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로움에 대하여

조선시대 문인 이덕무

 

사방으로 툭 터진 큰길 옆에도 한가로움은 있다. 마음이 한가롭기만 하다면 굳이 자연을 찾아가고 깊은 산속에 숨어 살 필요가 없다. 내가 사는 집은 저잣거리 바로 옆이다. 해가 뜨면 마을 사람들이 장을 열어 시끌벅적하다가 해가 지면 마을의 개들이 떼를 지어 짖어댄다. 하지만 나만은 책을 읽으며 편안하다. 때때로 문밖을 나서면 달리는 자는 땀을 흘리고, 말을 탄자는 빠르게 지나가고, 수레와 말은 종횡으로 부딪히며 뒤섞인다. 그러나 나만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천천히 걷는다. 저들의 소란스러움으로 내 한가로움을 놓치는 일은 한 번도 없다. 왜 그런가? 내 마음이 한가롭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