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놀이, 비름나물
비름 나물이다
밭에 많다
오이밭 가지밭 고추밭에
마구마구 자란다
일부러 재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캐 버리지도 않는다
양념맛이지 별 맛이야 있겠나 싶어도
박근혜의 아버지 故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시절, 비름밭 한고랑을 만들었다고 한다
박대통령을 모시던 요리사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비름나물은 꼭 육영수 여사가
손수 뜯어 나물을 해드렸다고
일단, 비름나물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분명 촌사람이다
비름에도 윤기가 자르르 나는 참(청)비름이 있고
쑥빛이 도는 거친 개비름이 있다
개비름은 먹지 않는다
위의 것은 '쇠비름'이다
채송화와 비슷하기도 하고 돌나물 비슷하기도 하다
쇠비름은 얼마나 번식력이 강한지
밭에 것을 뽑아
밭두둑이나 길가 따끈따끈 돌 위에 버려
한달이 지나도
비만 오면 또 기를 쓰고 살아난다
사람이 밟고 가거나 마차가 지나가도 끄떡없는
질경이 보다 어쩌면 더 독할 것이다
뽑아 말려서 태워버려야 한다
엊그제 어느분이
채송화 같이 생긴 것을 누가 주며
비름이라고 하더라고 했다
들어보니 쇠비름이 분명한데
한약제로 쓴다는 말은 들었어도
난 아직 먹어보지 않았다
데치기에는 물이 통통하여
"샐러드는 어떤가?" 내게 묻는다
나는 검증할 수가 없어
그냥 얼버무려 웃기만 했다
어렸을 적, 쇠비름을 뿌리째 캐어
손등에 두들기며
"신랑방에 불켜라!"
"각시방에 불켜라!"
노래같은 주문을 외우면
뿌리가 홍당무처럼 차츰 차츰 붉어졌다
내가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청사초롱>이라고 이름하고 싶다
우리는 쇠비름 풀이 놀이감이었다
나는 먹는 것에 별 관심과 취미가 없다
장마철 먹는 나물보다는
닭의 장풀,
달개비
이런 꽃들을 보는 것이 좋다
꽃 끝에 빗방울이 매달리면
빗물이 잉크빛 파랑색이다
시인 정지용은 달개비 꽃을 으깨어
파란 꽃물로 편지를 썼다지 않은가
나는, 닭의 장풀을 보면
괜히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