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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내년에는 절대 안 해야지 다짐한다.
결심굳게 있다가도
그 시절이 되면
짓이나 그예 또, 일을 낸다.
어느 해는
오지 항아리에 담아
한지로 항아리 아가리를 붙이고 퇴계의 시 한수로
겉멋을 내다 매실들을 다 기절시킨적도 있다.
'봉함을 뜯었다. 매실들이 쪼글쪼글 액은 다 빠지고 씨와 껍데기만 남았다.
건더기를 다 건져냈다.
어쩜 내 인생도 요렇게 성공적일 때가 다 있다니 신통하기도 하지.
흥에 겨워 국자를 휘휘 젓는데….
‘이 무슨 조화일까’ 아직 비녀와 옷고름은 풀지도 못한 채 속곳부터 벗기려 했는가.
설탕이 몽땅 기진맥진하여 항아리 밑바닥에 굳어있는 것이 아닌가.
밤마다 실랑이만 벌이다 날이 밝은 게 틀림없다. <매실의 초례청 중에서>
어느 해는
매실 짱아찌를 담는다고
앉은 자리에서 10 Kg를 6~7시간 여섯조각으로 알알이 칼로 져민 적도 있다.
어깨와 손목이 아파 '매실'에 질린 적도 있다.
올해는 5키로씩 나눠
술 한항아리, 즙 한항아리 담았다.
실제, 우리 가족은 잘 안 먹는데....
해마다 가족들에게 구박을 받으며
짓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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