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
2011년 7월 28일 목요일
드디어 루브르 박물관에 가다
파리에 머무는 동안,
집을 빌려줄 프랑스 인 장미쉘을 만났다
미쉘이 미리 써온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계약금 외, 집안 물건의 훼손시 물어낸다는 위압금도 냈다
쟝미쉘은 키도 크고 잘생겼지만,
그보다 더 매력은
"우리 와이프, 진짜 요리 잘해요"
더듬더듬 한국말로 자랑이 늘어진다.
아침 일찍 호텔에서 미쉘집에 짐을 갖다놓고
루브로 박물관으로 갔다.
일찍 출발한데다가
뮤지움 패스가 있어
열외로 금새 루브르에 들어갔다.
루브르의 입구 디자인은 단순하다
그냥, 뾰족한 유리 피라미드이다
파리의 빛깔을 말하라고 한다면
검은색 흰색 그리고 와인빛 붉은 색이다
전날 갔던 오르세 미술관 하고는
규모부터 다르다
무엇보다 더 좋게 느껴진것은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
서울 리움에서 익히 경험해본 바가 있어
'이까짓 꺼' 했다
익숙하다는 것
얼굴에 벌써 여유가 보이지 않는가
어! 근데 이게 뭔가
사람들이 갑짜기 모여들기 시작
오디오 가이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기계치인 나는 자꾸 남편 도움을 받아야 한다
뭐가 중요하고 뭐를 그냥 지나쳐야 할지 ...
멈추다 가다 뒤돌아가다
고추잠자리처럼 뺑뺑이 몇번 도니
방향감각도 없다
나의 남편은 자꾸 나를 챙긴다
나는 드센 서양남자 여자들을 당해낼 수도 없을뿐 더러
이렇게 북적대는 사람이 많은 것이 싫다
루브르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품
밀로의 <비너스> 앞에서
나는 절망했다
그 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서 좋은 위치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
평상시 새치기를 많이 해본 사람이 아니면
어림없다
자꾸 옆이나 뒷쪽으로 밀려난다
나는 점점 혼이 빠졌다
우선 숨이 갑갑하다
어서 빨리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은데...
나의 남편은 나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이쪽으로 ~ 이쪽으로~"
진두지휘를 한다
한번 방향감각을 잃고 주눅이 들면
멀미가 난다
사람멀미는 차 멀미보다 정신이 사납다
남편은 카메라를 들이대며 웃으라고 한다.
내가 웃지 못하자
어리버리하는 내가 못마땅하여
무엇때문에 화가났느냐고 나를 다그친다
아름다운 조각 앞에서도 나는
표정이 굳어버렸다
미술책에서 보던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세례 요한>
유명한 작품 앞에서도
작품은 보지못하고
오디오 작동에만 신경쓴다
그래도 주파수를 맞추지 못하고...
나는, 기계(오디오)의 노예다
그림 안에도 사람이 많고
그림 밖에는 사람이 더 많다
도무지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천장화도 있으니
온 천지 사람이다
남편은 나보고 자꾸 웃으라고 한다
나는 어떻게 웃어야 하는지
애는 쓰는데 잘 안된다
만사가 다 귀찮다
나가려고 해도 너무 넓어 혼자서는 어찌 해볼 수도 없다
틈만 나면 퍼질러 앉아 쉴 궁리만 한다
완벽한 비너스
완벽하다고 한다
내가 더 정신이 빠진 것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앞이다
내 의지대로 간것이 아니라
물밀듯이 사람들이 밀려서
나는 빠져나오지 못해 그 앞에 서게 되었다
그림의 크기도 작은데다
훼손을 막기위하여
유리벽속에 가둬놨다
세계에서 사람들은 '모나리자'를 보러온다
그림을 향한 탄성
그곳에는 신사도 숙녀도 없다
어떻게 해서라도 더 가까히 더 가까히...
작품 앞으로 가는 것이다
나는 모나리자 앞의 사람들이 겁난다
압사 당할 것만 같다
나는 그 무서운 루브르에 갇힌 것만 같았다
모나리자 앞에
피부빛깔 과 인종을 떠나
하나되는 눈빛과 표정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루브르 안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때도 얼이 반쯤 빠졌다
그래도 먹고 차를 마시니
조금 나아졌다
또 본다
볼수록 헷갈린다
2층 드농관에 이탈리아 에스파냐 영국 프랑스 회화를 본다
다 그게 그거 같다.
유럽의 역사도 잘 모르고
루이14세, 나폴레옹 3세
고대그리스 로마 미술 및 고대 이집트 미술
아~ 나는 도무지 모르겠다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도
<사모트라케의 니케> 헬레니즘 조각의 걸작도
뭐가 멋있다고
물밀듯 몰려가고 몰려오는지 모르겠다
아 ~ 나는 힘들다
나는 루브르의 규모에
사람들의 쏠림에
압도 당했다
나는 간이 생기다 말았나보다
나의 바보같은 모습을 지켜 본
남편에게 미안하다
나, 진짜 루브르 무서웠다우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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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28일 메모
7/28 목 <TV는 역시 큰 것이 최고>
장미쉘과 ㅇㅇㅇ스튜디오도착
계약서 작성. 아침에 짐 갖다놓고 집은 작아도 티브이는 크다.
뭐든지 높고 큰 것을 좋아하는 한국 제품이다.
큰 티브이 켜놓고 왕왕 크게 듣는다.
어차피 말은 못 알아들으니 그림만 본다.
지구반대편 다른나라에서는 한국말을 안쓰고도
사람들이 멀쩡하게 잘 살아가는 것이 신기하다.
말과 글을 모르니 문명이 먹통이다.
꽃 분홍빛 소파에 앉아 고단한 심신을 퍼대앉혀놓고 바라보았다.
순간, “엇!” 너무 놀라 소리부터 질렀다.
“어머나!” “여보, 빨리 와봐요” “왜?…” “빨리빨리”
남편도 놀라 티브이 앞으로 왔다. BBC방송이다.
이미 화면이 바뀌었다.
가족은 뒤통수만 나와도 옷자락만 멀리 잡혀도 보인다더니,
작은아들 성욱이가 인터뷰하고 나서 ‘V자를 그으며’ 지나간다.
2011 코리아 매치 컵(한국 화성 전곡항)에 열렸었다.
주로 유럽선수들이었고 아시아 선수로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했는데
그때 국가대표팀 스키퍼를 맡았었다.
유럽이 요트강국이라 하더니 실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동안,
정규방송에서도 보지 못한 장면이다.
남의 나라 여행지 프랑스에서 보니 어미가 호들갑을 안 떨겠는가.
큰 티브이에 하나 가득 잡히는 아들모습.
역시 한국의 큰 티브이가 좋기는 좋다.
일자리자 방송 BBC CNN 방송을 습관처럼 틀었지만,
한국사람은 ‘반기문 UN 총장’과 ‘내 아들 김성욱’ 얼굴만 봤다.
언뜻 한글 자막 하나가 스치기는 했었다.
‘주가폭락’. 그건 나랑 아무 상관없는 글자라 지나쳤었다.
세계정세로 보자면 주가폭락이
장맛비에 폭우로 서울 우면산이 무너진 것보다 큰 뉴스였나 보다.
아무튼, 나는 흥분이 고조되었다.
LG TV 정말 좋다. (영국에서 아이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그 순간을 상기시키며 큰 목소리로 떠벌리는데
정작, 저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그런 것 원래 방송에 다 나온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듣고 있던 대소가 (제사여서 모여 있었다) 대가족들도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다.
나는 슬며시 목소리를 낮췄다.
고슴도치는 원래 제 새끼 털이 이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