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사서삼경
임옥균 / 사람의 무늬
자연과 사람
《중용》에 “정성스러운 것은 자연의 도리이고, 정성스러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사람이 도리이다.
삶과 죽음
《논어》자로가 귀신을 섬기는 것에 대해 묻자 공자는 “아직 사람도 섬길 수 없는데, 어떻게 귀신을 섬길 수 있겠는가?” 하고 대답했습니다. 죽음에 대해 묻자 “아직 삶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대답했습니다.
호연지기를 기르자
《맹자》호연지기(浩然之氣)는 지극히 크고 지극히 굳세니, 곧음으로 길러서 해치지 않으면 천지 사이에 꽉 차게 된다. 호연지기는 의리와 도에 짝하니, 의리와 도가 없으면 호연지기가 줄어든다. 호연지기는 의리가 모여서 생기는 것이니, 의리가 조금 있다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만족스럽지 않으면 호연지기가 줄어든다. - 맹자
호연지기를 기르는 것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아무리 설명을 듣고 잘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몸으로 익히지 않으면 그 사람이 태권도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씩씩하게 행동하다가도 스스로 마음에 조금이라도 꺼리는 구석이 있다면 씩씩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살피고 의기소침해지는 것이다.
‘알묘조장’에서 처럼 호연지기는 자연스럽게 길러야지 억지로 조장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맹자는 사람들에게 씩씩하고 떳떳하게 대장부답게 살라고 말한다.
이 남자가 사는 법 - 제나라 사람 가운데 처와 첩을 한 명씩 거느리고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남편이 나가면 반드시 술과 고기를 실컷 먹고 돌아왔습니다. 그 처가 누구와 함께 먹었느냐고 물으니, 남편은 부유하고 귀한 사람들과 함께 먹었다고 대답했습니다. 남편은 동쪽 성 밖의 무덤 사이에서 제사를 드리는 사람에게 가서 음식을 구걸하고, 부족하면 또 두리번거리면서 다른 곳으로 구걸하러 갔습니다. 그것이 그가 배불리 먹는 방법이었습니다. 남자들이 부유하고 귀함, 이익과 출세를 구하는 방법을 그 처와 첩이 안다면 누구나 부끄러워서 눈물을 흘릴 것입니다.
무엇을 안 할 것인가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안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안 하는 것은 바로 ‘절제’입니다 안 하는 것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우선 능력을 갖추어라
공자가 제자인 중궁에게 말하였다. “얼룩소의 새끼가 붉고 뿔이 좋다면 제사에 쓰기가 좋다. 비록 쓰고자 하지 않더라도 산과 내의 신이 버려두겠는가 - 논어 옹야
중궁의 아버지는 출신이 미천하고 행실이 좋지 않았다. 공자는 출신보다는 능력을 중시했다.
《예기》“예는 서민에게까지 내려가지 않고 형벌은 대부에게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주나라 때 대부라는 벼슬 이상은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서민들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없었다. 그러나 기회는 준비된 다른 사람을 찾아갔다.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기 전에 먼저 실력과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하자.
우환의식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할까라고 걱정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 논어 자한
유학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바로 우환의식이다. 자기 인격의 완성과 나라의 미래, 인류의 장래게 대해 걱정하는 마음을 갖는다.
상아 젓가락
고대 중굴 은나라의 마지막 임금인 주(紂)가 상아로 젓가락을 만들자 주 임금의 친척인 기자가 이를 두려워하며 “상아 젓가락이라면 질그릇 위에 얹어 놓을 수 없으며 반드시 옥으로 만든 그릇 위에 놓아야 할 것이다. 상아 젓가락이나 옥 그릇이라면 음식은 반드시 코끼리 고기나 어린 표범 고기라야 할 것이다. 코끼리 고기나 어린 표범 고기라면 반드시 비단옷을 입고 넓고 높은 집에 앉아서 먹어야 할 것이다. 나는 마지막이 두렵다.”라고 하였습니다.
5년이 지나고 주 임금이 고기를 늘어놓고 술을 채운 연못에서 놀다가 나라가 망하였습니다. 기자는 상아 젓가락 하나만을 보고 천하의 화근을 미리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공짜는 없다 生於憂患而死於安樂也 -맹자- 어려움 속에서는 살지만 안락한 속에서는 오히려 죽는다고 말했다. 공짜 사은품, 그것은 결국은 누군가 값을 지급한 것이다.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 시경에 약이 어찔어찔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 시경에 듣기 좋은 말에는 대답하고, 충고하는 말에는 취한 척하네. 사람들은 자신을 칭찬하면 좋아하지만, 자신의 허물을 말해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임금은 좋은 말을 들으면 그 사람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에게 절을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예와 음악
예는 기본적으로 사람을 개인별로 혹은 사회적 단위별로 구별하는 것을 주로하고, 음악은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사회 구성원들에게 일체감을 부여해준다. 둘의 큰 목적은 사회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예는 사람을 구별한다. 군신유의 부자유친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의 오륜을 말할 때,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어른과 어린이, 친구와 친구를 구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음악을 들을 때는 그런 구별이 전혀 필요 없다. 모두가 듣고 즐길 수 있는 것이 음악이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일체감을 주는 것이다.
어떤 선생님은 제자들이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기도 한다. 그런 양해도 없이 선생님이나 아버지 앞에서 담배를 피우면 ‘맞담배질’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선생님이나 아버지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이것이 예가 법과 다른 점이다. 법이 강제적이라면 예는 절대적이라기보다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서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효도, 사람만이 할 수 있기에 귀하다
효나 효도라는 말은 사람들이 입에 올리기에 별로 달가워하지 않은 말이 되었다. “부모님께 효도해야지.”라는 말이 뭔가 어색하고, 마치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오죽하면 “재산은 살아있을 적게 주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쥐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식들이 효도한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부모가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만 자식이 효도한다면, 그것은 효도하는 척하는 것이지 참된 효도가 아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상은 없다.” 어떤 할머니가 “자식은 매일 피어나는 꽃과 같다.”
반성
어떤 사람이 여기에 있는데 나를 나쁘게 대우하면 훌륭한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반성한다. -맹자 이루편-
공자가 어느 곳을 지나가다가 어린이들이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찰랑거리는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요, 찰랑거리는 물이 흐리면 발을 씻지요.”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고 하니, 스스로 취한 것이다. 사람이 스스로 업신여긴 다음에 다른 사람이 그를 업신여기는 것이며, 집안이 스스로 무너진 다음에 다른 사람이 그 집안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내가 깨끗하면 다른 사람도 나를 깨끗하게 대해주고, 내가 더러우면 다른 사람도 나를 더럽게 대해준다.
함께 일을 하는 방법
우두머리가 자질구레하면 실무자들이 게을러져서 모든 일이 잘못된다. -서경 이직-
자산이라는 사람은 자기의 수레를 가지고 사람들이 강을 건널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에 대해 맹자가 말했다. “은혜를 베푸는 것이기는 하지만 정치를 할 줄 모는 것이다. 다리를 놓아주면 백성이 쉽게 강을 건너다닐 것이다. 정치를 잘하면 되지. 어찌 사람 사람마다 건네주겠는가? 정치하는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기쁘게 해주려고 한다면 1년 365일이 부족할 것이다.
현명한 임금은 관리를 다스리지 백성을 직접 다스리지 않습니다. 그물을 잘 치는 사람은 벼리를 잡아끕니다. 그러므로 임금은 관리들을 다스리고 백성을 다스리지 않는 것이다.
어떤 단체의 대표는 자기가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 철저하게 일을 나누고 그 책임임을 물으면 된다. 사람들의 장점을 살펴서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발탁해서 그들을 잘 배치하여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일이 능력이다.
기초가 중요하다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낮은 곳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고, 먼 곳에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若升高 必自下 若陟遐 必自邇 -서경 태갑-)
모든 것이 기초를 튼튼히 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아서는 안 된다.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밥을 짓고 지은 밥을 푸고, 남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끓이는 과정을 차근차근 거치지 않으면 숭늉을 얻을 수 없다. 바느질을 하려면 바늘 귀에 실을 잘 꿰어야지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실을 동여매고 바느질을 할 수 없듯이.
남을 가르친다거나 저술을 하여 세상에 내놓는 것은 자연스럽게 저절로 되는 것이다. 물이 그릇을 채우고 나면 저절로 넘치는 것처럼 말이다.
“복숭아나 자두는 말하지 않더라도 그 아래에 저절로 길이 만들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복숭아나 자주가 맛있다고 일부러 소문을 내지 않더라도, 그 향기가 퍼져 나가 사람들이 열매를 따러 오기 때문에 저절로 길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사람도 인격이나 실력이 갖추어지면 스스로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사람들이 그에게 모여들 것이다.
무조건 지킨다, 묵수(墨守)
배우고 생각하지 않으면 고집이 세진다. 자기만의 생각이 없이 무조건 배운 것을 고집스럽게 지켜나가는 것을 묵수라고 한다. 묵수라는 말은 원래 ‘묵가(墨家)의 지킴’이라는 말이다. 묵가는 서로 평등하게 사랑할 것과 이익을 서로 나눌 것을 주장한 묵자(墨子)를 시조로 하는 학파다. 그들은 전쟁이 자신들의 이상과는 반대라고 생각하여 전쟁반대론을 외쳤으며, 그것이 말로만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무력을 길러 다른 나라를 지켜줌으로써 전쟁을 방지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묵가의 3대 지도자 맹승은 형나라의 양성군으로부터 성의 수비를 부탁받았다가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집단으로 자살한 적도 있었다. 사람들은 이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묵수’라는 말이 “약속을 잘 지킨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무조건 지킨다.”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습관, 제2의 천성
사람의 본성은 서로 비슷한데, 습관으로 말미암아 서로 멀어지게 된다. (性相近也 習相遠也 -논어 양화-)
습관을 조심하라
내가 젊었을 때에 나막신을 신고 진흙땅을 걸어갔는데, 처음에는 마음가짐을 매우 조심하여 오히려 진흙이 발을 더럽힐까 두려워하였지만, 한 번 미끄러져 진흙에 빠진 뒤에는 진흙을 밟는 것이 스스로 편안하게 여겨졌다.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도 또한 이러할 것이니, 처음을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 -율곡- 처음을 삼가라는 말
옛날 어떤 사람이 한문을 잘 읽고 싶어서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더니 선생님은 《맹자》를 3천 번 읽으라고 답했습니다. 그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서 《맹자》를 3천 번이나 읽었습니다. 그런데도 도무지 실력이 는것 같지 않아 선생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선생님께서 시킨 대로 했는데도 한문 실력이 늘지 않았다고요. 선생님은 그의 편지를 읽고 이미 한문 실력이 경지 올랐다고 인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저(임옥균)는 일주일에 두 번쯤 아차산에 약수를 뜨러 다닙니다. 평소에는 물을 뜨는 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지만, 때때로 여름에 가물 적에는 10리터짜리 물통 하나를 채우는 데 한 시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지루해서 이 물통이 언제 다 차나 생각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참고 기다리면 어젠가는 물통이 다 차고 물이 흘러넘칩니다. 이 물이 도랑을 거쳐서 바다까지 가겠지요. 공부하는 것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채우느냐 걱정하지만, 언젠가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고, 그것이 흘러넘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됩니다. 그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노력하면서 기다리는 것이지요.
-------
일곱 여덟 군데 논어 수업을 다니다 보면
집의 아이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논어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실 사서삼경, 그중에 논어라는 것이
수업 때문에 매일 들여다보는 나도 어렵다.
그냥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읽을수록 어렵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나이에 따라, 계절에 따라, 성별에 따라, 실력에 따라, 읽는 목적에 따라,
하다못해 그날 기분에 따라 다르게 와 닿기 때문이다.
이 세상 아무리 훌륭한 고담준론(高談峻論)이라 할지라도
나의 생활과 상관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공자님께서는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천을 마련하는 일보다 뒤에 하라고 한 것 같다.
내 마음의 평정심을 찾고 맑은 마음으로 읽으면 내용이 맑다.
톡톡 튀는 반짝이는 끌림은 없었지만,
그건 작가 임옥균선생의 글을 읽는 자세이니 할 수 없다.
오히려, 저자의 인격이 성실하게 전해져 더 효과적이다.
나는 몇 년 전에
어느 아주 유명출판사에서
청소년을 위한 ‘논어’를 써 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나는 해내지 못했다.
마음속의 숙제처럼, 한처럼 가슴에 품고 있다.
나 같이 어중간하게 얼치기에게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야기하듯 전달해 준 것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알차고 질박하고 무엇보다 쉽다.
꼭 내가 할 일을 대신 해준 것 같아
한편으로 뿌듯하면서도
배가 몹시 대단히 무진장 많이 아프다.
그래도 나는 깨끗하게 백기를 들 줄 안다.
청소년은 내가 설 곳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