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메트로 작은 쌈지도서관
명심보감반이다.


시인도 몇분 계시고







한문 선생님도 계시고



성형외과 외과 피부비뇨과
의사선생님도 몇분 계시고
성악하시는 분도 계시고
20대 새댁도 계시고
꽃피는 시절에 쳐녀였던 분들
왕년에 총각이었던 분들
다 계시다


종강날, 유종의 미는 거두지 못하신 분도 계시고
결석도 한번 없이 한학기 하신 분들도 계시고
오다가다 기웃거리는 풍류객도 계시고
오로지, 어떤 여자 수다떠는 것 구경오는 구경꾼도 계시다

그래도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
메트로 작은 쌈지도서관의 포용력이다.

 




메트로 쌈지도서관

명심보감반

사랑방, 그곳에 있다
우리 메트로시티 아파트에는 전국 어떤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아담하고 정겨운 작은
쌈지도서관이 있다. 이곳에는 도서관 본연의 업무 외에 각종 문화 활동, 특히 명심보감
강독반이 있다.

지난 2009년 5월에 개강하였고, 강사님은 현 도서관 관장님이시며 수필가이시고 한학을
공부 하신 류창희 선생님이시다. 현대적 감각으로 명심보감을 강의하시는 선생님의 밝은
미소와 유머에 반해 많은 분들이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에 강의실로 모여든다.

낮 시간을 다 놔두고 저녁 시간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일반주부들도 있지만, 특히
남자들이 많은 편인데 회사원 뿐 만 아니고 의사선생님들도 오시고, 책 한 권으로 나란히
앉아 같이 오시는 부부가 계셔 본보기가 된다. 멀리 동래에서 차를 몇 번이나 갈아타면서
오시는 분도 있고, 친정어머니와 같이 오시는 모녀를 보면 나는 문득 훈훈한 한가족 분위기
를 느낀다. 입 소문인 ‘카더라’ 통신의 효과다.

옛 성현들의 말씀은 허둥거리며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비타민 같은 삶의 활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봄에는 화르르 화르르 벚꽃 피던 길을 이제는 단풍이 절정인 요즘 같은
계절에는 명심보감 책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할 때, 구양수의 ‘추성부’가 발걸음에 음률을
맞춘다.

고전을 통하여 선현들의 지혜를 새기는 명심보감 시간에 선생님께서는 ‘단디보감!’이라
이름하며 항상 '단디 살라'고 당부하신다.
볕 좋고 바람 좋은 가을날, 환경 좋은 도서관 창가에서 함께 구성지게 음률 맞춰 고전의
문구를 읊는다는 것, 이것이 인생의 멋스런 절정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옛날 어르신들이 계시던 ‘사랑방’ 문화가 그립다. 그 속에는 길손들의 해학과 풍류와
손님을 접대하는 질서가 있었다. 서책에는 군자의 행실이, 규방의 풍습이, 성현들의 지혜
가, 건강한 양생법이 있다. 한 문장 문장이 박제되어 책 속에 인쇄된 글자로 머물지 않는
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때론 넘치고 때론 모자라고 때론 포기하고도 싶다. 그러나
알맞은 그릇에 담아 잘 삭히면 사람에게도 묵향(墨香)이 난다.

옛말에 ‘세 닢 주고 집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이웃과 함께 공자
맹자 노자 장자를 부르는 우리 아파트 명심보감 반,
그곳이 아늑한 ‘사랑방’이다.

 회장 :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