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문학교실
류창희
2009. 10. 4. 01:10
문학교실
김차숙
복지관 사무실에 45기 등록을 하러갔다. 간 김에 무엇 하고 싶은 것은 없나하고 프로그램을 한번 훑어보다가 문학교실에 눈이 멈추었다. 시간과 강의실을 메모하고 와서 그날을 기다렸다.
문학교실에 가는 날이다. 비가 억수같이 퍼붓는데도 나는 나섰다. 집에 있는 식구들의 눈치가 보였지만, 다행히 강의실은 내가 일 년 넘게 드나드는 중국어반 교실이기에 더 익숙하게 왔다. 그런데 교실 가까이 와서야 이것저것 걱정이 마구 떠오른다.
내가 잘 이해할 수 있을까. 너무 나이가 든 것은 아닐까. 또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60대 중반의 남자분이시겠지 등등으로 선뜻 못 들어서고 골마루 의자에 한참을 앉아있었다.
교실에 들어가는 몇 사람을 보니 다들 젊고 잘 할 것 같이 보인다. 괜히 왔나싶었다. 나는 왜 나 자신을 이렇게도 모를까. 하루 중에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도 한참기운 8시경인데, 이런 때는 고의적으로 내 나이를 무시하고 싶다. 79라는 숫자를 보면 뭐 숨겨 두었다가 들킨 것처럼 움찔 할 때도 있다.
교실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니 열명 쯤 미리 와서 앉아 있다. 맨 뒤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은 뜻밖에도 젊고 고운 여자분 이시다. 괜히 민망하여 ‘이걸 어쩌지’ 하면서도 그냥 듣고 싶었다.
선생님의 작품집 《매실의 초례청》을 받았다. 집에 와서 읽었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작가<박완서>의 작품처럼 공감이 가며 단숨에 읽었다. 그런데 실제 선생님은 현대여성(?), 아무튼 작가님과 직접 만나게 되니 꿈만 같다. 작가라면 항상 책표지 안쪽에 찍힌 사진만 보면서 나 혼자 상상의 그림을 그려왔는데…
“어찌 이런 일이!” 그래서 사람은 오래살고 보아야 한다잖아요.
류창희 2009-07-12 17:5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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