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실

김차숙

복지관 사무실에 45기 등록을 하러갔다. 간 김에 무엇 하고 싶은 것은 없나하고 프로그램을 한번 훑어보다가 문학교실에 눈이 멈추었다. 시간과 강의실을 메모하고 와서 그날을 기다렸다.
문학교실에 가는 날이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데도 나는 나섰다. 집에 있는 식구들의 눈치가 보였지만, 다행히 강의실은 내가 일 년 넘게 드나드는 중국어반 교실이기에 더 익숙하게 왔다. 그런데 교실 가까이 와서야 이것저것 걱정이 마구 떠오른다.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 나이가 든 것은 아닐까. 또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60대 중반의 남자분이시겠지 등등으로 선뜻 못 들어서고 골마루 의자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교실에 들어가는 몇 사람을 보니 다들 젊고 잘 할 것 같이 보인다. 괜히 왔나싶었다. 나는 왜 나 자신을 이렇게도 모를까. 하루 중에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도 한참기운 8시경인데, 이런 때는 고의적으로 내 나이를 무시하고 싶다. 79라는 숫자를 보면 뭐 숨겨 두었다가 들킨 것처럼 움찔 할 때도 있다.
교실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니 열명 쯤 미리 와서 앉아 있다. 맨 뒤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은 뜻밖에도 젊고 고운 여자분 이시다. 괜히 민망하여 ‘이걸 어쩌지’ 하면서도 그냥 듣고 싶었다.
선생님의 작품집 《매실의 초례청》을 받았다. 집에 와서 읽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작가<박완서>의 작품처럼 공감이 가며 단숨에 읽었다. 그런데 실제 선생님은 현대여성(?), 아무튼 작가님과 직접 만나게 되니 꿈만 같다. 작가라면 항상 책표지 안쪽에 찍힌 사진만 보면서 나 혼자 상상의 그림을 그려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그래서 사람은 오래살고 보아야 한다잖아요.




류창희   2009-07-12 17:59:27
"선생님, 숙제 해왔는데요"
동그란 눈 짧은 단발머리,
소녀 같은 수줍은 표정으로 숙제를 해 왔다고 하며
손으로 빼앗듯 감추신다.

'8시경'
'79라는 숫자를 보면, 뭐 숨겨두었다가 들킨것처럼 움찔할 때도 있다'

나도 79세가 되면
꼭 '김차숙님'처럼 되고 싶다.
그때까지 건강관리 잘 해야겠다.
나그네   2009-07-13 11:48:21
'79' 숫자가 아름답군요.
도전하는 삶에 박수를 보냅니다.
있는 그대로 보기좋습니다.
호수아빠   2009-07-13 17:05:24
까까머리 중 3 때, 담임선생님 딱 첫 날 보고 반해서 늘 국사는 100점 받았던 기억 납니다. 그 때 담임선생님이 책 많이 읽으라고 해서 독후감대회 나가서 전국일등인가 하고...그 이후 고등학교 올라가 담임선생님 집에 방문했는데...웬 도둑놈 같은 아저씨랑 같이 살데요...그 후로 실망....누님도 매형이 신비스런 존재로 인식되도록 하심이.... 질투심은 나이 불문이랍니다....ㅋㅋ
류창희   2009-07-14 09:01:41
나그네님^^
전에는 길가에 핀 풀꽃을 보고 감동을 했습니다.
요즘은 사람에게서 풀꽃향을 맡습니다.
류창희   2009-07-14 09:04:52
호수아빠^^
ㅋㅋㅋ
매형의 '신비'라 ...
아직 모자 쓰면, 매형이 누이의 아우같기도 조카같기도 헌데...
'질투심' 신선한 단어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