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제주, 김영갑갤러리

류창희 2013. 2. 22. 18:31






 








 

 

 






 

 













 













 



 

 







 












 





 

 

 



 

 










 













 





 




 










 































<몰입>


나는 무엇에 몰입할 수 있을까.
어느 날, 동희씨가 책을 건네주면서 그곳에 한번 가보라고 했다.
책은 읽는 이의 취향이다. 얼마간 책상 위에서 뒹굴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의 주인공 사진작가 김영갑,
그는 그 섬에 있었다. 한라산의 옛 이름이기도 한 ‘두모악’은
그가 절박으로 빚어 만든 ‘김영갑 갤러리’다.
그는 한라산 자락에 핀 꽃이다.


여느 꽃처럼 서서히 시들지 않고,
송이째 “툭” 저를 버린 동백꽃이다.
그러나 동박새는 모른다.
선홍빛 울음이 묻어나는 동백꽃을 피우기까지 김영갑이 견뎌낸 고통의 시간을….
눈비 바람 가뭄 혹한과 무더위를 기억하지 않는다.


‘이젠 끼니를 걱정하지 않는다.
필름 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형편이 좋아졌다.
그런데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 없다.
루게릭병으로 침대에 누워 ‘무언가에 몰입할 수 없는 하루는 슬프다.
병이 깊어지면서 삼 년째 사진을 찍지 못하고 있다.’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의 절규는 차라리 간절한 기도문이다.


나도 가장 힘든 시간에 수필을 썼다.
어머님의 병시중을 들며 병원 계단에 앉아 글을 썼고,
일하러 다니면서 길거리에 서서 글을 썼다.
지금은 몸도 마음도 평상심을 찾았는데 한눈을 판다.
내 글이 평론가에게 인정받는 글이 아니라도 좋다.
앞집 꽃잎이 엄마가 눈물을 글썽일 수 있는 진솔한 글이면 충분하다.
글 쓰는 사람은 글로 이야기하면 그뿐이지,
일일이 독자들을 찾아다니면서 부연할 수야 없지 않은가.


김영갑은 말로 설명할 수 없기에 사진으로 표현한다고 했다.
절정의 순간은 찰나에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더 황홀한지도 모른다.
화가 모네는 아내 <카미유의 임종> 앞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주검의 빛깔에 몰입한다.
김영갑은 자신이 모네가 되고 카미유가 되어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삶을 셔터로 누른다.

‘나는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궁금해 사진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아름다운 세상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가 본 세상, 아름다운 세상은 무엇인가.


화가는 삶을 화폭에 담고, 음악가는 삶을 오선지에 담는다.
나는 어떤가. 원고지보다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더 자주 만지작거린다.
삶 앞에 온 힘을 다하는 진정성, 나는 그 몰입의 섬에 갇히고 싶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책리뷰 : 에세이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