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레지구
파리의 마레지구를 걷다보면
예쁜 옷가게, 신발가게,
장신구 등
발걸음이 주춤거린다
작고 예쁜 집이 억수로(엄청나다) 많다
모두 백화점 등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명품은 아니지만
미래의 명품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의 숍이다
그래서 세상에 단 하나
더 독특하다
사진에 담기에는
하나하나가 다 디자인이라
카피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같아
차마 찍지 못했다
아내가 남편을 거리에 세워둔채
혼자 매장에 들어가려면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니면서
마음 속의 사치라도 들킬까?
은근히 눈치가 보인다
마레지구안의 유대인거리, 먹자 골목이다
파리는 어딜 가나 줄을 선다
호객행위를 하는 청년이 포즈를 취해준다
케밥하나 샀다
쪼그리고 앉아 먹는다
서양사람들은 길거리에 서서 먹는다
그들이 거지처럼 서서 먹는 꼴이 우리는 우습고
그들은 쪼그리고 앉아 먹는 우리 꼴이 우습다
우리 모습을 신기한듯 사진에 담는 이들도 있다
아무리 거리음식이라도 격식은 갖춰야 맛이 난다
예쁜 제라늄 꽃이 핀 창가 밑에 앉아서 먹었다
나는 지금 Lee 매장 문앞에 걸터 앉아있다
한가하게 앉아 있는 듯 보이지만
내 앞에는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길게 줄줄이 서있다
나는 그들을 구경하고
그들은 나를 구경한다
프랑스 사진 중에 아주 마음에 든다
-------------------- 2011.8.1일
* 마레지구
유대인 거리 마레지구 먹자골목을 가는데 동성연애자(게이)들이 모여 있는 동네를 지나쳤다. 정말 이상한 광경이다. 그 비릿한 묘한 느낌이 음습하다. 관능이라고 하기에는 역겹다. 남자들이 끼리끼리 카페 앞마다 무리지어 있다. 나는 발가락이 오그라들며 발걸음이 빨라지는데 남편은 외려 느긋하다. 그들에 대한 편견이 없단다. 나는 아직 촌스러운지 머리카락이 쭈뼛거리며 ‘거시기’하다. 게이는 특히 예술가들이 많단다. 파리에서 사진을 하든 그림을 하든 글을 쓰든, 그들과 마주쳤을 때, 나처럼 다르게 보는 시각이 있으면 함께 그룹으로 예술을 할 수가 없단다. 지극히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된 것 같아도 그 또한 관계문화다. 파리시장도 게이라고 한다. 아무 상관이 없단다. 그 사람이 하는 일, 그 일만 훌륭하게 잘한다면 선택의 자유는 평등하다고 한다.
* 유대인 거리 마레지구 먹자골목
파리는 가는 곳마다 줄을 서 있다. 줄만 보면 뒤에 따라붙는다. 그래야 뭔가 내권리를 찾는 것 같다. 음식점 앞에 우선 줄부터 섰다. 들어가는 줄이 아니라 주문표 받고 돈부터 지급하는 줄이다. 그 좁은 골목에 호객행위도 행위려니와 차는 차대로 지나가고 오토바이도 지나가고 관광객도 지나간다. 웅성웅성 각국의 언어들. 그중 흰 블라우스에 빨강장미꽃 한 송이 가슴에 단 쬐끔한 동양여자. 건너편 돌의자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구경한다. 구경만 하는가. 풍경화 스케치하듯 흘끔거리고 히죽거리며 MEMO 하고 있다. 어떤 이는 빠르게 슬쩍 그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다. 그들에게는 내가 또한 볼거리 풍경화다.
케밥을 받아들고 어색하다. 그들은 입식문화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우중충한 벽 쪽에 붙어 우적우적 서서 씹어 먹는다. 나는 아무래도 아랫목 방바닥처럼 퍼대 앉아야 넘어간다. 개다리소반은 없지만, 옆에 물병도 놓고 냅킨도 펼쳐야 한다. 제라늄이 소복한 로맨틱한 창가 밑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길거리 음식이라도 꽃 한 송이 정도의 식사예절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쪼그려 앉아 먹는 것 처음 봤나! 구경거리인 양 손가락을 치켜들며 아는 체들 한다. 줄 섰던 보람이 있다. 케밥,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