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끌림 (수녀님이 있는 바다 풍경)

류창희 2009. 10. 4. 00:19




출근 길,
광안리 은빛 바다옆을 달리다가
멈짓, 차를 세웠다.
그리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오월의 햇살, 반짝이는 바다,
하얀 바닷가에 한 수녀님이 걷고 있었다.





하늘에 천사가 있다면
바닷가에 한 수녀님이 있었다.
그림 같은 풍경에 끌리어,
멀리, 차안에서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았다.

바다와 하늘과 회색 수녀복과 흰두건
수녀님은 혼자 천천히 걸었다.
문자를 보내는 것도 같았고
서다 걷다 때로는 멈춰서서 바다를 바라보다 조가비를 줍는 것도 같았다.







참으로 색다른 광경이었다.
아침바다를 혼자 산책하는 수녀님은 어떤 분일까.
감성 짙은 소녀수녀일까.
또는 무슨 사연 있을까.

삼삼오오 바쁜 걸음으로 다니는 수녀님만 보았지.
저렇게 호젓하게 홀로 느린걸음으로 ...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선뜻 다가가기에는
찻길과 바다가 너무 멀었다.
출근 시간이 임박하기도 했지만,
다가가면 그 분께 방해가 될것만 같았다.
그모습 내모습과 겹쳐 마음에 담았다.

해운대도서관 논어수업에 갔다.
'스승의 날' 행사를 한다고 은미씨가 나와 꽃다발을 줬다.
그리고 다 같이 일어서서 숙연하게 '스승의 날'노래를 불렀다.

나는,
스승도 선생도 아니라며, 수업시작하기 전,
장영희님의 '괜찮아'를 답례로 읽어줬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광안리에서 본
'어느 수녀님의 모습'을 이야기 했다.

이시대의 진정한 스승은 바로 이런분들이라며 ...
장영희교수와
투병중이신 이해인수녀님을 이야기했다.
누군가 질문을 했다.
수녀님은 건강하신지, 지금 어디에 계신지?
다같이 '괜찮다" 힘내라는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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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와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나 : "수녀님, 류창희입니다 오늘 오전 광안리 바닷가 걸으셨나요?"
잠시후, 문자가 왔다.
수녀님 : "네- 사월말 부산와 지금은 피정중인데
죽은 '장영희' 생각하며 아침바닷가 갔는데 보셨나요?"
나 : "예, 수녀님, 그렇게 걷고 계시니, ... 참으로 고맙습니다."






(작년 08년 6월 4일 수녀님 생신날 찍은 사진)

이해인 수녀님
수녀님 서울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
냉면 먹다 만나서 사진 찍던 그날처럼,
환하게 웃으며 우연히 마주치고 싶다.


09년 5월 13일 수요일


류창희   2009-05-15 16:54:22
나는 사진을 찍고
수녀님은 故장영희의 '추모시'를 쓰고 계셨네요.
부전   2009-05-16 08:42:08
아름다눈데 눈물이 나요
류창희   2009-05-19 16:19:05
눈물도 잘 흘리면 꽃이 된다고
이해인수녀님이 '눈물꽃'을 노래했어요.
맑게 울면 마음도 눈도 맑아져요.
에세이   2009-05-19 16:24:41
김윤정 - 수녀님이 걷고 있는 바닷가도 멋지고, 세 분 웃는 모습이 너무도 편안하여 저도 웃음이 절로 납니다.....^^* 09.05.14 16:52
류창희 - "예쁘게 찍어줘요" 그러시더라구요. 그래서 웃었어요. 모두 편안하게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09.05.15 08:03

서장원 - 이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있나요. 어떤 각본에 의헤 짜여진 작품만 같네요. 그야말로 끌리네요. 09.05.14 22:51
류창희 - 달리는 차속에서 '그 장면'에 끌리어 정지할 정도로 아름답더라구요.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았답니다. 09.05.15 08:04

서장원 - 류창희선생님, 지난번 에세이문학 시상식때 완료추천 상 받으려고 옆자리에 혼자 앉아 있던 서장원입니다. 그날 선생님의 멋진 재치가 지금도 선하네요. 09.05.14 22:52
류창희 - 아하 서장원선생님이 그분이셨군요. 지금도 바로 옆에 계신듯 09.05.15 08:05

김경애 - 류창희님, 멋진 사진입니다. 포착하는 센스도 좋구요. 09.05.15 00:35
류창희 - 느낌이 순간! '풍경' '광경'에 압도 되고 말았습니다. 09.05.15 08:06
김경애 - 고민하시는 수녀님인가 했더랬습니다. 09.05.15 10:28
에세이스트   2009-05-19 16:29:10
조정은 - 정말? 이해인 수녀님이셨군요. 적요한 풍경입니다. 09.05.14 11:01
류창희 - 저도 몰랐습니다. 그 풍경이 하두 예뻐 차 세워놓고 한참을 그렇게 바라봤습니다. 09.05.14 18:01

귀걸이 - 철이 들었는가 보다. 배가 불둑한 수녀님이 우습지가 않고 왜 눈물이 나오려는지. 09.05.14 12:15
류창희 - 그러게요. 그래도 추기경님도 보내드리고 김점선님도 보내고 장영희님도 보내드리고, 우리 곁에 계신것만 해도 ... 09.05.14 18:02

정호경 - 울고 싶은 사람은 울어버려야 배가 들어갑니다. 09.05.14 14:57
류창희 - 그래서 정호경 선생님은 똥배가 없구나. 잘 울께요. 잘 울어야 눈물도 '눈물꽃'이 된다고 해인수녀님이 시로 쓰셨습니다. 09.05.14 18:05

안동댁 - 류창희샘 축복 받으셨네요. 그런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시다니.. 09.05.14 15:10
류창희 - '축복' 맞아요. 축복이죠. 참 근데 , 안동댁 안녕하시죠? 09.05.14 18:07

심정 - 이해인수녀님과 류선생님이 연이 있나봅니다. 지나가다 찍은 사진 한컷이 평생 간직할 애장품이 되었으니........ 09.05.14 16:09
류창희 - 그날 꿈을 꿨어요. 바닷가에 문어 몇마리와 전복이 있었는데, 제가 커다란 전복을 두손으로 가져나왔어요. 전 딸 낳는 태몽인줄 알고... 남편에게 합방하자고 했는데.. 먼발치 해인 수녀님을! 09.05.14 18:11

정승미 - 회색 수녀복이 바다빛깔과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름다운 인연에 찡해지네요. 09.05.14 17:25
류창희 - 그러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수녀복 디자인과 빛깔 그리고 바다입니다. 그 광경 실제 봤다면 승미님도 매료되었을 텐데... 09.05.14 18:13

김대원 - 의미있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16-17일 부산에서 베트남 땅 맹호사령부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들이 모였습니다. 부산까지 갔으니 전화라도 한 통 드릴까 하다가 그냥 왔습니다. ㅎㅎㅎ. 09.05.14 23:53
류창희 - 다음엔 전화나 문자 주세요. 그래야 광안리 해변가에 발자국 남거든요 09.05.15 08:00


영희를 보내며

이해인

그대가 어느 봄날
나에게 그려준
순정만화의 주인공처럼
맑게 밝게 순결하게 살아온 영희

'수녀님의 축시를 받기 위해
결혼을 할까보다'라고
웃으며 고백했던 영희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명랑소녀'로
씩씩하게 살아가자
함께 약속했던 영희

이렇게 먼저 가버리면
어떡하냐고 원망하는 나에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다 말고
'미안해요!' 하며 잠시 뒤돌아 보는 영희

그대가 남기고 간
글속의 향기속에
슬픔 중에도
위로를 받으며
그리움을 달래네요

'잘가 영희야,
그리고 사랑해!'
나직이 말하는 나의 곁에
어느새
꽃을 든 천사로
꽃을 뿌리는 영희

오늘은 영희를 생각하며
바닷가에 나가
영희의 세례명인
마리아! 를 크게 부르겠어요
수평선에 눈을 씻으며
늘 푸는 엄마 성모님께
영희를 잘 부탁한다고 기도할게요
이 세상에 영희를 닮은
희망의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아름다운 세상이 올 수 있도록
영희와 함께 기도 할게요. 안녕!

2009년 5월 13일
부산 광안리
바닷가 수녀원에서


* '민들레의 영토'에서 수녀님 시를 베꼈습니다.


오드리   2009-05-22 18:33:48
마실왔다가 차나 한잔 마실가 하다가 차보다 훨씬 향기로운 시와 귀한 사진으로 마음을 씻고가네요. 연화님 마음 또한 맑고 높아서 수녀님 거니는 장면도 눈에 잡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류창희   2009-05-22 23:29:34
시간이 많이 갔어요. 5월이잖아요.
저보다 제 짝지가 가끔 '오드리님'은 잘 있어?
물어봤는데... 제가 좀, 쫌, 그랬어요
지금은 마무리 단계로 이제 차분해 지려고요
모란도 장미도 지고 있어요
신록이 왕성해 지겠지요
무성보다 연록이 좋은데... 세월을 붙들어 둘 수 없으니
오면 또 맞이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