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

황산은 안휘성 휘주安(徽城 徽州)에 있다. 과거에는 소금상인으로 부를 누렸다고 하나 부자들이 근거지를 항주로 옮기고 지금은 소박한 농촌이다. 비행기 타고 핫비合肥공항으로 갔다. 택시는 ‘晩’자를 쓴다. 벼는 이모작을 하고 산등성이마다 차밭이 있고 밭에는 목화와 하얀 소국(국화꽃)이 환하게 피었다. 황산 밑에 숙박.

‘황산에 오르니 천하에 산이 없더라 (歸來黃山不看岳)’ 라는 말처럼 수묵화의 신비로운 산봉우리와 여백이 살아 숨 쉰다는 황산! 새벽부터 설쳐 케불카 타고 산에 오르니, 헌량콰이! (청량함) 헌수프! (쾌적함) 늦가을 날씨처럼 서늘하다. 완전한 천연 콩티아오 (에어컨). 산책로는 모두 돌계단으로 되어있다. 이까짓 것쯤이야 슬슬 얕잡아 보고 걷기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다.

까얼푸(골프)로 몸짱을 만들었다는 의호선생님 다리 뭉치기 시작. 주말마다 등산으로 몇 년간 트레이닝 했다는 홍아샘 다리뭉치기 시작. 나의 남편만 싱싱하게 잘도 걷는다. 산에 가면 늘 민폐만 끼치는 나는 중국체질인지 아직은 견딜 만하다. 황산 정상 ‘北海飯店’에서, 맨몸으로 등지게 지고 음식재료들을 나른 짐꾼들이 있어 점심뷔페식이 특혜나 받은 듯 감사하다. 온 발아래가 구름의 바다 ‘雲海’다 어디 신선이 따로 있겠는가. 좋은 사람들과 좋은 곳에 있는 시간.

“왜 이리 인생이 멋진 거야” 북받치는 “헌까오씽” 이기지 못해, 김샘 홍샘(음악전공) 두 분이 듀엣으로 소프라노 엘토의 선율, 황산의 메아리도 감동받아 화답하는 경이로움 괜히 벅차 눈물이 난다.

행복행복 누릴 사이도 없이 청량하고 맑던 날씨는 어디가고 갑자기 산중에 장대비! 부랴부랴 걸어도 빗물에, 아~ 나는 ‘실루엣 선녀’가 되다. (덥다고 속옷을 입지 않은 나는 神農氏의 딸 ‘요희’ 런가. 아침이면 멋진 구름이 되어 산위를 휘젓다가 저녁에는 골짜기 찾아들어 외로움을 달래는 불꽃같은 ‘雲雨之情’을 즐겼다 하더니만… 정신 차리고!) 황산 청소부 순발력 있게 우비장사로 변신했다. 쫄딱 비 맞은 꼴에 흥정해볼 사이도 없다. 체온이라도 보존해야하니. 근데 뭐야! 입은 지 10분도 안되어 비 뚝 그치고 햇볕은 쨍쨍. 밑에 내려와 정말 맛없는 무늬만 한식으로 저녁 먹고 발마사지. 고놈들! 작은 놈들이 중국말로 말 시키니 신이 나서 꾹꾹 잘도 누른다.



*  2007년 8월에 다녀온 곳입니다.
어느 까페에 올렸었는데, 사진이 다 날아가버려 정리하다가
이곳에 올립니다.


아직   2008-10-27 02:37:42
선생님 황산 너무 가보고 싶어요 ^.^ 짝지랑 같이 가볼려고 남겨 뒀어요
류창희   2008-10-27 08:18:08
맞아요.
아직님, 아직 한살이라도 젊을 때
꼭 짝지랑 가서
구름과 물 안개 자욱한 계곡에서
요희처럼 '雲雨之情' 나누세요.
호수아빠   2008-10-27 10:38:28
길음동 어머님과의 약속시간이 이제 두달 남았네요. 황산도 좋고 동산도 좋고.......
앵두   2008-10-30 14:55:40
선생님은 어찌이리도 글을 잘 쓰시는지요?
류창희   2008-11-03 09:47:12
앵두님^^
글 아니고요.
앵두님과 마주앉은 듯이
이야기 나누는 중입니다.
이 세상에서 한번 만나는 인연들
전 앵두님처럼 아름다움 님들과의 만남이
이세상에 태어난 보람입니다.
붉고 통통한 앵두님의 모습을 생각하며...
상큼한 하루! 또 시작합니다^^*
불타는 로라   2008-11-03 17:55:32
와1 나도 그 곳에 가고 싶다.
근데 보라색 티 입은 구여운 아저씨가 창희님 '말뚝'?
류창희   2008-11-04 16:53:34
호수아빠
따뜻하고 많이 안 걷는 곳으로
작전짜야겠네요.
울엄마 가고 싶은 곳으로....
류창희   2008-11-05 09:06:29
오예~
불타는 로라
훨훨
요즘 장작불인가봐요^^
뜸해서스리~

보라색 귀여운 아저씨!
30년전, 그렇게 마음 설레이며
콩닥콩닥 가슴 떨리게 하던 남학생입니다.

지금?
지금 떨림은 없지만
무지 편안하답니다^^*

내말 무엇이든 잘 들어주니...
이미자   2008-11-13 17:52:25
중국하면 젤루 가고싶은곳이 황산이었는데 다른곳은가보고 아직못갔어여~
오랫만에 선생님카페방문해서 좋은구경하고 갑니다~꾸우벅
류창희   2008-11-13 21:08:50
이미자님
꼭 남편하고 가세요.
그래야 요희처럼
운무속에서 '운우지정' 나눌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