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밀라노





 









 









 






네비가 시키는 대로 이태리 토리노를 지나

밀라노로 들어가는 길이다

휴게실에 가니

그동안 먹고 싶었던 감자튀김과 콜라가 다 있다

그곳에서 만난 한국인 젊은 부부는

우리보고 현지인이냐고 묻는다

두리번 거리지 않고

현지인처럼 자연스러워졌다는 이야기다 






 




뭐~

언덕배기 포도밭 풍광이 멋지다고 해서

사진처럼 마음마저 한가롭지는 않다

왜냐하면 스무날 넘게 안내잘하던

네비아씨가 '뾰루퉁' 단계를 넘어

아예, 입을 다물었다


여자가 '깔' 한번 나면

오뉴월에도 서릿발이 친다


네비아씨가 말을 안하니

자동차는 단 100미터도 갈수가 없다

방향감각이 없다


운전자 남편도

길가에 서서 한발도 나서지 못한다









남편은 '남성상위'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산기슭을 내려와

눕는 것을 좋아한다



산기슭의 해는 금세진다

지그재그로 올라가니

막다른 고개 끝이다


강아지도 꼬리를 흔들고

외양간 어디쯤에서 소방울 흔들리는 소리도 들리고

무엇보다 막다른 집에서 저녁밥연기도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더이상

길이 없다고 말해주러 나오지 아니한다


평소에는 허풍이 심하고

시끄러운 이태리 사람들

유색인종 우리에게 겁을 먹은 것이다

아마도 커텐뒤에 숨어서 총을 겨누고

 우리의 거동을 살펴볼 것이다 


처음에는 차를 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 겁이 나다가

이런 산끝마을의 고요가 갑짜기 아름다워

배경으로 찰각찰각 사진찍기 놀이중이다






 
















 







 




그리고, 올라갔던 길을

다시 구비구비 내려오며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즐기는 중이다






 


 


 


 

 







 







 








 








 







 



길은 잃고

네비는 멈추고

킴핑장 텐트표지판은 보이지 않고






 







 







 




길가에 마타리 꽃만 조명등처럼 하얗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마을

어디쯤 내려가니







 












하얀 캠핑차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찾았다

꽃과 풍광이 아름다운 밀라노 캠핑장






 








 








 







 







 








 







 








 







 








 








 








 









 








 








 
















 

 








 








 









 








 








 








 








 

 





아무리 냄새가 고약하다 해도

어찌 제라늄 꽃을 싫어하겠는가

거리에 제라늄 꽃이 있다는 것은

제라늄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신호다

무엇이든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다








8/10 토리노 - 밀라노-

꼬모호수 근처 휴게소 감자튀김 맥러겟.

우리나라 요플레 중에 '꼬모'가 있었다.

이태리 지명인 줄 몰랐다.

빛깔 맛 복날 냉면 먹은 것만큼 입맛에 딱 맞다.



오죽했으면 작년에 밀라노에서 산 샌달 오른쪽이 다 끊어졌을까

날마다 발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유럽 조수생활 스무날, 운전사보다 어설픈 조수가 더 훌륭하다.


터널만 들어서면 한신 아파트 개 코 탐지기가 김치찌개만 끓여도 가스가 샌다고 하듯,

첫번째 로터리로 빠져나가라고 내비년이 미친 듯이 열을 받는다.

그러더니 내비가 한동안 말이 없이.

한마디 귀뜀의 말도 없이 죽었다.

내비는 이다.

내비는 .

한 발자국도 갈 수가 없듯, 한 동네를 벗어날 수가 없다.

우리의 일정도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를 거쳐 독일을 가야 한다.

일정은 단 3, 3일 남았다.


유럽에서 가장 인기가 있다는 '톰톰내비'를 샀다.

말도 글도 지리도 모르는데 내비게이션 사기는 어디 쉬었겠는가.

새로산 내비를 설치하고 달리는데 또 말썽이다.

다시 돌아가 바꾸려니 우리가 내비를 샀던 밀라노 어디쯤의 대형마트를 못 찾는다.

한 시간 넘게 돌아 찾기는 찾았는데 주차장도 상점도 헷갈린다.

내비의 방향을 맞출 때

핸들의 방향이 오른쪽에 있나 왼쪽에 있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뒤엉켜버렸다.

새로운 톰톰은 내비놈이다.

3시간 후, 달리다 보니 "웰컴 투 " 쏼라쏼라 댄다.

! 그때 어디서 듣던 옛 애인 첫 사랑의 목소리가 들린다.

내비년이 시샘으로 다시 살아났다.

놈과 년이 자기 목소리를 주장한다.

이것들은 연놈으로 싸잡으니 말을 안 듣는 것 같아 호칭을 바꿨다.


'네비아씨, 네비 도령님'


네비아씨는 조잘조잘 말이 많고 네비도령님은 과묵하게 입을 다물고 있다.

꼭 우리 부부의 모습 같다.

두 선남선녀 어느 님을 더 예뻐할 수 없어 둘 다 켜고 달린다.

남편은 이과답게 두 기계의 성능을 시험한다.

나는 어느 목소리가 더 다정한지 친절한지 감성을 본다.



남해 다랑이 논처럼 다랑이 포도밭과 뾰족 지붕 화이트 아이스 와인 생산지인 것 같다.

무슨 말인가. 생뚱맞게.

후우~ 이제야 차 안에서 밖의 경치가 보인다는 말씀이다.

현재시간 2013810일 저녁 645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

여름풍경이 무쟈게 예쁘다.

남편은 알프스의 가장 험준한 산맥을 넘고 싶다.”고 꽃 노래를 하더니

또 밤이 되도록 캠핑장 못 찾고 있다.

어린이 놀이터도 예쁘고 놀이터 옆에 공동묘지도 예쁘다.

평창의 메밀꽃처럼 흐드러지게 핀 하얀 마타리 꽃이 가득하다.

내비는 지그재그 빨강색이다.

터널에서도 S자 코스다.

과연 캠핑사이트가 나올까?


나왔다, 드디어!

캠핑장!

아기다리고기다리 여태까지 보던 캠핑장과는 격이 틀렸다.

시계는 이미 9시가 넘었다.

감자 몇 알 복숭아 토마토나 대충 먹었으면 싶다.

너무 헤매고 네비도 고장났었고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지쳤다.

 

 

밥해!”

몇 분이나 걸린다고.”

하늘보다 높은 남편네비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렸다

“....”

나는 당근 버섯 감자 야채를 잘게 썰어 밥을 안치며

숟가락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건건이를 생각하니

 싫어’ ‘싫어실어(失語)병에 걸렸다.

몸과 마음이

나는 돌부처가 되고싶다


2013년 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