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이렇게 비가 오면
아무것도 하고싶지않다
완전 휴식을 가져도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
비가 오니까
나는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집밥을 좋아하는 남편의
쌀 씻는 소리가 들린다
'오~ 마이~ 갓!'
이렇게 비오는 날의
휴일을 압박하다니 ...
나는 남편에게 카톡 한 톡을 보냈다
"비 내리는 휴일의 가을 날,
점심은 차리지 마세요
내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12시에 현관 앞에서 만나요"
그리고 곧바로 또 한톡을 날렸다
"나는요
밥
설거지
청소
앞뒤베란다에서의 살림에 충실하고 싶지 않아요
근사한 가을 남자의 초대를 받고 싶답니다
일상이 아닌 시월의 멋진날을 만들고 싶답니다
그래서
당신을 초대합니다"
빗속을 뚫고 청호해장국에서
해장국 한그릇 보시하고
오륙도를 한바퀴 돌고
부산 시립박불관에 갔다
얼굴은 팅팅 붓고
온 몸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부시시 해도
가을 폭우가 주는 속 시원함
마음이 온통 샤워를 한다
이스탄불의 황제들
터키탕의 황제가 부럽지 않다
와우~ 와우~
흔쾌하다
세상이 온통 '터키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