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스마트
류창희
2011. 4. 4. 08:56
스마트,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내 의지대로 바꾼것이 아니라
마음의 준비도 없이 느닷없이 바뀜을 당했다.
"써 보시면 정말 좋을 거에요"
집의 큰놈이 '갤럭시 S'라는 것을 부쳐왔다.
어느 선배분이 고급아파트에 입주하고서
현관이나 가전제품 등의 자동인식 기능이 낯설어
집에 들어앉아있기도
외출했다가 돌아가기도 겁이 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 내 생활이 그렇다.
전화벨이 울리면 허둥대고
문자가 오면 답글을 보낼 생각에 부담이 크다.
잘못 열어 슬쩍 터치만 되어도
엉뚱한 사람 목소리가 들리거나 문자전송이 된다.
더구나 '카카오톡'을
즉시 답변해야되는 줄 알고
자다말고도 일어나 벌을 서곤 했었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물건이
온통 나를 지배하고 있다.
첨단이라는 것이
머리에서 쇳소리가 날만큼
머리카락 쭈뼛쭈뼛 서게 한다.
어제는 집에 방문한 아들과 새아기까지
기능을 설명하느라 내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그 중, 가장 내 핸드폰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당연히 남편이다.
구석구석 다른 기능과
사용방법을 설명하기 위해 친절을 베푼다.
"줘봐"
"싫다니까"
밀고 당기고 ...
언제부터인가.
내 영혼을 침해받는 기분,
무슨 커다란 숨길 것이 있다고
무슨 남모르는 큰 사업을 몰래 벌여 놓았다고.
오늘 주고 받은 문자,
오늘 주고 받은 메일,
오늘 관심있게 찍은 사진,
오늘 끄적끄적 메모해 놓은 쪼가리들을
아무리 부부라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다.
장농 속보다,
화장대 서랍보다,
핸드백 속보다,
내 통장잔고보다
핸드폰이 더 사적인 공간처럼
은밀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윤정희 백건우 부부
'휴대폰 하나를 '공유'할 만큼 비밀이 없는 사이'라는
신문을 읽으며,
"띵~~~~~!"
과연 그들 부부가 잘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잘못살고 있는 것일까.
문득, 드는 생각이다.
* 탁상용 달력 위에 붓펜으로 적었다.
<이래도 저래도 '스마트하게' >
사월 사일 월요일 아침 ,
나는 스마트한 사월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