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류창희 2013. 9. 2. 09:41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글 그림 김혜란 / 인문산책 2011

 

 

 

 

 

 

 

 

영국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매우 조심스럽고 깍듯합니다.

이에 지지 않는 민족이 일본인 - 진지한 표정으로 손을 들고 아주 조심스럽게 “저어…, 비스킷 하나만 더 먹어도 될까요?”

 

 

영국인들의 자녀교육은 매우 이성적입니다. 서너 살짜리 애들에게 조차 조근조근 대하는 게 몸에 밴 듯합니다. 자기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면 차근차근 알아듣도록 이해를 시킨 다음, 반드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도록 가르치더군요.

 

 

영국 사회의 특성 ‘개인주의’와 ‘관계의 평등’ 아무리 가까워도 남의 집에 불쑥 찾아가는 일도 없고, 남의 집을 방문하면 아주 소심할 정도로 예의를 따집니다. 남의 감정을 침범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를 꺼립니다. 그래서 상대편이 사생활을 말하지 않으면 굳이 캐묻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해도 서로 간에 더는 열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홀로 외로운 노인들, 우리나라를 ‘재미있는 지옥’, 서구 유럽을 ‘재미없는 천국’

 

 

르네상스 이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분류된 수많은 명화 고흐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세잔, 클림트 등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을 모든 박물관과 미술관 관람이 무료라서 언제든 부담없이 볼 수 있습니다.

 

 

노팅힐의 거리 악사, 골동품부터 먹을거리까지 잡다한 물건들, 모피를 파는 노점상, 목청껏 외치는 과일 상, 조금이라도 싼 물건을 사려고 모여드는 사람들, 그 붐비는 인파 속에서도 키스를 나누는 연인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입니다. 그런 소음과 군중 속에서 거리의 악사를 만났습니다. 늙지도 젊지도 않은 사내가 낡은 플라스틱 의자 끝에 앉아 곱은 손가락을 튕겨가며 기타를 연주하고, 바닥에 놓인 기타 케이스에 한두 개의 동전이 놓여 있을 뿐… 그럼에도 그의 표정은 매우 담담해 보입니다. 플라스틱 의자 끝에 겨우 걸터앉은 모습처럼 그의 삶도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섬처럼 고독하게 떠 있었습니다. 

 

 

영국의 간판문화 - 런던의 거리, 현란하지 않은 색감에 아담한 크기의 품격 있어 보이는 작지만 건물과 주변 환경과 어울림을 잊지 않는 센스.

 

 

처칠이 사랑한 집, 차트웰 - 1965년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처칠을 영국의 정치가 정도쯤으로 알고 있지만, 노벨문학상을 탄 문학도였으며 그림을 잘 그린 화가이기도 하다. 정치사적으로 그의 중요성이 워낙 크다 보니 고집 세고 불 같은 위대하고 독선적인 정치가가 그의 캐릭터.

 

 

 

시인의 고향, 그리스 미어

 

초원의 빛이여, / 꽃의 영광이여, / 다시는 그 시간이 / 되돌아오지 않더라도 / 차라리 그 속 깊이 간직한/ 오묘한 빛을 찾으리. 윌리엄 워즈워스의 ‘초원의 빛’

 

 

옥스퍼드 대학과 케이브리지 대학 -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합쳐서 보스브리지라고 한답니다. 영국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들을 배출,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혜택과 특권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강한 의식을 배운다고 합니다. 이런 가진 자의 도덕적 책임의식,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

 

 

영국의 전원, 코츠월즈 - 시간의 흐름이 한 300년 전 400년 전쯤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 혹시라도 영국을 여행할 기회가 있으면 코츠월즈

 

 

작고 귀여운 동화의 마을, 라이 - 작은 마을 라이는 코츠월즈와 함께 영국인들이 은퇴 후 살고 싶어하는 마을 1순위. 앙증스럽고 아기자기한 마을, 조약돌이 깔린 중세의 골목에는 넝쿨 장미가 흐드러져 있고, 어린 왕자가 좋아할, 창문에 제라늄이 피어 있는 예쁜 집.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 기분.

 

 

영국은 9월의 날씨가 가장 좋습니다 바람도 심하지 않고 햇살은 청명합니다. 여름이 물러난 해변엔 쪽빛 하늘색을 닮은 바닷물도 푸르게 넘실거리고 물결이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출렁이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살아 있음에 대한 환희랄까, 뭐 그런 비슷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이 순간, 이 바닷가에서 머리카락을 날리고 서 있는 이 50킬로그램 몸뚱이는 언제까지 싱싱하게 숨을 쉴까. 지금 이 햇살을 받고 서 있는 순간에 몰두할 일이다.’

 

 

헌책방 마을, 헤이 온 와이 - 옥스퍼드 출신의 당시 23세의 젊은이였던 리처드 부스가 1961년 이 마을의 소방서 건물에 헌책방을 열면서 시작됩니다. 헌책 애호가였던 그는 영국의 전역을 돌아다니며 귀족 사택에서 나오는 책들을 사들였고, 보관 가치가 높은 희귀본들을 수집하여 이후 그는 헤이 성을 사들여 북 삽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를 가다 - 영국은 연방국가, 지역마다 가진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고, 깊숙이 들여다보면 각각의 독립된 나라들. 당시 롤링은 해리포터를 처음 쓰기 시작, 그 당시 롤링은 빵을 살 돈조차 걱정했을 만큼 가난했던 이혼녀였는데, 해리포터로 돈과 명성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과일 - 오렌지, 토마토, 바나나, 서양 배, 망고, 키위 등 이런 과일 속에서 감을 보면 마치 먼 타국에서 고향 사람을 만난 듯, 지난여름 햇살과 바람과 흙이 요술을 부려 내놓은 듯 매끄러운 주홍빛.

 

 

나무가 있는 풍경 - 가을날의 황혼처럼 화해가 이루어지는 시간이 또 있을까요? 공원을 걸으면 세상이 은근히 아름답다는 세월이 참 빠르게 흐른다는 그리고 살아갈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준엄한 사실.

 

 

고독이라는 터널을 지나며 - 아이들을 앞세우고 영국으로 무작정 떠나온 이유는 나를 얽매이게 하는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그 관계로부터의 단절.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문화,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것은 내 땅에서의 관계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 떨치고 나온 그 땅에서의 관계들이 그토록 그리울 줄이야.

 

 

영국의 일상은 아주 단조롭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예기치 않는 깜짝만남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고, 지나다가 수다가 떨고 싶다고 불쑥 찾아가는 경우는 상상할 수도 없답니다. 단조로움의 연속이지요. 마치 국기훈련 같습니다.

 

 

방학은 괴로워 - 옛날에는 피천득의 ‘구월의 여인’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어깨에 숄을 두르고, 페치카에 장작불을 바라보며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한가하게 그림을 그리며 우아하고 고상하게 …. 그런데, 이거이 뭡네까? 허벌나게 밥 해대고, 라면 끓이고, 설거지하고, 어질러진 집 안 치우고…. 그러다 하루해가 저무네요.

 

 

고속도로 추월선에서 차선을 바꾸는 순간, 자잘한 흰 꽃이 눈에 들어왔다.

 

 

영국의 어머니날- 영국에서는 3월 셋째 주일이 어머니날, 이날이 되면 거창하게 민족 정체성까지 들먹이다가 정작 5월 8일엔 잊고 지나기 일쑤, 그래서 스스로 한 아름의 꽃을 샀습니다. 기대하느니 차라리 자축하리라. 저녁에 아이들이 식탁위에 카드를 올려놓았습니다 카드의 꽃이 생화보다 더 고와 보이니 이 무슨 조화일까요?

 

 

티타임 - 뜨거운 차를 먼저 붓고 우유를 섞는 집은 고급 찻잔을 쓰던 상류층의 습관이고, 우유를 먼저 붓고 후에 차를 따르는 집안은 찻잔이 부실했던 서민층이랍니다.

 

 

개 대접, 사람취급 - 산책나갈까? 저가까지 뛰어갔다 와. 왜 개처럼 더러운 걸 주워 먹고 그래 (개 정체성 혼란 중) 앞으로 그러지마! 정작 사람끼리(부부)는 멀뚱멀뚱 ‘개한테처럼 친절해 보시지!’ ‘개만큼만 애교를 떨어보라고’ 개하고 더 친한 사람들.

 

 

 

 

 

 

--------------

 

 

자하연님이 영국 코츠월즈에 가보라고 이책을 빌려줬다

저자가 김혜란님이 직접그린 그림과 글이 예쁘고 진솔하다

우리 작은 쌈지도서관에도 구매하여 여러회원들과 행복을 공유하고 있다

 

 

'난로'사랑처럼, 가까히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고슴도치'사랑처럼, 가까히 다가가면 내눈과 내 마음에 피눈물이 나는 사랑

사람사이의 관계란,

자동차 운전처럼,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접촉사고가 없다

물론 안전띠는 생명띠다. 

'상대편이 사생활을 말하지 않으면 굳이 캐묻지 않습니다. 가까운 친구 사이라 해도 서로 간에 더는 열지 않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

 

나는 영국인도 아니면서 왜 그리 매정하게 살고 있었을까?

이제부터라도 .... ?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살던대로 산다고 한다.

그냥,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