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가재미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아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 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니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호미   2008-12-03 15:17:15
목구멍이 따갑도록 가슴아프고 .........
눈이 아리도록 먹먹한 안타까움.........
우야꼬?
우야꼬? 우야믄 좋노......
가재미라도 좋으니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어라.
아까운 내사람을 놓지 못하는
시퍼런 칼날같은 이 미련을 우야노 ........
류창희   2008-12-04 19:59:35
어느 일간지에서
<가재미>를 처음 읽던 날
가슴이 미어지면서
아~ 이런 것도 시가 되는구나

시는 뭔가 막연하여
국어선생님 도움없이는
참고서 없이는
나 같은 사람은 못 읽는 것이 시인줄 알았더니...
시에 대한 '친근감'
'나도 시를 읽을 수 있구나'

그리고 문태준의
<<수런거리는 뒤란>>으로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