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 일시 및 장소

일    시
2008년 6월 12일 목요일 19 :00-21:00

장    소
서면 동보서적 4층 소회의실

토 론 책
오주석의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 : 개정판

토론방식
자유토론

저자 및 역자 소개

저 : 오주석  

서울대 동양사학과, 동 대학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더 코리아헤럴드 문화부 기자, 호암미술관 및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원을 거쳐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간송미술관 연구 위원 및 연세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했다. 단원 김홍도와 조선시대의 그림을 가장 잘 이해한 21세기의 미술사학자라 평가받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강연을 펼쳤으며, 2005년 2월 지병으로 생을 마쳤다.

그는 그림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읽고 그 속의 작가와 대화를 하도록 가르쳐준다. 그림 속에서 무심히 지나칠 선 하나, 점 하나의 의미를 일깨우며 그림의 진정한 참맛을 알게 한다. 그러기에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졌고 이에 따라 98년에 <단원 김홍도>로 시작된 그의 저술은 계속 이어지면서 옛 그림에 대한 일반인들의 사랑을 불러 일으켰다. 학계에서는 그에 대해 "엄정한 감식안과 작가에 대한 전기(傳記)적 고증으로 회화사의 저변을 넓히는 데 힘써 왔다"고 평가한다. 1995년 김홍도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단원 김홍도 특별전'을 기획해 주목받았으며, 저서로는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단원 김홍도』『우리 문화의 황금기 진경시대』등이 있다.

오주석은 “우리 옛그림 안에는 우리가 지금 이 땅에 사는 이유, 그리고 우리인 까닭이 들어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우리그림 하나 대기가 힘들다”고 하면서 전국을 돌며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에 대해 강연을 해왔다. 그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知者 不如樂之者)"는 옛말을 인용하며, "감상은 영혼의 떨림으로 느끼는 행위인 만큼 ...

  

  
목차/책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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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방한 선속의 선 김명국의 <달마상>
옛 그림의 색채

2 잔잔하게 번지는 삼매경 강희안의 <고사관수도>

3 꿈길을 따라서 안견의 <몽유도원도>
옛 그림의 원근법

4 미완의 비장미 윤두서의 <자화상>

5 음악과 문학의 만남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옛 그림의 여백

6 군자의 큰 기쁨 윤두서의 <진단타려도>

7 추운 시절의 그림 김정희의 <세한도>
옛 그림 읽기

8 누가 누가 이기나 김시의 <동자견려도>

9 들썩거리는 서민의 신명 김홍도의 <씨름>과 <무동>
옛 그림 보는 법

10 올곧은 선비의 자화상 이인상의 <설송도>

11 노시인의 초상화 정선의 <인왕제색도>
옛 그림에 깃들인 마음  



  • 책속으로  
  


만약 하늘이 꿈속에서나마 소원하는 옛 그림 한 점을 가질 수 있는 복을 준다고 하면 나는 주상관매도를 고르고 싶다. 이 작품의 넉넉한 여백 속에서 시성 두보의 시름 섞인 영혼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늙은 김홍도 그 분의 풍류로운 모습을 아련하게 느낄 수 있으며, 내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옛 음악의 가락까지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문학의 만남, 김홍도의 <주상관매도>’ 중에서 --- p.129


수묵화는 점잖아서 보는 이를 자극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감상자가 평정한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그림 속의 세계로 스스로 들어올 것을 요구한다. 수묵화의 감상은 감각되는 형상에 수동적으로 지배되고 압도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보는 이가 사전에 풍부한 시각 경험을 쌓고 또 다양한 인생의 체험을 겪은 후에, 그러한 역량을 바탕으로 은근하게 작품이 암시하는 격조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 -‘옛 그림의 색채’ 중에서
--- p.30


겸재 노인이 일흔여섯 살의 나이로 60년간 예술로 사귀었던 친구 이병연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정황에 맞닥뜨렸을 때, 그 비통함이 어떠했을지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내 몸의 반쪽이 떨어져나가는 것 같았으리라. 변화의 철학 주역의 대가이자, 팔순의 생애 동안 온갖 기쁨과 슬픔을 맛본 노인으로서 이제는 충분히 만사에 달관하여, 다가온 차디찬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차라리 그 자신의 죽음이었다면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같은 길을 걸었던 마음의 벗으로 우정의 단단함이 쇠라도 끊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오랜 친구 이병연, 내 자신이나 같으면서도 결국은 내가 아닐 수밖에 없는 늙은 벗의 임종이 다가온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정선은 북받쳐 오르는 마음속 초조함과 실낱같은 친구의 회생을 바라는 절절한 원망을 참지 못하고 그만 크게 소리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노인은 화가였으므로 붓을 들어 화폭 가득 <인왕제색도>를 떠오르게 함으로써 소리쳤다. 가장 겸재다운 방법이었다. - ‘노시인의 초상화 정선의 <인왕제색도>’ 중에서 --- p.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