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살림만 살다
1996년 해운대 도서관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봄학기 가을학기
<논어>를 논어에세이로 함께 읽었다





 



 

子貢이 問曰 何如라야 斯可謂之士矣잇고
子曰 行己有恥하며 使於四方하여 不辱君命이면 可謂士矣니라
曰 敢問其次하노이다
曰 宗族이 稱孝焉하며 鄕黨이 稱弟焉이니라
曰 敢問其次하노이다
曰 言必信하며 行必果 硜硜然小人哉나 抑亦可以爲次矣니라
曰 今之從政者는 何如하니잇고
子曰 噫라 斗筲之人을 何足算也리오


자공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몸가짐과 언행에 부끄러움이 있어야 한다.
또 사방에 외교사절로 나가 임금으로부터 받은 사명을 욕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선비라 할 수 있다."
자공이 또 "감히 묻겠습니다.
그다음 가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하자,공자가 말했다.
"일가 친척들로 부터 효자라고 칭찬 받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우애롭다고 칭찬을 받아야 하느니라."
자공이 또 "감히 묻겠습니다
그 다음 가는 사람은 어떠합니까?" 하자, 공자가 말했다.
"말하면 반드시 실행하고, 실행하면 반드시 성과를 거두는 사람이다
비록 딱딱하고 강직하여 소인 같지만 그래도 역시 그 다음은 갈 수 있다."
자공이 "오늘날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은 어떻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가 말했다.
"아! 말들이밖에 안되는 조그만 기량을 가진 사람이야 논할 바 못된다."

논어 자로편 20장 문장으로 종강했다



혹여, 이글을 읽는 사람들은
논어, 저렇게 어렵고 힘들어서야 어찌 읽을까?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신문에 나오는 사람, TV에 나오는 사람
이세상 모든 사람들은 논어를 설명하는데
다 필요한 등장인물 들이다

매시간 깔깔 웃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웃음 속에 논어 있다
개그 속에 논어 있다 



2011년 가을학기 수강하신 선생님들이다

이화엽 최은심 이옥선 윤명아 김미진 김은미 이승화 김미정 류지형
조정남 김은심 이영휘 이현주 박만호 안소상 이근성 양유미 김영순 김순임
김명희 김성미 김소옥 박오근 허정자 정영희 김은주 이영숙 함영규 이승희 김을순님
모두 감사합니다
 




수업에 오시는 분들은
이번학기 처음 오신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5~6년 혹은 7~8년은 넘으신 분들이다 
논어를 한번 완독하고 두번째 도전하는 분들도 있다

매주 화요일 수업시간은 짧고
한분한분 情은 깊다


공자의 儒學을 그동안 經으로만 읽었다
공맹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도산서원>과 <퇴계종택>을 방문하는 수업으로
선비 현장체험을 나섰다


늦은 가을비가 내렸다
'가을비는 내복한벌'이라 하더니
부산보다 안동은 훨씬 추웠다



칠판에 의지하여 강의실 수업만 하다
밖에 나가 내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처음에는 어색하여
모두 이리 피하고 저리피하고



그래서 몰래 멀리서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오히려 나를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신다









 

 







 




방문객도 없고 온통 희뿌연 비와 안개
사무사무 더 춥다




 




멀리 보이는 시사단만 덩그머니 떠있다




 







 




'헛제사밥'을 먹었다
제사가 철철이 많은 나는 밥이 조금 장난스럽다




 




'추로지향' 공자의 77대손 공덕성이
한국방문기념으로 남기고 간 휘호를
도산서원 표지석으로 세워놓았다



나는 어디에 가면 쫓아만 다녔다
특히 길눈이 어둡고 거리감각도 없다
그래도 그날은 모두 나를 의지하고 계시니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역사와 지명과 인물을 설명하는 꼴이라니....

칠판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칠판증후군을 실감한다


 

 



도산서원 입구에 '열정'
즉, 우물을 들여다 본다


'우물을 퍼올리듯 자신에 대한 학문의 길을 가라'는
주역속의 깊은 뜻을 퍼올리는 분들이다





 




어설픈 대장인지 도우미인지...
떠나기 전, 강의실에서 말했었다
"한문으로 쓰여진것, 질문하지 마시요"





 



회정씨 아픈 시간을 견뎌내고 먼길 동행했다
"아자 아자!"


 



봄이 멀어도, 인고의 세월은 꽃을 피워낸다
때 아닌, 매화꽃이다
퇴계선생은 유언에서
"매화 화분에 물주어라" 하셨다 하더니
우리가 바로 매화에 물주는 사람들인줄 어찌 알았는지
한송이 매화꽃으로 맞이 한다

 






 

'전교당'에서 누가 금기를 깨고 질문했다
옆에 써 붙여 놓은 것이 무엇이냐고

추석에 제를 올린 초헌관 아헌관 종헌관을 표기한
식순 즉 '홀기'이다 




 




<논어 에세이반> 일찍 핀 '매화 한송이' 같은 꽃이다
근 10년 세월, 목소리 없이 공부만 하더니
어느순간, 드디어 해탈했다
공부면 공부,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글이면 글
애교면 애교, 사진이면 사진, 오지랖이면 오지랖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낮이나 밤이나 불철주야
우리반을 위해 동분서주 바쁘다
김여사, 그녀가 없었다면
차가운 매화는 피었어도, 웃음꽃은 만발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철 모르고 일찍핀 꽃 한 송이를
보호하고 키우고,
반의 기강을 품위있게 바로 세우고
늘 우리반 학우들을 위해 법복입고 기도하고
맛있는 떡과 향기로운 차로
몸과 마음을 살찌게 하는 우리반 대표 김영순님
그녀가 없었다면
우리 학우님들 우정을 누가 보듬어 안을 수가 있으리오
십년 넘어 경영하는 초가집의 운치를
기와집 수준으로 끌어 올려주신다





 

 


이육사 문학관, 작고 문인들의 친필앞에서 계신 분
우리반의 롤모델이시다
부군과 나란히 앉아 수업하는 모습,

집이 아닌 곳에서 부부가 나란히 문화생활을 같이 할 수 있는 일,
 '논어읽기'다
그래서 나는 논어에세이반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천오백년전, 공자님이 원하던 세상도
바로 이분들처럼 나란히 할 수 있는 부부애였을 지도 모른다



 













 



 

현판이나 건물이나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는 않는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부산 처자들이 견딜만한 추위는 아니다
안동, 정말 춥다










 

 








 







 







 









 


이육사 문학관, 뒷뜰 '육우당'에 한번 가보자고 해도
추위와 다소 지루했던 문학관의 강의에 지치셨는지...
영휘씨 혼자 바쁘게 사진에 담았다




 



 

드디어 종택에 도착했다












대문 앞에 작은 화이트보드와 지우개가 있다
16대손 이근필선생님(1932년)께서 점점 귀가 어두워지셨다
필담의 도구다
답변은 선생이 하시고
질문하는 칠판이다



제 16대손 이근필 선생님, 반갑게 맞아주신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개보수를 할 수 없으니
스마트한 샷시를 할 수없어
비밀커텐을 치고 보온을 유지한다



내가 수업하는 강의실에서는
항상 수강자 훈장이 바로 마주서서
상견례처럼 예를 갖추고 수업을 한다


종손어르신을 뵈면, 차려 경례의 인사를해야 된다고 말했었다
우리 대표님이 구령을 붙일 사이도 없이
"어서 오십시요" 하면서 넙죽 꿇어 절을 하신다



 




우리 모두 어정쩡 놀라
황망하게 엎드렸다



 







 









 


우리는 부산 해운대도서관 에서
<논어>를 읽고 있는 학생들이라고 필담을 시작했다

필담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어
몇년전 방문했던 사진을 펼쳐보이며

며느님 '이주현'여사에게 전화를 드렸더니
요즘 남편 이치억(17대 손, 1975))와 아들 이이석(18대손, 2007)
그리고 그사이 아들하나를 더 낳아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직접 대접해드리지 못하여 죄송하다고 하더라는 말씀을 전했다



 






 

 




선생님 하고 저하고는
이미 나란히 앉아 사진박았던 사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우리팀들 호호 하하 넘어간다








 

 

 



2010년에 타계하신 15대손 이동은 옹의 사진






안채에 들어가 며느님과 손자와 같이한 사진
역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시다
18대 이이석군을 보는 눈이 금새 젖으신다





 





역시, 책한권보다 백마디 말보다
사진한장이 주는 메세지는 강하다

금세, 마음이 풀어지신듯 활짝 웃으신다
그 틈새를 노려 얼른 두손으로 손을 잡아드렸다
나는, 남자손은 적극적으로 내가 먼저 잡는다




 

 






 




 

 

 




부산퇴계학연구원 이사장님, 박약회 서울 회장님으로 계신
이용태회장님(15대 故이동은 의 맏사위)이 쓰신
<밝은 내일을 위하여>를
우리 전원에게 선물해 주셨다



















 

 



우리는 모두 박문약례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라고 하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여태까지 80평생을 살면서
종택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다

그중 논어를 읽는 사람들이 찾아온 것은
일본사람들이었으며, 한국인은 처음이다

일본인들은 종손어르신 앞에서
논어책을 펴놓고 소리내어 읽더라고 했다

이 감격스러운 말씀에 
우리 논어반 사람들은 
"우리도 할 수 있다"며 환호성을 질렀는데
귀가 어두워 들으셨는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힘껏 치는 박수는 보셨다 



 

 











 

 





'造福' 조복, 조복을 펼쳐보이셨다
종택에 방문하는 이들을 위하여
하루에 200장씩을 매일 쓰신다고 했다
요즘들어 팔에 힘이 없어 100장 정도를 쓰신다며
우리 논어도반들에게 휘호해주셧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라
복은 스스로 짓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씀해 주셨다

직접쓰신 글씨도 글씨려니
그 귀한 말씀 마음에 새긴다

오늘도 복짓는 하루가 되기를 기원하며


 



또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시라는
인사를 드렸다

 

우리반에 이현주양(?)이 있다
아이엄마지만 연세(?)가 가장 낮아
철학이 연륜만큼 깊은 논어반을 견디겠는가 싶어
본관을 물어 본적이 있다
'진성이씨'라고 했다


그때부터 지각을 하거나 수업시간에 잡담을 하면
명문가 퇴계후손이 그러면 되느냐고 놀리곤 했었다

퇴계종택으로 체험학습을 간다고 하니
종손께 자신을 꼭 소개 시켜달라고 했다



방문 기념사진을 찍기직전
이현주를 불러놓고 필담을 시작했다



이 앞에 있는 처자는 '진성이씨'라고만 썼는데...

 



종손 어르신 입모양을 보시라

바로 "아~!" 하시며 놀라신다



 


바로 아버님 성함이 뭐냐고 물으셔
다시 현주에게 물어 칠판에 쓰니

 

순식간에 현주손을 덥썩 잡으시며
"반갑다" 하신다


와아~
나도 나의 성 '문화류'에 대한 자부심이 하늘을 치솟지만
이순간, 진성이씨 종친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일가' 일가라는 것이 금방 하나가 된다



 




헌주씨도 감읍하여 어쩔줄 모르고
얼굴빛이 추위를 한방에 날리는
화롯불빛이다



 





서로 손을 놓지 못하더니
종손 어르신 이성을 찾으시고 머쓱해 하신다


이현주양에게 나는 단디, 일렀다
그럴수록 진성이씨는
"겸손해야 한다"

ㅋㅋㅋ 질투심에 불타는 멘트다



 








 

그리고, 나는 본분을 까먹고 또 장난기가 발동했다
우리반을 인솔해간 선생이라는 여자가
 'V'자 긋고 짓이 났다


ㅋㅋ 품위를 지키자
정신차리자













 

김영순 박오근 허정자 최은심 조정남 김은주 김미진 김은미
이회정 이승희 이현주 운명아 이옥선 오막선 양유미 이영휘 박수정 선생님들
그날 함께 해주신, 그리고 베풀어 주신 따뜻한 마음 고맙구요

부득이 '퇴계의 향기'를 찾아 떠나는
선비체험 문화탐방에 참여못하신 님들
저희만 즐거워서 죄송해요




















종손 어르신도 우리 모두도 건강하기를 바랍니다








 

 




위의 사진은 <도산서당> 입니다
우리들이 공부하는 강의실을 도산서당이라 여기며
내년 새봄 새학기에 뵈요


모두모두 건강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