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겨울
내가 처음 수가화랑을 찾아간 날,

그날도 오늘처럼
쫓아 들어오는 햇살 말고는
전시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니
화랑 뒷뜰에
한 여인이 그림처럼 서 있었다.

검은 롱코트에 단발머리
작은 키에 왜소한 몸매
화장기 없는 민얼굴
가느다란 눈만 진하게 아이라인을 그렸는데
샤머니적인 눈매에서
배여나오는 진한 쓸쓸함이
겨울 석양과도 닮았다.




나 왈 : "선생님! 선생님 모습은 꼭 선생님 다우세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아이가 몇이에요?"
나 : "저는 선생님처럼 자궁이 튼실하지 못해서... 두명밖에 못 만들었어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자궁?"
"ㅎㅎㅎ"
"ㅎㅎㅎ"


나 : "아이들은 언제 만드세요?"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아이들 재워놓고 만들죠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고
아이들이 학교다닐 때는 실어나르고
아이들은 다 장성하고
지금은 호미들고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요
가족들이 다 자는 시간이라야 내 시간이 나는걸요"

나 : "정말 대단하세요
그 바쁜 틈에 아이를 다섯이나 낳고
그리고도, 또 계속해서 종이 아이들을 만들고 있으니...."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사랑이겠죠"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 "한국에 오니
식당에도 찻집에도 전시장에도
젊은 여자들이 많이 오네요.
독일에서는 상상도 못해요.
너무 부러워요. 낮의 시간적 여유가"

시간을 쪼개어
시간 강사로만 뛰는 나.

틈새를 이용해 찾아드는
전시장 시간을 부러워하는 여인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뮌헨의 민들레>
닥종이 인형을 만드는 작가

그녀는 전시회를 하는 시간이
외출복을 입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며
'휴식'이라며 ... ...
다음날 독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아마,
지금도 이국 당에서
작업복을 입고
아이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튼튼한 자궁
난, 그분의 '자궁속 에너지'가 부렵다.

수가화랑을 찾으면
늘, 겨울의 석양과도 닮았던
'김영희'선생의 모습이
그날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