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창선 아라클럽
이태리 출신 오드리에게서
삼천포 아라클럽에 갈건데
오지 않겠느냐는 카톡이 날아왔다
헐렁한 잠옷 파자마 하나 싸가지고
석양이 아름답다는 남해 창선다리를 향해
훗딱! 떠났다
어찌 그리 떠남이 쉽느냐고?
혼자,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도
혼자,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도
혼자, 밤잠을 자러가는 것도
초행이다
- 아라클럽 잘 찾아왔습니다
보름달빛이 억수로 곱네요 -
- ^^ ^^ ^^
축하합니다
대견한데요
즐거운 시간되시길 -
나와 짝지와 주고받은 카톡 내용이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아라클럽에 도착하자마자
둥근달이 '뭉떵' 떠 올랐다
점점 달빛이 바다로 스며드는데
물비늘처럼 반짝인다
아라클럽은
천하부부 (조선닷컴 블로그) 소리울 하태무님의 집이다
지중해풍이다
꼭, 이태리 아말피 포시타노 마을처럼 예쁘다
아니, 그보다 한산하여
연인들 숨어들기 알맞다
4시간 걸려 서울에서 온 오드리
3시간 걸려 부산에서 간 화양연화
주인장 소리울 선배
오드리와 화양연화
101호 전망좋은 방에서
달빛을 받으며 잠들고, 햇살을 받으며 일어났다
천하부부가 손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 소쩍 몇 계절을 활짝 활짝 웃은 모습이다
오드리와 캄캄한 밤에
어깨 곁고 그네 탔다
"사람들은 모두 자기 설음만 말해.
왜, 나 한테는 너는 어떤 설음이 있니?
묻지를 않지."
그래, 나도 그랬다
내 이야기만 디립다하다가 ...
아라카페에 걸려있는 세계지도
천하부부가 다녀온 곳마다
표시가 붙어있다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0여개의 나라라고 한다
별채를 새로 짓고 있는 거실이다
집이 완성되면 또 뭉치자고 한다
아침햇살에 차를 마시고
저녁햇살에 고기나 조개를 구워먹는다
우린, 이곳에서 차만 마셨다
남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길이다
분명 셋이 있었는데
오드리님 소리울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 없다
거리에 사람이 없다
아니, 우리는 사진보다 분위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바람흔적 미술관>
가는 날이 장날이다
월요일은 휴관일이다
바람개비가 힘차게 돈다
본래 바람개비는 돌줄 모른다
그냥 그자리에 멈춰있는 기물이다
바람이 온통 기물을 흔들어 놓는다
가을 끝자락이다
두달째, 아니 석달째인가?
나는 바람개비처럼 제 자리에 서 있는데
내 짝지가 바람을 일으켰다
나의 돌연 1박2일 가출이
헛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안녕 ~~ 가을
안녕? 겨울!
가을에 머물 것인가
겨울로 들어설 것인가
나는 지금 기로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