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발단이 그랬다.
남편친구들과 주말이 멀다하고 산으로 계곡으로 심신단련을 다닌다.
남편하고 동갑내기인지라 그중 내가 지긋하여 천상 분위기를 맞추는 기쁨조역할을 한다.
일행중 누군가가 구석에서 말 안하고 있으면 참기 불편하여
내가 나서서 모두를 화기애애 분위기로 만든다.
뭐냐?
그러니 나는 약방에 감초와 같이 꼭 필요한 존재다.
착각이 아니고 진짜다.
그런 내가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몸살이 나거나 설사를 하거나 다리가 후들거리거나…
친구들은 퇴직 후, 여행을 다니자며 거금을 모으고 있다.
퇴직은 어디 갔던지 벌써부터 일행에서 뒤처지기 시작하니
10년 후까지 내가 살 수나 있을런지 상황이 심각하다.
설사로 인해 내가 불참한 어느 날,
나름대로 일가견을 가진 남편친구들이 모여
'이거다' '저거다'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한다.
모두 오직 한가지, 나를 건강하게 하기위하여!
양기를 북돋게 하고자 부자와 돼지족발을 푹 고와 약으로 만들어 왔다.
따뜻하게 데워 먹지만 않으면 그렇게 몸에 좋다는데…
난 전에도 아이에게 먹일 젖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부자를 한 사발 먹다가 죽을 뻔 한 적이 있었다.
시어른들이 배고픈 손자를 위하여 정성으로 고와주시며
"따실 때 쭈 욱~ 어서 ..."
혀끝이 말리며 온몸이 후끈! 그때 나는 "퀙퀙" 거리며 명이 길어 살아났다.
남편이 들고 온 부자를 보자마자 난 펄쩍 뛰며
"두 번 죽을 수 없으니..."
절대 안 먹는다고 못을 박았다.
남편은 한의사 의사 교수인 친구들이 내린 처방인데… 못내 아쉬워한다.
그래도 '절대' 절대로 안 먹을 것이다.
나는 생긴 거와 달리 ‘미련곰탱이’다.
무슨 일을 시작하면 몸과 마음을 아끼지 않는다.
그렇다고 어떤 꿈이 있어 목적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할뿐. 내가 하는 일이 최선인지 아닌지 조차도 모른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하면 또 신이 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맡겨진 일에 맥을 못 춘다.
꼭 손발을 움직이는 노동의 일뿐만이 아니라 마음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요령을 부려 몸과 마음을 사리지 못하니...
'다정도 병이런가'
아무래도 부자를 먹어야 할까보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