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고장 아를이다
원형경기자 - 고대 극장 -샌 트로핌 교회 - 아플라탱 박물관
밤의 카페 - 노란집 - 별이 빛나는 밤- 낡은 물레 방앗간 - 여름정원 - 도개교
길게 길게 높이 높이 올라간 미류나무가 나타나면
그곳은 바로 고흐의 그림속으로 들어가는 거다
뻥 뚫린 도로를 달리면서
기대가 만땅, 벌써부터 설렌다
기차역 버스터미널 등에서 아를 지도부터 얻었다
책에서 읽은 것처럼
그렇게 옹기종기 손바닥 안에 지도보듯
동그랗게 모여있는 동네가 아니다
어쩜 그럴지도 모르지만
생전 처음가는 낯선 프로방스 아를,
만만하지 않다
가는 곳마다 사람은 많고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물어봐도
이쪽이랬다가 저쪽이랬다가
모두 엉뚱한 말을 한다
그럴 것이다
여행자들은 서로 보고자 하는 곳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명소만 보고 싶은 사람, 쇼핑만 하고 싶은 사람, 맛있는 것만 먹고 싶은 사람
그중, 절망감은
말이 통하고 외모가 비슷한 한국사람들이다
인도 같은 생존이 가난한 곳에서 만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당히 너그럽고 친절하다
무슨 정보든 알려주고 싶어하고,
실제로 우리도
가던 일정을 멈추고 여행자가 원하는 곳까지 같이 찾아나서기도 했다
유럽에서 만나지는 한국사람들은
뭐~ 약간, 서로 으시댄다
원형경기장, 로마식경기장으로 프로방스에 있는
로마시대 유적중 가장 잘 보존 된 곳
어떤 모녀중 건방이 약간 '시건방'인 따님은
"잘 모르면, 영어로 물어보세요"
쌩~ 찬바람을 일으키며 외면한다
나중에 몇 시간 뒤 길에서 마주치니
그녀도 길을 잃었는가
한국말로 우리에게 묻는다
어둑어둑한 골목에서 우리를 몰라보고 질문한 것이다
아마, 우리가 영어를 구사하게 보였나보다
그녀들 뿐 아니라, 대충 첨단의 여행지에서 만나면
서양인이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양인, 그중 한국사람들이 무시한다
ㅋ ㅋ ㅋ 무시보다는 서로 몰라서 답답하다는 제스츠어일 것이다
매미나 라벤더가 수 놓이거나 프린트된
앞치마 레프킨 식탁보
예쁜 것 참 많다
사 올걸, 사 올걸, 사 올걸
걸걸 껄껄대다가 끝나는 것이 인생이라 하더니
바로 지금 같은 순간이다
꼭 로마 콜로세움같다
아플라탱 박물관, 2013년까지 잠시 휴관 문을 닫았다
뺑뺑 돌아 방향감각을 잃었을 때는
일단 거리 퍼포먼스를 즐기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휴식 방법이다
차 한대가 지나가는 좁은 골목
유럽의 뒷골목은 대부분 소형차 한대가 겨우 지나가는 공간이다
해거름이 지면 골목도로에 차단 원통이 길아래서 솟아오른다
그때무터 골목에 테이블과 식탁을 놓고
거리 카페가 된다
사람만 빨간 카펫에 발을 놓는 것이 아니다
생 트로핌 교회
12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아름답게 조각된 교회 입구와 아치로 된 회랑 등이 있다
아를에 가면 볼거리가 많은데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고 좁은 골목에 표지판이 많다
세계사람들이 오는 만큼
영어 불어 독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골목이 한 블록씩 바뀔때마다
초록 표지판의 여행객과 붉은 표지판의 여행객이 안내한다
그런데 어디 만큼 가다보면 드문드문 있어
발자국 쫓아가다가는 볼거리도 놓치고 방향감각도 놓치고
더구나 시간을 놓치면 숙소와 교통수단도 다 놓친다
사진은 흐릿해도 사진 속을 보시라
그 유명한, 그래서 세계사람들을 진공청소기가 빨아들이듯
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노란집의 밤의 까페' 다
아를에는 고흐의 그림이
그 유명한 장소에 상징으로 세워놓았다
뒤에 보이는 노란집이다
노란집은 유명세를 얻어 밥값도 차값도 비싸다고 한다
더구나 자리도 부족하고
또 사진을 찍기에도 불편하다
노란집 앞에는 파란집이 있다
파란집에 들어가 노란집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거기다 나처럼 바케트 하나 사서 들면
완전 프로방스 스타일 완성이다
까페에 앉아 차 마시는 사람들이
오히려 나를 배경으로 자기들이 사진을 찍는다
간혹, 혹은 엄지를 치벼들고 환호한다
나는 'V' 자를 그으며 답례해준다
'나는 내가 풍경이 되는 분위기를 상당히 즐긴다'
그래도 썰렁하기는 하다
주책이 여행의 묘미다
나는 단지 노란집 배경속에 머무르고 싶을 뿐이다
--------------------------
자 보시라
날이 흐려 비가 칠칠 내리니 그렇지만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지다
그런데 전 세계사람들은
고흐에, 별이 빛나는 밤에
열광을 하면서도
정작, 그 앞을 그냥지나친다
왜냐하면 의외의 외곽인데다
눈 높이 보다 엄청낮게 설치해놓아
시선에서 멀다
나는 안타까워
그 자리를 맴돌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이곳을 보라고 안내을 한다
그때서야 남녀노소
"오우~ 오우~" 연발한다
내 표정이 시답지 않은 것을 주차공간을 찾아
1시간 넘게 남편과 태격태격 지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찾기가 그다지 쉽지 않았다
별이 빛나는 밤의 배경지 근처에는
크루즈들이 줄서서 정박해 있다
백바지와 모자 지팡이...
근사하고 우아한 유럽의 럭셔리 노인들이 크르즈 카페에서 즐긴다
뒤에 보이는 주차장
내 짝지 앞모습에도 뒷모습에도
못마땅함이 잔뜩~
아마 그날 처음으로 둘이 서서 웃었을 것이다
한 걸음도 걷기 싫고
한 순간도 서로 마주보기 싫고
그러나
웃었다, 또 웃었다
별은 그림속에서만 빛난다
----------------
이곳은
이곳은
진짜 내가 남편을 힘들게 한 곳이다
주차가 힘들고 사람은 많고
아를에 뭐 볼 것이 있다고 그렇게 꾸역꾸역 모여드는지...
사람의 정서를 피페시키는 곳이다
멀쩡한 사람도 하루 머물면 돌아 버릴 듯 정신이 없다
바로 이곳은
고흐가 마지막으로 입원했던 정신병원이다
나는 정신병원에 가보고 싶다
말끝마다 "정신병원, 정신병원... "
남편은 "정말, 미치겠네, 돌아버리겠네"
뭐 때문에 남이 입원했던 정신병원에 가느냐고 짜증을 냈고
나는 고흐를 알려면 정신병원을 가봐야 한다고 우겼다
나중에 보니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두고
동네를 열바퀴는 돌았을 것이다
정신병원 마당은 꽃시계로 장식했으며
여름정원으로 바뀌었다
그 안에 북적북적 까페가 있다
이 그림 한장이 주는 의미
바로 배경지다
2층으로 올라가 옥상까지 올라가면
그곳에 고흐가 사색하던 '빈의자'가 있는데
막아 놓았다
만약 그 옥상 문을 열어놓았다면
내 짝지가 나를 그곳에 가두며
"고흐하고 살아!"
문을 쾅! 닫고 한국으로 줄행낭을 쳤을 것이다
온통 벽이 노란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이다
내짝지는 정원에서 노는 나를 찍고
옆에 있는 유럽인은 자신의 여인을 찍는다
두 남자 모두
아름다운 여인에게 온통 마음을 빼앗긴
정신 나간 또 다른 이름, '고흐'들이다
아를에 왔다. 4시쯤 텐트를 쳤다. 대단히 덥더니, 그래도 코인 넣고 샤워 한번 하니 시원하다. 6시가 넘었는데 모든 시설을 7시에 닫는단다. 짝지는 긴 바지. ‘노란 집’ ‘밤의 카페’ 고흐의 작품배경을 찾아갔다. 거리에 새겨진 청동 발자국을 보고 따라가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미로 같기도 하지만, 한 블록 어귀마다 있으니 길거리 쇼윈도우 사람 풍광을 놓치기 쉽다. 가다가 끊어지면 길도 잃는다. 발자국도 역사 미술 음악이 다른 모양이다. 더구나 길을 잃으면 렌터카 주차해놓은 곳을 잃어버리니 방향 감각의 피뢰침이 뒤엉킨다.
8/7일 수요일
아를, 바람을 그리는 남자 빈센트 고흐의 고장.
40도를 웃도는 고온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기에 고스란히 햇볕을 견디면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지만, 반 고흐의 그림 속 소용돌이치는 자연과 햇볕을 담은 화려한 색채를 즐기기에 적격이다. 프로방스의 바람 미스트랄 탓에 반 고흐 그림 속 자연들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그려졌다는 설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 미스트랄에 부대끼는 별들은 그림 속의 그곳과 너무도 흡사하다.
‘별이 빛나는 밤’의 무대, 고흐가 입원했던 ‘정신병원’ 이런 곳을 한 번에 단번에 찾았다고 생각하는가. 역에 가서 혹은 길거리에서, 혹은 관광안내소에 가서 지도와 안내 팸플릿을 얻어서 돋보기 끼고 들여다보고 짜증 한 사발 담아 길거리에 질질 흘리며, 그 기세가 겁나 시종 나란히 걷지 못하고 남편과 2~3미터는 떨어져 걸었다.
남편은 “그 정신병원인가 뭔가는 꼭 봐야 하느냐?”라고 몇 번씩 물었다. 나는 꼭 하고 싶을 때는 남편과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멀찌감치 물러서 딴청을 부린다. 이럴 때 섣불리 대꾸하다가는 남의 나라 남의 골목에서 서로 뒤돌아 걸어야 하는 상황을 감당하지 못하겠기에 아주 비굴해진다. 다리는 아프고 배는 고프고, 그중 가장 힘든 것은 감정을 숨기며 긴장하면 할수록 오줌이 자주 마렵다는 것이다.
해바라기 꽃 빛 노란 병원 안에 정원이 아름답다. 형형색색 꽃들이 관광객을 사로잡기에 알맞은 환경 컨셉이다. 눈치와 구박과 고통과 자존심을 곁들여 싸 들고 온 점심을 정신병원 안 카페 맞은편에 쪼그리고 앉아 먹는다. 삶은 감자, 계란, 바게트 빵, 토마토, 음료수를 비닐봉지에서 부스럭거리며 꺼내 꾸역꾸역 먹는다. 우리 부부만 그러는 건 아니고 유럽의 짠돌이 족도 구석구석에서 먹는데, 그것들은 쪼그리고 앉도록 다리 구조가 생기지 않아 뻗치고 서서 먹는 것이 우리와 다를 뿐이다. 그 집 아이들은 무리지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술래잡기 놀이를 하는데, 꼭 우리가 끼니를 때우는 곳, 주위에서 빙빙 돈다. 그건 당연하다. 앉아서 먹으니 일단 높이가 아이들 키에 딱 알맞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어때 나는 동양의 이국인인데 내식대로 한다는 시선으로 이곳저곳에 쐐기 눈빛을 박지만, 산데리아 불빛 밝고, 원색의식탁보가 깔린 곳에 마주앉은 사람들 앞에 쭈굴스럽다. 약간의 주눅이 든 졸아든 자존심을 지키려는 내 마음이 짠하다. 다음 생에는 와인과 냅킨과 요리와 디저트까지 챙기는 저 건너편 레스토랑에서 여행의 낭만을 즐기리라. ㅎ ㅎ 글은 이렇게 써도 나는 남편이 정신병원 터를 찾아준 것이 너무 고마워 나는 봄철 종달새가 되어 명랑하게 말한다. “여보, 여기 화장실 진짜 좋아, 돈도 안 받고 화장지도 있다.” 대단한 정보나 알아온 듯, 화장실을 권한다. 나는 정말 타고난 아부쟁이다.
2013년 8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