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꽃집 앞
류창희
2011. 10. 9. 19:41
아파트 입구에 꽃집이 있다.
가게가 딸린 집은 아니고
겐츠 빵집앞에 노점상이다.
가게가 딸린 집은 아니고
겐츠 빵집앞에 노점상이다.
그 앞을 지날때면
잠시씩 멈춘다.
아침에 나가면서 꽃 두단을 사서 맡겨놓고 갔는데
돌아오면서 찾으려고 하니
꽃 아주머니가 없다
할수 없이 빵을 사서
빵집에서 내놓은
탁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그 재미 또한 꽃을 바라보는 것만큼
맛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도 보고 인사도 한다
조금 방해를 받아 귀찮기는 하지만
꽃과 빵과 원두커피가 다 좋다
그러다 만난 어느 예쁜 어르신
84살이라고 하시는데
혼자 빵과 노천 커피를 즐기고 계시다
몇분 만에 의기투합
1.4후퇴 때 혼자 신의주에서 넘어와
이화여대 복지과에 입학하여
부산에 정착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소설이다
이대의 김활란여사 박마리아 윤보선대통령의 영부인들의 이야기다
할머니의 이야기속에는 격동의 역사가 다 있다.
2년전, 의사인 남편을 먼세상으로 보내드리고
그 추억을
가을볕에 나앉아 빛바래기 하신다
꽃 아주머니 점심먹고 오셔서
초면의 할머니와 몇시간째 이갸기하는 나를 신기해 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그 할마시 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 재밌어요?"
"어이구~ 지금 혼자 사신다잖아요
옛날에 혼자 이북에서 넘어 오셨다잖아요"
나는 그 할머니에게
"그래요~
그러세요~
어머! 그랬구나!" 만 계속한다
일주일을 시간단위로 뛰다가
토요일 오후의 휴식이다
여태까지는 빵을 살까 과일을 살까만 생각했다
요즘은 밥 한끼 라면으로 때우고
꽃을 산다
우리집도
며느리 영근이 집도
꽃집 아주머니가 있어
해바라기처럼 가을볕이 따듯하다
이번주는 향기 그윽한 국화를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