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년 11월 24일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대연회장

해마다 파라다이스 고객을 위한 <시와 음악의 축제>가 열린다
호텔의 주인인
수필가 전숙희씨와 그의 동생 전낙원씨가 베푸는 행사이다.
구상 조병화 등의 기라성 같은 시인들이 거쳐갔다.
부산의 문학팬들을 위해서라는데 ...

전낙원씨가 작고하고 나서는
정작, 문학인들은 거의 없다.
순수 문학인들이 명품관을 드나들기는
어렵기 때문일까.

한번도 초대장을 들고 간적은 없다.
초대장을 받을만큼 갖춰진 것이 없음이다.
어느 해는 초대장이 없다는 이유로
디너쇼에 문전박대를 당한 적도 있었다.

그곳에 가면 볼거리가 상당하다.
파라디아 명품관 고객들의 패션이다.
머리 하얀 6,70대의 화려한 여인들
또는 새파란 새댁들과
귀한집 미혼 따님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빨간스타킹
어깨끈 드레스
안이 훤히 보이는 레이스 스커트
어깨선에서 흘러내리는 쇼울 등이 그러하다.

난 말했다.
"저런 건 줘도 못입는다"
옆에 있는 친구가 다시 말했다.
"난 줘도 안 입는다"
후후~
누가 주기나 한다나 ㅋㅋㅋ



문정희 시인이 <남편>이라는 시를 읽고 있다

 

 




그곳에서 몇년동안
양희은, 김중만, 최성수, 이주헌 등을 만났다.
그날은
우리팀 박진남씨가 초대장으로 초대했다.
째즈에 익숙하지 않아
해운대 달맞이 고개의 찻집으로 줄행랑~
남자들 빼놓고 우리끼리
'문정희'님의 시를 빙자하여
오빠도 아닌 아빠도 아닌
남편들을 우려 마셨다.

쓰고 진한 '에소프레소' 맛에
"오~이맛이야 "
"오~ 이맛이라니까~"
진남씨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

난 촌스러워
잠을 핑계로 요쿠르트 얼린 하얀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나의 남편, 그윽하게 진하진 않아도
오직, 나에게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다.
ㅎㅎㅎ 근데 나이가 들어가는지
차가운 맛도 달콤한 맛도 ...
있는듯 없는듯 무맛이 좋다.




문정희

남편

아버지도 아니고 오빠도 아닌
아버지와 오빠 사이의 촌수쯤 되는 남자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생기면
제일 먼저 의논하고 물어보고 싶다가도
아차, 다 되어도 이것만은 안 되지 하고
돌아누워버리는
세상에서 제일 가깝고 제일 먼 남자
이 무슨 원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지구를 다 돌아다녀도
내가 낳은 새끼들을 제일로 사랑하는 남자는
이 남자일 것 같아
다시금 오늘도 저녁을 짓는다
그러고 보니 밥을 나와 함께
가장 많이 먹은 남자
전쟁을 가장 많이 가르쳐준 남자


이미자   2008-12-03 21:57:18
선생님 참좋아보이세요.....남편이란 시 잘읽고갑니다 꾸우벅
류창희   2008-12-04 20:01:31
어! 남편이랑 읽으면 안되는데
'내게 잠 못 이루는 연애가~'
ㅋㅋㅋ
잘 지내시지요?
하오하오   2008-12-29 15:39:28
남편들이 문제이군요
어디가서 교육받았는지
가르쳐주시 않아도 똑 같아요.
점점 귀찮게 하지요 아내들을 ...
류창희   2008-12-30 09:22:05
ㅋㅋㅋ 배냇속에서 부터
결국 어미들이 문제인것 같아요.
어미뱃속이 아닌 아비뱃속에서 자랐다면
홀로서기를 했을지도 ...
아내를 모성으로 여기는 남자들!
난 엄마가 아닌 "여자다"
--- 촛불시위!------
류창희   2009-01-03 23:45:04
'실패한 사랑은 대중가요 가사에 남고,
이뤄진 사랑은 결혼사진으로 남는다'
사랑이 이뤄진다는 그때, 그러니까 결혼의 순간 사랑은 생활이 된다.

집에 가구처럼 있어야 할자리에 있는 사람,
연인이라기보다 가족이나 혈연으로 느껴지는 사람,
생활에 꼭 필요한 필수품처럼 일상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있어야하는 사람,
그렇게 부부는 서로에게 익숙해지면서 낯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