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김국자 선생님께서 PEN문학상 타시다

류창희 2014. 12. 19. 12:20

 

2014년 PEN 문학상

수필부문 김국자 선생님

 

 


 

 

 

 

 


 

 

 

 

고등학교 때 은사님이시다

에세이 문학에 등단하고 알았다

 

 

 

 

 

 

<<들리는 것, 들리지 않는 것>>

책 속에

내 책 <<매실의 초례청>> 평이 들어 있다

 


 

 

 

 

 

 


 

 

 

 

 

 

 


 

 

 

 

 

 

 


 

 

 

 

 

 

 


 

 

 

 

 

 

 


 

 

 

PEN문학상을 타시는 자리에

한 걸음에 서울까지 달려갔다

남산 '문학의 집'

축하연 자리는

퇴계로 '오발탄'에서

나는 그 맛을 너무나 좋아하지만

비싸서 먹지 못하는 '곱창구이'

실컷 먹었다

 

 

선생님께서 써 주신 평 전문을 올린다

 

------------------------------------------

 

 

()과 한()의 문학

-류창희의 수필집 매실의 초례청읽고

 

김국자

 

1) 서문

 

류창희는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될 사람이다. 그는 글을 써야만 했다.

무의식 속에 깊게 가라앉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그는 그리움을 만나기 위해서 글을 쓴다고 했다. 그리움은 그녀에게 어떤 한과 같은 정서를 남겨 주었다. 그녀는 마음의 곳간에 차곡차곡 넣어 두었던 그 정()과 한()을 울컥울컥 글 속에서 토해 내야만 했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그리움을 담백한 수묵화로 표현했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그리움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리움은 나에게 어떤 한 같은 정서를 남겨 주었다.

-<그리움은 수묵처럼 번지고>에서

 

<발한(發汗)>에서 작가는 글을 써야 하는 이유를 또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난 발산해야 한다. 자신을 누르며 자신의 마음을 안으로 숨기며 외부와 타협할 게 아니라, 싫은 것을 싫다고 하고 힘든 것을 힘들다고 말해야 한다.

좁은 소견머리로 궁리하느라 두통을 앓고, 가슴에 묻어 삭히고 발효시키느라고 썩어 문드러지게 한 비위도 구곡간장도 이젠 지쳤다. - <발한(發汗)>에서

 

 

2) 문장에 대하여

 

문장은 평이해야 한다. 읽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것은 자연스러움이고 소박함이다. 아름다운 문장이란 예술적인 감각으로 격이 있으면서 그 속에 깊은 뜻을 지닌 문장이어야 한다.

문학은 어어의 예술이라고 한다. 류창희의 글에는 예술적인 기교가 있다. 찻잔 속에 피어나는 산구절초처럼 그녀의 문장은 무척 감각적이다.

 

나는 찻상을 앞에 놓고, 가을날 잘 말려 놓은 산구절초 서너 송이를 이 기사 찻잔 속에 띄웠다. 콩 벌레처럼 움츠리고 있던 꽃송이들이 따뜻한 물을 부으니, 기지개를 켜듯 서서히 피어난다.

 

숲에서 솔바람이 불어오면, 푸새한 하얀 이불 홑청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바지랑대가 안간힘을 쓰고, 고추잠자리가 빙글빙글 돌다가 어지러운지, 바지랑대 꼭대기에 올라앉아서도 흔들거린다.

-<아지매여 꽃이 이었소>에서

 

<아지매여 꽃이 피었소>는 작가의 감각적이면서 관조적인 스케치가 돋보이는 글이다.

배가 불룩한 오지항아리는 매실의 초례청이다.” 매실 담은 단지에서 초례청을 끌어내는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감각적인 묘사력은 신신한 충격을 준다.

류창희의 글은 리듬 속에서 속도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고, 문장에 품격이 있으며 감각이 신선하다. 또한 문세(文勢)가 힘차다. 만장비폭(萬丈飛瀑)이 쏟아지는가 하면 양양(洋洋)히 굽이치는 물줄기가 작가의 가슴속에서 넘쳐흘러 줄거리를 이어 가는 기세가 어디로 갈지 모를 만큼 줄기차다.

만물은 평형을 얻지 못하면 소리가 나게 된다.” <불평즉명(不平則鳴)>이라는 중국의 대 문장가 한유(韓愈)의 글을 인용하여 풀어나가는 필력이 문장의 품격을 보여준다.

한편 그의 글은 융숭함과 겸허함 속에 유머가 번득여 읽은 이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그리고 감동을 준다. 수필의 웃음은 소리 없는 웃음이라고 한다. 작가의 재치가 문체에서 은근히 풍겨 나오면서 독자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한다.

 

밤늦도록 4B연필과 씨름하다 돌아오면 굴뚝 강아지처럼 얼굴과 손이 새까맣다.

- <고리>에서

 

남은 집 아이들 100점 맞았다고 자랑할 때, 우리 집 두 아이 점수 합계가 100점이면 마찬가지라며 남편과 나는 여유를 부렸었다. -<너도 풀꽃과>에서

 

어머님, 죄송해요. 도 아들이에요.”

나도 못 낳은 딸을 네가 무슨 수로 낳는단 말이야.”

고부간에 손을 잡고 같이 울었다. 분만실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다른 보호자들로부터 별꼴의 눈총을 받았다.

-<민지>에서

 

명색이 중인데 죽고 나서 사리 안 나오면 쪽팔리잖아요. 그래서 냉면 사리 엄청 먹어요.”

-<감추어 두시겠습니까“?>에서

 

남편의 민둥산 같은 머리에 약을 바르면서 펼쳐 나가는 <속알머리>는 유머 감각이 물씬 풍기는 글로 소갈머리라곤 없다.”라고 딱 잘라 버리는 결미가 일품이다.

그의 글 밑자락에는 그리움이 깔려있다. “나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의 방이 없다.”라고 담담하면서도 단호하게 아버지의 부재를 말하지만, 그 비어 있음의 회한이 그리움으로 변하여 문장 속에 녹아 있다.

 

우리가 아버지 부재중에 울타리 없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어느새 마음에 물결이 인다. 까닭 없이 잘 우는 버릇도 그 호수의 수심이 깊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아버지가 그립다.

-<아버지의 방>-에서

 

3) 인간적인 향기

 

작가는 지금까지 숨겨 왔던 자기의 가족사를 어렵게 털어놓았다. 바로 그 고백이 수필의 힘인 것이다.

나의 마음속에는 아버지의 방이 없다.”고 고백하지만, 결미에서는 온화한 마음으로 아버지의 방을 마련해 드리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그 방을 데울 장작개비를 모아보자. 속 좁은 소견머리로 여력이 없다면 생솔가지면 어떤가. 잘 타지 않아 매캐한 연기로 눈물이야 나겠지만, 자꾸자꾸 군불을 때다 보면 아버지의 온기를 느낄 날도 잇지 않을까.”며 마침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실토한다. (<아버지의 방>)

그녀는 선산 밑에 한 마을을 이루고 사는 집성촌에서 태어났다. 남자가 방 안에서 두 번 절할 때 여자는 문밖에서 네 번 절하는 집안에서 성장했다.

자신의 마음 밭이 엉망이라고 닦달하며 매일 호미를 들고 김을 매며 고달프게 살아온 날들이 알고 보니 나를 키우는 밑거름이었음을 깨닫는다. 강인한 뿌리를 껴안고 풍성한 풀숲으로 성장한다. 그 후 결혼하여 사는 모습을 보니 시댁은 더했으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았다. 5분 거리 안에서 시부모님을 중심으로 아들 셋이 다 모여 살았다. 집안을 이끌어 가는 맏며느리는 아니지만, 시댁 일에 근무하듯 빗금 치며 살았다.

새댁 어른이 울안에 매화꽃이 피기 시작하면 친지들을 청하여 봄을 아끼는 모임 석춘회(惜春會)’라는 마당놀이를 즐기시는 날, “! ! 방긋방긋 웃으며 종종걸음친 날 밤이면 녹초가 되어 그냥 길게 오래도록 잠을 자고 싶었다.” (<사월의 빛깔>)

녹초가 될 만큼 시어머니 밑에서 훈련을 받고 배웠다. 힘들었던 만큼 배움이 크다는 것을 그의 글에서 엿볼 수 있다. 시어머니와의 22년의 세월이 작가에게는 크게 성장한 소중한 세월이었다. (<우담화의 제문>)

화장기 없는 민얼굴에 단발머리, 모양도 색도 없는 무명 쌀자루 같은 원피스를 입고 발바닥이 땅에 닿을 정도의 낮은 가죽 샌들을 신었었다.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는 채 생긴 그대로의 모습, 본바탕이 그렇게 생겨먹었다.”(<풀꽃 꽃병>) 풀꽃 여인은 본인이 그린 자화상이다.

쉽게 살 수도 있으련만 스스로를 단속한다. 남한테는 한없이 너그러운 척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고집이 있다.”(<빗금>)

외모와는 달리 <빗금>에서는 자신에게 철저하면서도 겸허한 작가의 마음이 엿보인다. 그리고 냉철한 머리와 번득이는 지혜로 험한 세상을 늠름히 헤쳐 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향내가 난다.

 

 

4) 결미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으면서도 수필답게 써 보려고 하면 수필처럼 어려운 것도 없는 것 같다. 수필이 문학이가 되기 위해서는 작가가 어떤 소재를 보고 거기에 깃들여 있는 심미적인 가치와 철학적인 의미를 찾아내어 예술적인 표현으로 형상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듬어진 문장 속에 주제가 은은해 깔려있어야 독자의 가습에 닿아 감동을 주면서 비로소 한 편의 수필로 태어난다고 본다.

좋은 수필에 필요한 요소로 오() () () () () () 등 여섯 가지 맛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깨달음이 들어 있고, 또한 그것이 독자에게 어떤 감동을 주어야 한다.

사실 좋은 수필 쓰기는 정말 어렵다. 좋은 수필을 쓰려면 해박한 지식을 쌓기 위해서 많이 공부해야 하고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품위 있는 인격과 올바른 인생관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작가 류창희는 이런 면에서 여러 사람의 모법이 될 정도로 힘써 노력하고 끝없이 정진하는 사람이다.

할아버지의 ~하며 글 읽는 소리를 듣고 혼자 경서(經書)를 읽어 가며 대학에서는 중국 문학을 전공했고 유학(儒學)대학원에서 자신의 실력을 닦아서 부산 시립도서관에서 논어를 강독할 만큼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녀의 글에서는 고전의 향기가 난다. 고문에 대한 해박함이 글의 제목에서도 나타난다. <화양연화>, <불평즉명>, <온독이장> 등 쉽게 접할 수 없는 제재들이 보인다.

수준급인 그의 붓글씨 솜씨를 엿볼 수 있는 다음과 같은 글도 눈에 띈다.

 

온기를 부러워하며 먹을 갈았다. 덜 갈면 비 맞은 대파가 되어 번지고, 너무 되직하면 수확시기를 놓쳐, 잎끝이 타들어 가는 마늘밭이 되었다. 무조건 신이 나서 많이 치다 보며 청보리 이랑이 넘실거리고, 소심하게 살살 긋다 보며 모내기를 막 마친 모 싹처럼 힘없는 무논이 되고 마니.

-<초사란>에서

 

작가 류창희는 시어른을 모시면서 폭넓은 삶의 지혜를 얻었고, 논어를 강의할 만큼 해박한 지식으로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는 자질을 갖추었다. 이런 것들이 밑받침되었기에 오늘날 힘찬 필력으로 독자를 이끌어 나가는 우수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해 본다.

 

-에세이문학2008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