성들의 근거 없는 착각과 오해. 포르노그라피에서 그려지는 성은 처음에는 강간으로 시작되지만, 나중에는 질퍽한 성관계로 끝. 여성이 나중에는 더 적극적.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성의 저항을 앙탈로 인식하는 오해. 그저 ‘사랑해 줬을’뿐.

 

 

 

순수혈통을 향한 욕망

예전에는 크레파스에 살색이 있었는데, 이 말은 다분히 인종 차별적. 살색이라는 명칭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으로 2002년에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됐다. (살구색)

 

 

 

동성애는 변태적? -다른 빛깔의 사랑

남성끼리의 동성애는 비역질 계간(鷄姦) 남색(男色). 여성 동성애자는 레즈비언(lesbian), 남성동성애자는 게이(gay) 플라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슈베르트, 차이콥스키.

“너는 여자와 교합함같이 남자와 교합하지 말라,” 레위기 18장 22절 성서는 동성애를 가중한 죄로 본다.

선이란 누군가에게 이롭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해롭지 않은 상태를 뜻한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근거 없이 권리를 억압하는 행위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악. 동성애자의 행복을 가로막고 비난하는 것이 악이 되는 까닭.

유대인에게는 노란색, 동성애자에게는 분홍색, 사회주의자에게는 붉은색 삼각형 별. 70년 전 나치가 수용소에 가두면서 가슴에 달아 준 다른 색깔의 별들. 그들은 수용소에서 이슬처럼 사라졌다.

 

 

 

병영 사회를 떠도는 국가주의의 유령

“차렷, 선생님께 경례!” 군인은 이성적 판단을 유보한 채 명령에 따라 무조건 ‘까라면 까야’하는 존재.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사람이 아니라 명령에 복종하고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 자율적이 아니라 타율적. “나는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아우슈비츠와 광주항쟁의 반복된 자기변명.

군대에서 인내란 타인을 배려하는 그런 인내는 아니다. 강자 앞에서 비굴하게 자신을 낮추는 마음.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조직에 순응하며 기존질서에 딴죽 걸지 않는 사람이 바로 군대 다녀온 이의 최종 목적지. “군대 갔다 와야 소시민 된다.” 비판적 의식을 거세당한 ‘길든 인간’일 뿐.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말들

우리의 마음속에 유관순 언니는 어색하고 유관순 누나만 있습니다. 누나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남성입니다. ‘국민 여동생’ ‘하나님 아버지’ 유소년, 청소년, 청년 학부형 효자상품 업계의 맏형, 건국의 시조 등 표준이 되는 건 언제나 남성(형)입니다. 여경, 여배우 여직원 여교사, 여의사, 여성장관, 여류작가, 여대생, 여자대통령이라 부릅니다.

“꿀벌은 자신의 집을 밀랍으로 짓지만, 인간은 자기 세계를 개념으로 짓는다.” -니체

 

 

‘남녀 VS 연놈’의 심리학 - 은밀한 차별의 순서

자기와 관련된 것을 앞세우고자 하는 심리. 긍정적이고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은 앞에 온다. 선악 미추 진위 시비 찬반 가부 적부 공과 강약 우열 주종 승패 상벌 흥망성쇠 길흉 경조 희비 애증 호오 귀천 금은 대소 고하 고저장단 본말 선후 내외 상하 신구 앞뒤 잘잘못 행불행 호불호 높낮이 등등

 

웃기는 것은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으레 여자가 남자보다 앞에 온다. ‘연놈’ 비복, 편모 편부, 계집 사내, 에미 애비, 가시버시, 암수 자웅 천한 신분, 동물의 경우처럼 낮추어 부르거나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만 여성이 남성보다 앞에 옵니다.

 

년과 놈은 욕의 수준이 다릅니다. 고놈, 친구놈, 불효막심한 놈은 귀엽게 친근하게 들리고, 이년, 저년, 그년은 거칠고 상스럽습니다. 년에 대응하는 말은 놈보다 새끼가 더 어울립니다. 사내답다, 계집답다. 가령 아줌마는 파마머리, 펑퍼짐함, 억척스러움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환기. 아저씨는 군인 아저씨, 이웃집 아저씨처럼 예사롭다. 시댁이나 처가의 갈등은 남자는 댁 여자는 가. 출가외인, 처가와 뒷간. 남성은 이성적 합리적이고 여성은 감성적 감정적이다. 남자는 수리 능력이 뛰어나고 여자는 언어 능력이 뛰어나다. 남자는 공격 지향적이고, 여자는 관계지향적이다. 남자는 지도를 잘 보고, 여자는 사람을 잘 본다.

 

“아줌마, 솥뚜껑 운전이나 하시지.” “여편네가 왜 그리 싸다녀?” 여성은 가사 전담자 남성은 생계부양자. 자녀 양육은 여성, 가족생계 책임은 남성에게 부과.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시집가다, 딸을 달라고.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 여성을 데려가는 존재로, 여성은 남성에게 끌려가는 존재로. 바깥양반과 집사람. 가사는 도움을 주고받는 일이 아니라 함께 꾸려 가는 일.

 

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잠정적 인력’ 남성에게는 중추적 업무를 맡기고, 여성에게는 보조적 역할. 복사나 차 대접 같은 잡일도 여성의 몫. 최근 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들의 71퍼센트가 출산을 계기로 직장을 그만둠. 기혼여성은 저임금과 비정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

 

여자는 애 낳는 자판기가 아닙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가는 보육서비스, 육아 휴직제도, 아동 수당제도 등이 확대하는 동시에 철저히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나쁜 엄마’ ‘슈퍼우먼’ 직장 일과 집안일을 둘 다 잘해야 한다는 콤플렉스.

슈퍼 맘은 직장에서는 일 잘하고, 가정에 돌아가면 집안일과 아이 뒷바라지도 똑 소리 나게 잘하는 여자. 물론 시부모도 잘 모셔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직장인, 주부, 엄마, 아내 심지어 며느리 역할까지 모두 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슈퍼 맘은 여성에 대한 억압.

 

알파걸(엘리트 여성) 알파걸 돌풍으로 떠들썩. 고등고시나 임용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가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여풍(女風)의 약진 현상은 어디까지나 신기루. 여권의 신장이 아니라 여권의 정체를 방증함. 외무고등고시 여성합격자가 60퍼센트라지만 고시 합격한 여성은 21명이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450만 명.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건 평등보다는 불평등의 증거.

 

핑크는 여성이고 하늘색은 남성일까? 어른들은 자꾸 색깔에 성을 부여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여자아이는 예쁘고 다소곳하게, 남자아이는 씩씩하고 다부지게 길러진다. 여성과 남성은 정형화된 이미지로 살아가도록 똑같이 강요받음.

 

 

 

깨끗한 그러나 불순한 - 순결 의식의 속뜻

세상에는 두 종류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다고 강요되는 것. 순결은 본질적으로 아름답다기보다 강요된 아름다움. 순결! 순결은 ‘결혼 전’이 전제로 붙는다. 성관계의 여부에 따라. 우리는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수도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순결을 강요할 수는 없다. 연인이나 결혼 상대의 순결을 내심 바랄 수는 있다. 문제는 상대에게 요구하는 순결의 의무를 정작 본인은 지키고 있느냐는 것. 많은 남성은 여성이 성에 무지하고 수동적이기를 기대. 영웅호색 남성에게는 능력 좋다. 여성은 헤프다는 식. 여자가 정조를 지키면 열녀, 남성은 여성의 성적 순결함과 무지함을 기대하고, 여성은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성적 순결함과 무지함을 연기함. 화냥질하는 여성이 화냥년이고 오입질하는 남성이 오입쟁이. 쟁이는 그저 어떤 속성을 많이 가진 사람을 뜻. 바람둥이. 화냥년은 비속의 걸레. 걸레는 언제나 부정적이지만 바람둥이는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능력, 매력 같은 이미지. 바람둥이는 쉽게 여성의 호감을 사는 남자.

 

 

 

‘착한 몸매’라는 모순 - 신체로 윤리를 판단하다.

우리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 단연 돈과 몸. 예쁜 것, 섹시한 것, 잘빠진 것, 잘생긴 것, 아름다운 것이 최고의 덕목인 시대. 한마디로 외모는 능력이고 자본. 아름다움의 욕망에 붙들린 사람들은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는 외모지상주의에 완전 포위당했다. 외모가 스펙이 되는 현실, 취업시장에서 여자의 얼굴은 인성이고 능력이다. 가령 예쁜 여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비난받지 않지만, 못생긴 여학생이 공부를 잘하면 비난받는다. “독한 년!” 두 사람이 비슷한 잘못을 저질러도 ‘예쁘면 다 용서된다.’ 여성의 외모는 철저하게 남성의 시각, 소주 광고가 대표작.

‘착한몸매’, 착한이 수식하는 말은 마음이 아니라 몸매. 진선미 중의 으뜸은 당연 미. 얼꽝, 몸꽝, 숏다리 신체의 낙인

오른손은 옳은 것이고 왼손은 그른 것. 컴퓨터 자판에서 기능키들은 거의 오른쪽에. 마우스도 변기 레버도 냉장고 문도. 왼손잡이는 이방인.

 

 

 

‘미(未)’의 폭력성 - 강요된 결혼, 결혼의 억압

미혼모, 결혼하지 않고 애를 낳았다는 남자에게는 관용, 여자에게는 억압.

사티(sati) 미망인 화장(火葬)식

 

 

 

숨기는 말, 숨겨진 진실 - 감춰진 폭력의 풍경

혼인 서약은 결코 강간 동의가 아니다. 혼인하면서 자신의 신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여성은 없다. 낯선 사람이 아닌 자기 남편이 자신을 강간했다는 사실은 여성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 자신이 아내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성적 도구로 전략했다는 엄청난 수치심과 모멸감, 배신감. “내가 내 여편네 좀 때렸는데 뭐가 잘못됐나?” 내가 내 물건을 버리건 깨부수건 무슨 상관. 남성은 폭력을 행사하고 나서 강제로 하는 성관계를 ‘부부 싸움 후 화해’로 생각. 부인은 남편의 한낱 소유물이 아니다.

 

 

 

중심의 억압 - 서울 공화국 엿보기

서울 사람에게 지방은 전부 시골. 스카이(SKY) 서울대 고대 연재. 스카이를 벗어나면 ‘인(in)서울’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크고 좋은 것들은 모두 서울. 서울은 블랙홀. 왕성한 식욕으로 대한민국의 인력과 자원 에너지를 모조리 빨아들임. 교육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 문화, 언론, 의료 등 대한민국은 ‘서울 공화국’

 

 

 

우리 안의 집단주의 - 자기소개를 통해 들여다본 집단주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출생지, 거주지, 출신학교, 직장, 가족 등이 단골메뉴. 한국 - “몇 살이니?” 서양인 - “이름이 뭐니?” 사람들은 언제나 상대방의 나이와 소속을 가장 궁금해한다. 한국사회에서 관계는 혈연 지연 학연에 의존. 종친회 향우회 동창회 등. 사회는 속삭인다. 중요한 것은 힘 있는 집단에 소속되고 가능한 한 많은 집단에 소속되는 것이라고. 그것이 능력이고 경쟁력이라고. 인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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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미있게, 아주 흥분하여 읽었다.

읽으면서 밑줄 그은 부분을 옆에 있는 남편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기도 하고

여성남성 편을 갈라

나의 남편과 나의 아들이 가해자 범인인 것처럼 매도도 했다.

무엇보다 나의 이야기 중에 습관적으로 개념 없이 써왔던 바람직하지 않은 단어들이 많았다.

말은 인격이다.

나의 글 속에서 나의 수업에서 알게 모르게 사용하여 많은 영향을 끼쳤다.

'좋은 생각, 좋은 표정'으로

마주하는 사람들과 고운 말, 바른말로 다가갈 터다.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재미있게 써준 작가에게 무한 고맙다.

 

그리고, 요즘 나의 관심은

우리나라 우리가족 우리며느리,

젊은 새댁들에게 꽂혔다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 ‘나쁜 엄마’ ‘슈퍼우먼’ 직장 일과 집안일을 둘 다 잘해야 한다는 콤플렉스.

슈퍼 맘은 직장에서는 일 잘하고, 가정에 돌아가면

집안일과 아이 뒷바라지도 똑 소리 나게 잘하는 여자. 물론 시부모도 잘 모셔야 한다.

그러나 한 사람이 직장인, 주부, 엄마, 아내 심지어 며느리 역할까지 모두 잘하기는 불가능합니다.

슈퍼 맘은 여성에 대한 억압.

 

날마다, 나를 단속하며 배우고 실천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