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깔이 가을빛깔 같다.
갈대 숲길을 걸어
산 정상으로 올랐다.




날이 맑아 무진의 안개는 없었지만
무진교에서 부터 갈대밭을 거닐다가
한시간 남짓 용산을 오르면
그곳에 전망대가 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히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김승옥의 '무진기행' 중에서



지난 겨울,
겨울이 너무 길었다.
남편은 바쁘다는 핑계로 나는 조심한다는 핑계로
방학내내 토 일요일까지 수행자처럼 지냈다.

그냥 걷고 싶단다.
보이는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고 싶단다.

나는 늘
그 곳을, 꼭 가고 싶다는 마음이 별로 없다.
그러니
'그곳'이라는 방향이 정해질리 없다.

남편왈, 미안하단다.
얼마나 포기하고 살았길래 가고 싶은 곳이 없겠느냐면서 ...
그러나 무작정 실려가는 맛도 괜찮다.

가고 싶어 가는 것도 아니고
방향감각까지 둔해 잘 기억해 두지 못한다.
그 곳에 다시 가는 일이 있을 때,
"우리 여기 왔었어요?"
되묻다가
"언제 누구와 같이 ..."  확인에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다.
새파란 청춘에는
'그곳 & 누구' 로 투닥투닥 했으나
지금은 '그려려니' 지나간다.

3월 햇볕은 따뜻했으나
갈대숲의 바람은 알싸하게 차가웠다.

콧바람 쐬고 와
증조부 제사 모시고나니
비로소 온가족 봄학기 힘차게!!!!.



호수아빠   2009-03-05 15:18:25
수선화에게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정 호승 -

요즘 안치환 9.5집이 정호승 시로 노래한 앨범인데...제게 가장 가슴에 와닿는 시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외로움을 잊고 뜻 한 바대로 움직이소서....
류창희   2009-03-06 09:29:45
이른 봄비 온 뒤의 햇살이 맑군.
외로움?
두려움!
'외로움 & 두려움'
봄 햇살에 봄바람에 보송보송 말려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