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딱 보면 알아야 한다 <이외수>
류창희
2009. 10. 3. 22:45
이외수
내가 객골 분교 소사로 근무할 때의 체험담 하나를 들려주겠다.
나는 교육대학을 중퇴한 경력의 소유자다. 만약 제대로 졸업을 했더라면 이 선생으로 불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중퇴를 하는 바람에 시골 초등학교 분교의 고용인으로 취직을 해서 이 씨라는 호칭으로 불리어지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전교생 17명. 월평균 출석률 3일. 주민들 전부가 화전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믿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아낸 사실이지만, 그들의 뿌리 깊은 불신은 이른바 배운 놈 때문에 생겨난 것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배운 놈은 적이었고. 배운 놈은 절대로 믿을 놈이 아니었다. 그들은 배운 놈한테 속아서 패가망신을 했고 결국 첩첩산중에 들어와 화전민으로 살고 있다는 생각을 골수 깊이 간직하고 있었다.
그들은 거의가 대인기피증이나 피해망상증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기들끼리도 믿지 못해서 오 리 건너 한 채씩 집을 짓고 살아갈 정도였다.
이십여 가구 중에서 자기 이름을 쓸 줄 아는 학부형이 딱 세 명 밖에 없었다. 그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나는 인생에서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 적인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해서 오 리 건너 한 채씩 분산되어 있는 집들을 돌아다니며 가정교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학부형들은 그것조차 싫어했다. 국어는 읽기만 하면 된다. 그것도 편지 정도만 읽으면 된다. 답장은 쓰지 않아도 된다. 산수는 거스름돈만 제대로 받으면 된다. 제발 나타나지 마라. 화전민으로 사는 주제에 공부는 무슨 놈의 공부냐. 공부를 할 시간이 있으면 화전밭 한 고량을 더 파게 만들겠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을 포기할 수 없었다. 학부형들의 눈총을 받으면서고 아이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다.
개구리를 잡는 일에 놀라운 재능을 보여주는 아이가 있었다. 그곳 아이들은 가을까지 마른버짐이 핀 얼굴로 살아가다가 신기하게도 겨울만 되면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겨울철이 되면 개구리로 영양보충을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녀석은 4학년이었다. 이따금 매미채와 지렛대와 양동이를 들고 학교에 나타났다. 개구리를 잡으러 가자는 것이었다. 개울로 가면 녀석은 개구리라가 들어 있은 돌을 선택한다. 그리고 매미채를 갖다 댈 장소도 선택한다. 녀석이 지렛대로 돌을 움직이면 개구리가 튀어 나와 매미채 속으로 들어간다. 백발백중이다. 한 번도 허탕을 친 적이 없다.
나는 궁금했다. 개구리가 들어 있는 돌과 개구리가 튀어나오는 방향을 정확하게 간파하는 비법이 무엇일까. 나는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녀석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딱 보면 알아요.
나는 그것이 사물과의 일체감에서 얻어진 능력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딱 보면 아는 경지를 말이나 글로 전달할 수 없다. 심안에 비치는 것들은 심안으로만 전달된다.
이외수의 ‘글쓰기의 공중부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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