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말의 품격

류창희 2018. 2. 17. 11:09


말의 품격

 

이기주 지음 /황소북스

 

프로필 :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 가끔은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꽃을 올려놓는다. 지은 책으로는 언어의 온도등이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서문 -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숨을 거둘 때 이라고. 가족의 체온. 말과 문장이 지닌 예리함을 통제하지 못해 하루아침에 나락. 사람마다 인품이 있듯 말에도 언품(言品). 사물은 형체가 굽으면 그림자가 굽고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바르다. 말도 매한가지다.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이청득심

1. 존중 - 잘 말하기 위해선 잘 들어야 한다.

위세와 사나움은 사람을 잠시 끌어올 수는 있으나, 제 품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다. 진정한 무기는 칼이 아니라 덕이다.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상대의 발언권을 존중하는 태도.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 놓는 것. 진심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 이청득심(以聽得心),귀를 기울이면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21세기 덕장은 버락 오바마, 특유의 포용력과 친화력. 상대가 스스로 손잡이를 돌려 마음의 문을 열고나올 수 있도록.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2. 경청 - 듣는 일 가운데 가장 품격 있고 고차원적인 행위다.

3. 공감 - <다모> “아프냐? 나도 아프다” Me to. 공감이 소통. 공감은 한국인 특유의 과 유사한 감정의 무늬를 지닌다.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처럼의 공감, 남의 딱한 처지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연민은 동정. 동정은 상대의 아픔을 달래기는커녕 곪을 대로 곪은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것밖에 안 된다. 공감은 , ‘마음 씀씀이가 야박하지 않고 인자하다

한나 아렌트 -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상실한 메마른 가슴에 악이 깃들 수도 있다. - ‘악의 평범성유대인을 체포해 수용소로 이송한 책임자 의무를 준수했고 명령에 따랐다죄의식은커녕 고민의 흔적조차 묻어나지 않았다. 巨惡을 창안하는 것은 히틀러 같은 악인이지만, 거악과 손을 잡거나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인지 모른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4. 반응 - 신동엽은 한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는 방송을 진행한다. 출연자가 말할 때 함부로 끼어들거나 중간에 말허리를 꺾어 들어가지 않는다. 추임새를 삽입하는 것처럼, 적절한 지점에서 아하!” “그랬구나!” “그다음은요?” 감탄사와 질문을 가미한다.

상대의 말에 맞장구,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적인 행위.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5. 협상 - 사실 삶 자체가 크고 작은 협상의 연속이다. 직장과 가족, 연봉과 메뉴, 리모컨 쟁탈. 손자병법, 싸우지 않고 상대를 무너뜨리는 것이 최상의 전략.

6. 겸상 - 석사와 박사 위에 밥사’, 상식과 지식보다 회식’. 타인과의 공감대를 확보할 수 있는 시간, 복잡한 인간관계의 윤활유.

 

2寡言無患

1. 침묵 -때로는 말도 쉼이 필요하다.

째깍째깍.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오바마는 말없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오마마의 서선이 허공에 닿았다. 51초의 정적이 흐른 뒤 오바마는 어금니를 굳게 깨물었다. ‘51無言 연설’. 사람의 가슴으로 번져와 또렷하게 새겨지는 말은 쉽게 잊히지 않는 법이다. 대통령은 미국 국민과 말만 주고받은 게 아니라 마음을 나눴다. 오바마는 말을 잘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특정한 지점에서 말을 거두어들이기 위해 애썼다. 침묵의 가치와 하중(荷重)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한 때 유럽을 호령했던 나폴레옹에게 침묵은 일종의 병기. 연단에 올라 10여초 정도 매의 눈으로 전방을 노려본다. 그때마다 병사들은 나폴레옹의 위엄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침묵을 거쳐 태어난 정제된 언어 덕분에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극대화.

침묵은 말실수를 줄이는 지름길.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아내는 그릇. 그걸 아무 생각 없이 대화라는 식탁 위에 올려놓다 보면 꼭 사달이 일어난다.(事故, 반전이 생긴다)

 

휴가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바캉스는 텅 비어 있다는 뜻의 라틴어 바카티오에서 유래했다. 바캉스는 무작정 노는 게 아니라 비워내는 일이다. 쉼이 필요한 것은 말도 마찬가지다.

 

2. * 간결 - 복문보다 단문. ‘短短益善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짧고 간결한 말씨는 좌중의 의표를 칼처럼 지른다. 마이크만 잡으면 프로 정신을 발휘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설명하려든다. (내 얘기 같아 섬찟했다.) 말의 출구를 찾지 못하는 셈이다. 다다익선. 가벼운 낄낄거림과 번잡한 주절거림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집중력의 한계는 18.(수업시간 15분마다 까르르 웃으며 털어버려야 그 다음 진도를 뺄 수 있다. “설교가 20분을 넘으면 죄인도 구원받기를 포기 한다하염없이 말을 늘어놓다보면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거르지 못해 결국 화를 자초한다.

 

3. 긍정 - 네트워크지수, ‘공존지수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논어 자로편 선생님, 백성을 한데 모이게 하려면 어떻게?” “近者悅 遠者來인간의 입술은 그가 마지막으로 발음한 단어의 형태를 보존한다는 말이 있다. 무섭고 서늘한 얘기다. 내 입술에 내 말의 흔적이 남아있다. 내 말과 글과 숨결이 지나간 흔적. 말이라는 악기를 아름답게 연주하지 않고 오로지 뾰족한 무기로만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를…….

 

4. 둔감 - 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 잡는다.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 (예민하게 반응하지 말아야) 厚墨, 둔감력. 마음의 근력. 타인의 말에 쉽게 낙담하지 않고, 가벼운 질책에 좌절하지 않으며, 신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힘이 둔감력이다. 장자 달생편의 木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一喜一悲하지 않는 것, 공격하던 닭은 제풀에 지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다.

고수는 소리 없이 강하지만 하수는 소란스럽다.

무릇 칼은 칼집에 있을 때 위엄이 있다. 적절한 둔감력, 말의 품격은 더해지며 言力은 배가 된다. 어떤 순간에도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반응.

 

5. 시선 - 관점의 중심을 기울이는 일. 易地思之, “내가 만약 그러한 처지였으면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6. 뒷말 - 내 말은 다시 내게 돌아온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 악플의 배경이 뒷담화.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3言爲心聲 - 말은 마음의 소리다.

1. 인향 - 사람의 향기.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평소 카페에서 백색 소음과 커피를 연료삼아 글을 쓴다. 본의 아니게 노트북 너머에서 자질구레한 말이 귀속으로 들이닥칠 때가 있다. 甲言, 손님은 왕이기 때문에 군림해도 된다는 인식. 폭언에 가까운 지저분한 언어. 그가 만약 프랑스의 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다면 한 잔 값으로 얼마를 치러야 할까? 1만 원 이상은 내야 한다. 예의 없는 고객에게 돈을 더 받기 때문이다. 메뉴판 - 커피- 7유로, 커피주세요- 4.25유로안녕하세요, 커피 한 잔 주세요-1.40유로. 말의 품격에 따라 가격차등. 말이 쌓이고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 人香이 뿜어져 나온다.

 

2. 언행 - 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 군더더기 없이 간결. 미술의 데칼코마니. 말과 행동에 차이가 없다.

 

3. 본질 -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

위령공 辭達而已矣말과 문장은 뜻을 전달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히틀러는 또박또박 한 발음으로 말의 성찬을 쏟아내는 多辯과 달변의 소유자다. 반면 조지 6세는 세련되지는 않지만 진심을 담아서 말할 줄 아는 인물이다. 말에 비법은 없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는 수밖에 없다.

 

4. 표현 - 언어의 무늬와 결을 다채롭게. 중국 사람은 붓만 들면 바늘을 대들보로 만들 수 있다. (한자가 주는 풍요로움. 중문 학을 전공하고 한문을 전수하는 내가 표현을 하지 못하여 글을 못 써서는 안 되는 이유)

 

5. 관계 -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군불) 스몰토크일상의 대화 속에서 낯선 사람과 말을 섞고 관계를 맺는 단계. (징검다리효과) 스몰 토크는 모든 인관관계의 시작이다. 목적의식이 뚜렷한 화젯거리 빅토크인생이라는 강은 단번에 건너뛸 수 없다. 사귐도 그렇다. 크고 작은 돌을 하나씩 밟아가며 이쪽에서 저쪽으로 차근차근 건너가야 한다. 삶과 사람 앞에서 디딜 곳이 없다고 조급할 이유가 없다. (그냥 쌓는 것이다)

 

6. 소음 - 뾰족하고 시끄러운 소리.

신인 작가였던 나는 출간 후, 책을 알리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무렵, 아침에 커다란 헝겊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던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힘없이 걸어 들어왔다. 어머니는 거실에 털썩 주저앉더니, 가방에서 대여섯 권의 책을 꺼냈다. “물어물어 서점 몇 곳을 돌았어. 네 책을 좀 사 왔다.” 화가 치솟았다. 나도 모르게 어머니 앞에서 뾰족한 말을 내질렀다. “몇 권 사봤자 보탬이 안 되니까 앞으로 이러지 마세요.” “” “알아, 그래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잖니.” 나는 어머니의 말 한마디가 높다란 언덕에서 떨어진 돌덩이처럼 느껴졌다.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받아낼 수 없었다.

 

4大言淡淡 - 큰 말은 힘이 있다.

1. 전환 - 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당신 멋져!”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자.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자존심이라는 급소가 있다. 일반 성인은 자신이 남보다 특별히 우월하지는 않더라도 열등하지는 않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존재 가치와 능력이 평균치를 웃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자기고양오류

 

3. 질문 - 본질과 진실을 물어보는 일.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동네 어귀 한 귀퉁이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빼꼼히 들여다보는 심정으로 까치발을 들어보면 어떨까.

 

4. 앞날 - 과거와 미래는 한곳에서 숨 쉰다. 대언은 담담하다. 옳다, 큰 말은 분명 힘이 있다. 반면 소언은 수다스럽다. 가볍고 약하다. (짧고 간결한 문장. 치고 들어가고 빠져나오는 문장이 아기자기 하면서도 힘이 있다) 지난 시절에 연연하지 않는다. 모든 촉수를 다가올 내일을 향해. 군대의 깃발처럼 힘차게 나부끼기 때문이다.

 

5. 연결 -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 테크닉이 아니라 태도가 아닐까 싶다.

 

6. 광장 - 울타리를 뛰어넘자.

2013313일 노르스름한 햇살이 사위어가는 늦은 오후, 로마 바티칸의 성베드로대성당은 석양을 튕겨내며 붉게 타올랐고, 건물을 에워싼 바람과 바람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적당히 선선하게 불어왔다. (길지만 한 문장도 괜찮다)

새로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얀 가운에 은빛 띠를 두르고 모습을 드러냈다. 교황은 광장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했다.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평범한 인사말이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교황에게 가장 많이 붙는 수식어는 파격이다. 선출된 직후부터 관습을 허물어뜨렸고 허례허식을 뛰어넘었다.

교황의 언품 말씨와 세계관은 위정편의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군자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되 무리를 짓지 아니하고, 소인은 무리를 짓되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偏黨하지 않는 것. 는 소통을 차단하고 갈등을 깊게 만든다.

햇볕 한 줌 들지 않는 곳에서 얼음이 저절로 녹을 리 없다. 사람도 따스한 햇볕아래 서 있을 때 사람의 비애와 슬픔을 말려버릴 수 있다. 그때 비로소 시들한 마음이 부풀어 오르고, 꽁꽁 얼어붙은 가슴도 녹아내린다. 봄기운이 바람에 실려 온다 싶으면 몸을 움직여 한다. 몸을 솟구쳐서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

삶의 바깥쪽에서 서성이지 말고 삶의 한복판으로 걸어가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런 것처럼 광장으로, 볕이 드는 곳으로, 사람의 온기가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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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적절한 때, 적절한 책을 읽었다.

설설 기며, 구정물에 손 담그며 전삼일,

구정 설을 살얼음판 밟듯 지냈다.

 

단언컨대, 나는 20년이 넘게 고부간의 갈등이 거의 없었다.

나에게 만약 조금이라도 참한 기운이 비춰 보인다면, 

그건 분명 시어머님께 배운 '사람 사는 도리', 법도였을 것이다.

시어머님이 돌아가신 후, 차츰 목소리 커진 사람이 있다.

그는 "딱 한사람만 죽이는" 猛將이다

내가 표적이다

나의 발뒤꿈치도 그림자도 나무란다.

말의 품격에서 말하는 甲言이다.

손아랫동서는 물론 시아버님 앞이나 조카며느리, 그리고 내 며느리들 앞에서도

눈이 마주치지 않아도 점점 뒤에서도 사납게 .... 아주을 떤다.

아마도 나의 포스가 꽤나 겁나는 모양이다.

갈수록 갑질이 媤悚시송하다.


평화유지는 남북 정상회담이나 UN이 할 일이다.

이제 차마 더는 (16년차) 듣지 못하겠다.

나는 'D-데이'의 임박을 감지한다.

말의 품격을 지키려면, 구정물은 쏟아버려야 한다. 

조용히 가라앉히면 언제 다시 휘저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