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공중부양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외수
해냄 2008
공중부양에 대한 일화
그러나 나는 글을 쓰려고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고, 글에 미쳐 있었고 글을 즐기면서 살았다.
방문을 여니 꼬마가 숨이 턱에 차서 더듬거리는 목소리로
“텔레비전을 틀어보세요.”
“할아버지, 이제 떴어요‘”
글이란 무엇인가?,
부패는 썩는 것이고 발효는 익는 것이다.
글의 기본재료는 단어다. 어떤 분야에서든지 성공하고 싶다면 기본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단어에는 생어(生語)와 사어(死語)가 있다.
그놈은 흉기로 자주 자해를 하는 습관이 있다 - 그놈은 뻑하면 회칼로 자기 배를 그어대는 습관이 있다.
쓰는 자의 고통이 읽는 자의 행복이 될 때까지.
속성찾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아름답게 보고 그 사물에 애정을 부여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세속을 떠날 때가 가까워지면 대부분 머리카락이 아름다운 은빛 광채를 발하게 된다. 인생이 발효되었다는 증거다.
여자는 생머리를 잃어버리는 나이에 첫사랑도 잃어버린다.
비늘이라는 어감이 시적이라면 때라는 어감은 산문적이다.
우리가 어떤 사물의 단점을 부각시키려면 그것이 지닌 장점을 파악해 잡다하게 열거하는 것보다는 특성을 제시해서 한마디로 촌철 살인하는 능력을 기르자.
딱 보면 알아야 한다.
나는 교육대학을 중퇴한 경력의 소유자다. 만약 제대로 졸업을 했더라면 이 선생으로 불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중퇴를 하는 바람에 시골 초등학교 분교의 고용인으로 이씨라는 호칭으로 불리었다.
편지 정도만 읽으면 된다. 답장은 쓰지 않아도 된다. 산수는 거스름돈만 제대로 받으면 된다. 딱 보면 알아요. 딱 보면 아는 경지.
생명과 직결된 것들은 모두 공짜다.
물 공기 햇빛 인간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식조차 못 하고 살 때가 잦지만,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은 공짜다.
없어도 생명에 아무 지장이 없는 것들은 엄청나게 비싸다. 명품 보석 골동품
감각개발
선수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감각이다.
예술도 마찬가지다.
비가 내리면 육신만 적시지 말고 영혼까지 적셔라.
(비난에 대하여, 비가 내리면 피하려 하지 말고 흠뻑 맞아라. 소나기는 한때다. 곧 그치게 되어있다.)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문장의 기본형식
국어사전은 어떤 단어를 찾아보아도 철저하게 감성이 배제된 풀이만 매달고 있었다.
감성이 철저하게 배제된 언어는 기호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문장을 꾸미지 마라.
처음에는 정치법에 따른 문장을 쓰도록 하라.
하수와 고수
바둑에는 승패가 있지만, 예술에는 승패가 없다.
내가 달라지기 이전에 세상이 달라지는 법은 없다.
글로써 타인을 감동시키거나 설득시키고 싶다면 진실하라. 진실은 사실과 다르다. 사실을 통해 그대가 얻는 감정이 진실이다.
누구든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최상의 경지에 이르면 예술을 구사할 수 있다. 경지에 이른 구두닦이가 잘 닦아놓은 구두코 끝에도 예술은 있다.
언제나 그대의 미래일기를 쓰는 기분으로 그대의 글에다 소망을 불어넣어라.
사랑할 수 없으면 증오라도 해라. 사랑이나 증오는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병폐
가식은 척하는 병이 만들어낸다. 글쓰기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를 거느리는 풍토병도 그놈의 척하는 병이다.
아이 같은 마음으로 단지 자기의 생각이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즐거움에 심취한다.
문학적 문장 만들기
똑같은 단어라도 사용자에 따라 천박한 낙서로 전락하기도 하고 격조 높은 문학으로 승격되기도 한다.
문자를 칼에 비유한다면 한글은 천하 명검에 해당한다.
작가는 무너뜨릴 수 없는 것들조차도 무너뜨릴 수 있어야 한다.
단어에는 임자가 없지만, 문장에는 임자가 있다. 그대가 먼저 만들어낸 문장은 그대가 임자다.
타고난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라.
무엇을 쓸 것인가?
글은 충동과 의욕에 의해서 쓰는 것이다.
사물을 대하는 감각이 둔감한 사람들은 언어에 대한 감각도 둔감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쓸 것인가?
먼저 닫혀 있는 그대의 가슴부터 열어라. 진실은 머릿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있는 것이다. 머리로 쓰지 말고 가슴으로 써라.
누가 읽어줄 것인가?
작가적 이중성- 겉으로는 진정한 독자가 한 명만 있어도 자기는 글을 쓰겠노라 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전 인류가 자신의 글을 읽고 극찬해주기를 바라는 것.
어쩌다 읽어주는 뜨내기 독자는 있어도 고정독자는 없다.
그대가 만약 작가로 성공한다고는 하더라도 한평생 데뷔작이 대표작인 채로 살아가는 작가로 전락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글이 밥을 먹여주는가?
그대의 의식을 밥에 대한 집착으로 가득 채우지 말고 그대의 의식을 글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채우라.
그대의 목표는 무엇인가?
그대가 어떤 장르를 선택하든지 그대가 도달할 수 있는 최상의 경지는 예술이다. 예술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고. 예술의 길은 비포장이다.
그대가 예술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예술이 그대를 선택한 것이다.
글은 문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건 글을 등한시하면 자연히 경쟁에서 도태되는 신세로 전락한다.
글쓰기에도 작전이 필요한데 이를 구상이라고 한다.
일단 구어체로 스케치한다.
스케치는 친한 친구에게 말하듯이 구어체로 거침없이 써내려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결말에 이를 때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써내려 가도록 하라.
스케치 단계에서는 의식을 경직시키지 말아야 한다. 처음부터 의식을 경직시키고 명문을 만들어나가면 초반부터 기력이 소진해 버린다.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탈진해 버린다. 날마다 열심히 원고지와 씨름을 하면서도 작품을 완성키지 못하는 사람들, 바로 스케치 단계에서 문장마다 완전성을 시도하면서 글을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다.
문어체로 바꾼다.
구어체로 스케치하면 의식이 경직되지 않은 상태로 경쾌한 속도로 유지하면서 글의 윤곽을 잡아나갈 수가 있다.
세련된 문장
아무리 보아도 어색한 문장이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그 문장을 버리기가 아깝다. 그래서 수십 번을 고친다. 과감하게 삭제해 버리면 무난하게 해결된다.
은유법
시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수사법이다. 가장 철학적이고 문학적인 표현기법이다. 쓰는 이에게도 읽는 이에게도 얼마간의 사유(思惟)를 요구하는 수사법이다.
은유법은 표면적 유사성보다 내면적 동일성의 사유를 통해 찾아낸 의미를 전달할 때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은유법이야말로 ‘공중부양’의 지름길이다.
직유법이 음료수와 흡사하다면 은유범은 발효차와 흡사하다. 직유법은 문장을 경쾌하고 신성하게 만들어주고 은유법은 문장을 심오하고 운치 있게 만들어 준다.
돈호법(頓呼法)
현존하지 않는 인물이나 어떤 추상적 대상을 마치 현존하는 듯이 부르는 표현기법
글로써 불러내지 못할 대상은 없다. 어떤 대상이라도 불러내어 당부할 수도 있고 호통칠 수도 있고 아부할 수도 있고 고백할 수도 있다. 그러나 될 수 있는 대로 읽는 이의 비위가 상하지 않는 방법으로 표현하라.
대구법(對句法)
대치법 균형법, 어조가 비슷한 문구를 앞뒤에 나란히 두러 문장의 변화와 안정감을 주는 표현기법이다.
군자는 개떡 같은 말을 듣고도 천금 같은 지리를 깨닫고
소인배는 천금 같은 말을 듣고도 개떡 같은 생각만 한다.
문학은 예술이다.
전통적으로 시 소설 수필 희곡 평론을 순수문학으로 분류한다. 시나리오 방송드라마 만화스토리 제임스토리 광고문구 등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쓰이는 글이기 때문에 순수문학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어떤 장르라 하더라도 사람과 세상을 정서적으로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글이라면 서슴없이 문학으로 간주하겠다. 그러나 반드시 창조성을 내포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시, 시는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고, 인격의 표현이 아니라 인격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사람들은 흔히, 저는 시를 잘 모르는데요. 당연하다. 시는 알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느낄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머리로 이해하겠다는 소치는 수학을 가슴으로 풀겠다는 소치와 같다.
상업광고의 궁극적인 목적은 감동전달이 아니라 소득증대다.
운동장에는 심판이 있어도 원고지에는 심판이 없다. 창작도 자신이 해야 하고 심판도 자신이 해야 한다.
문학은 지식의 산물이 아니라 깨달음(見性)의 산물이다.
이론에 맞추어 쓰는 행위는 의복에 맞추어 몸을 고치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먹여야 하고 입혀야 하고 재워야 한다. 실재하는 인물을 먹여 살리기보다 훨씬 어려울 때도 있다.
작중인물들은 모두 작가의 분신이다.
악역을 담당한 인물이라고 무조건 나쁘게만 표현해서는 안 된다.
동생은 어릴 때부터 몹시 심약한 편이었는데 무슨 까닭에선지 햇빛만 찾아다니는 습성에 젖어 있었다. 마치 햇빛가루로만 숨을 쉬는 아이 같았다. 땅바닥이 하얗게 타들어가는 여름 대낮에도 마찬가지였다. 끝끝내 햇빛 속에 오두마니 앉아 있었다. (꼭 내 어릴 때의 이야기 같아 흠칫 놀랐다.)
소설은 창조되는 문학이지 기록되는 문학이 아이다. 현실 그대로는 언제나 예술이 되지 않는다.
지문이 정적(靜的)인 속성이 있다면 대사는 동적(動的)인 속성이 있다.
자기 목소리, 자기만의 창법을 가질 수 없으면 가수가 될 수 없고 자기만의 색채를 가질 수 없으면 화가가 될 수 없고 자기만의 문체를 가질 수 없으면 작가가 될 수 없다.
작기 목소리가 없는 작가는 어디서 작가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는지 몰라도 작가로서는 아직 자격 미달이다.
그대가 글을 쓰는 순간에는 불가능이 존재하지 않는다. 문학은 과학을 초월한다.
그대가 지식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무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과 진배없다.
될 수 있는 대로 지식을 발효시켜 깨달음에 접근토록 하라는 것이다.
인체 중에서는 머리와 가슴 사이가 가장 거리가 멀다. 머리는 앞을 대신해서 쓰인 단어고 가슴은 깨달음을 대신해서 쓰인 단어이다.
산만-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 마음이 들떠 있는 상태, 과욕을 부리면 문장이 산만하다.
어떤 철학이니 지식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상태라면 그것을 소재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용두사미를 피하려면 집중력과 긴장감을 고르게 유지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요령은 끊임없는 습작을 통해서만 터득한다.
독자가 없는 작가는 얼마나 외로운가. 독자가 읽어주지 않는 작품은 얼마나 초라한가.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양식 있는 작가라면 결코 독자들의 비위를 맞추려고 글을 쓰지는 않는다. 따라서 진실한 작가일수록 시대적 조류나 동향에 편승하지 않는다.
나이는 결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나이는 아픔을 발효시키고 지혜를 숙성시킨다.
그대는 지금 어디서 놀고 있나?
자신이 어떤 것들을 가까이하느냐에 따라 인품도 달라진다. 노는 물이 좋아야 한다.
글에도 기운이 있다.
전쟁이 빈번한 나라나 역사적 고난을 많이 겪은 나라일수록 크, 트, 프, 츠 등 까, 따, 빠, 싸 등의 발음을 많이 표출한다는 사실.
군부독재 시절, 새우깡 깐도리 뽀빠이 쭈쭈바, 꿀꽈배기 짱구 빵빠레 라면땅 칸쵸 고깔콘 빠다코코낫 초코파이 사또밥 경음과 격음들이 압도적
대부분의 욕설 역시 경음이나 격음이 뼈대가 된다.
선조는 경음을 회피해서 개새끼를 강아지 소 새끼를 송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