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무우영귀(舞雩詠歸)

류창희 2009. 10. 3. 19:02


매주 금요일 저녘이면
아버님과 식사를 한다.

형님댁에서 생활하시는
아버님은
"네가 끓인 된장이 맛있다"고 하시는데,

나는 되도록
굴뚝에 연기 안 피우고
밖으로 나가 먹고싶다.

핑계삼아 외식하고
바람쐬고 산책하고 싶다.




청국장에 파전 한접시 먹고


송정 바닷가에 나와
죽도 섬앞에서 아버님과 남편과 작은 아들과
3대의 남자들이
화장실 같이 가는 모습도 보기 좋다.

나는 무엇보다
집에서 설거지 안해서 좋고....

분홍빛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바닷바람 너무 쎄게 분다.



아버님 앞에서
까불기만 하는
한량 며느리


바람쐬고 돌아온다.
무우영귀(舞雩詠歸)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에게
항상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말하는 제자들에게

만약, 세상이 너희들을 알아모신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셨다,

자로, 공서화, 염유는
각자의 포부들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겸손한 척 요것만 하겠다고 말한 내용은
제후, 대부, 집례자
(지금으로 보자면 국무총리 국회위원 문화부 장관 등)
모두 나라를 다스리는
큰일들을 늘어놓았다.

뒤에서 한가하게 거문고를 뜯고 있던 증자가
공자에게 <舞雩詠歸> '무우영귀' 하고 싶다고 말한다.

'늦은 봄날에 나드리 봄옷이 마련되거든
冠者과 童子와
沂水에서 목욕하고
舞雩에서 바람쐬며
詩歌를 읊으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이렇게  
아들과 손자와 며느리와
밖에서 식사하고
바람 쐬고
일상을 노래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樂'
오래 오래 누리고 싶다.

6월 6일 금요일 송정 바닷가에서



에세이스트 댓글

권혜선- 류창희 선생님 바람불어 머리카락 휘날리는데도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아버님 표정이 참 행복해보입니다. 08.06.17 10:49

류창희 -저희 아버님은 뭐만 물어부면 맨날 신이나서 답변해 주시고 행복해 하세요. 이것 저것 막 물어보죠^^* 어르신들이 이야기 할 기회가 점점 줄어드니... 08.06.17 16:50


정승미- 시아버님 옆에서 그렇게 귀엽게 앙증스럽게 활짝 웃으시는 선생님 모습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활짝피게 합니다. 아~나도 저렇게 웃어야지~~~고맙습니다^^ 08.06.17 10:53

류창희 -무조건 푼수가 되는 거죠. "저 이쁘죠?" 할 수 없이, "그래 이쁘다" "어머님 보다요?" "니 어머님 쫓아갈 사람은 없다" "다음 달 제사인데 진지잡수러 오시면 물어봐야지" 08.06.17 16:53

안동댁- 류창희 선생님의 살인 미소 넘 보기 좋아요. 일주일에 한번 식사 대접 할 수 있는 아버님이 계신다는 사실, 부럽네요. 08.06.17 14:29

류창희 -맞아요. 이번주는 메뉴를 무엇으로 할까. 아버님 핑계잡고 밥 안하려고.... 주로 저 먹고 싶은 걸로 하죠. 정작 아버님은 우리들 만나는 기쁨에 메뉴따윈 신경 안 쓰시거든요. 08.06.17 16:58

한상용- 아직 얼굴이 곱습니다. "아직" 이라는 말에 신경쓰지 마십시오. ㅎㅎ 08.06.17 17:05

류창희- 글쎄~ 저도 나이값을 하고 싶은데, 안 늙어져서.... 철이 없으면 안 늙어져요^^* 철없는 '흰머리 소녀' 08.06.17 17:18

아쿠아- 정말 보기 좋습니다. 달맞이 고개를 넘어서 간 송정 바닷가의 모습이군요. 아버님도 남편분도 선생님도 아들도 모두가 행복해 보여 정말 보기 좋습니다. 08.06.17 18:43

류창희 달맞이 고개를 넘어서 간 송정 바닷가 맞습니다. 해운대나 광안리보다는 바닷가 풍경이 소박하지요. 파도는 훨씬 힘차답니다^^* 08.06.18 15:20

전해주 -어느날 아버님 카페 들어오셔서 우리들에게 하소연 하시기를 며느리와 아들이 내맘 알아주지 않는 다고 ..우리는 그들이 아버님을 알아 모신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시냐고 물어 보았다. 며느리와 아들이 누리는 락을 누리고 싶다고. 일상을 노래하고 싶으시다고... 08.06.17 20:04

류창희- 아버님은 아버님의 아버님을 뵌적이 없으시답니다. 외동이신 아버님은 혼자 거을을 보시면서, 우리 아버님도 나를 닮았겠지 미루어짐작해 보시면서 아버님을 회상하신답니다. 08.06.18 15:24

황귀자 -" 아들 손자 며느리랑 식사하고 바람쐬고 일상을 노래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락 오래오래 누리고 싶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바라는 소박한 꿈이지요. 참 보기 좋은 모습입니다. 막내딸 같은 류선생님, 가족이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08.06.17 20:23

류창희 -막내동서가 훨씬 딸답습니다. 하얗고 길다랗고 ... 겉모습 뿐만 아니라, 근데 저처럼 막 까불지는 않지요. 철 없지요? 황귀자 선생님^^* 08.06.18 15:26

김지영- 아버님이 참 좋으시겠어요. 착하고 예쁜 며느리를 두어서. 아버님 모습을 뵈니 신랑이 참 미남이실것 같습니다. 08.06.17 21:24

류창희 ㅎㅎ 지영선생님 보다 키도 작고, 지영선생님보다 꽃미남도 아니고, 그저 부창부수 ^^* 08.06.18 15:28

김미정- 예뻐요. 류선생님. 08.06.18 00:34

류창희 -미정선생님 만큼은 아니지요. 잘 지내시지요? 08.06.18 15:30

강병기- 어릴 때 나는 형과 함께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이후 늙으신 아버지를 모시고 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류창희님의 무우영귀 정말 부럽습니다. 아버지 뒤에서 팔자걸음으로 걷고 있는 저 사람이 제 고등학교 2년 후배입니다. 참 부러운 사람입니다. 08.06.18 15:54

류창희 -팔자걸음 저 남학생^^* 참 건방지네요. 어찌 강병기 선배님보다 '속알머리' 더 훤하니... ㅋㅋ 남학생여러분! 머리 숱 관리 잘하세요. 자존심문제랍니다.^^* 08.06.18 16:52


어느날
옥황상제가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소원남 1 :  저는 큰 부자가 되고 싶습니다,
옥황상제 : 그래 접수했다.
               나가 보아라.

소원남 2 :  저는 큰 벼슬을 하고 싶습니다.
옥황상졔 : 그래 접수 되었다.
                나가 보아라.

옥황상제 : 그래 너는 소원이 무엇이더냐?
소원남 3 : 저는 돈도 벼슬도 큰 욕심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산좋고 물좋은 곳에서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같은 새끼들과
              오손도손 살고 싶습니다."

옥황상제 : "떼끼! 이놈아
              그렇게 좋은 것이 있으면
              내가 하겠다"

             평범하게 범부의 삶을 산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은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