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파리
이제 내가 살던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려놓고
나도 제 자리로 돌아간다
머물던 장미셸 집이다
부엌, 가전제품, 사용하던 조리기구
모두 원위치를 찾아 놓는다
여행와서 반나절 동안,
스폰지 수세미 철수세미
수세미란 수세미 총동원하여 주방과 화장실 욕조를
락스까지 풀어 힘껏 문질러보기는 처음이다
이제, 접속하던 노트북도 종료한다
보던 책도 책꽂이에 다 꽂았다
매일 마주 쳐다보던 앞동 집들도 안녕 ~~
커텐을 내렸다
마루바닥도 다 밀고 닦았다
잘 지내다 간다는 엽서도 썼다
내책 <매실의 초례청> 한권을 선물로
식탁위에 올려놓았다
쟝미셸이 한국어를 잘 읽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다
딱 두명만 탈 수 있는
빨강색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이제 다시는 빨간 선이 그어진 현관으로 들어설 수 없다
프랑스인 미셸이 초대하지 않는 한,
정말 편안하게 잘지내다 간다
그리고 파리에 도착하던 첫날,
빨간 제라늄 꽃이 예쁘게 보이던 카페로 갔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식사니
좀 무리해서 주문했다
말로만 듣던 달팽이 요리
푸아그라
곳곳에서 마주치던 자전거 나라 여행객들
자전거 타기가 익숙하다면
저 또한 해보고 싶은 여행
이제 드골 공항으로
가방 두개면 되는 것을...
한국에 가서도 가방두개처럼
간편하게 살아지기를...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다시 핸드폰에 얽히기 시작~
문자를 보냈다
'부산에 무사히 잘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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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떠나는 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세면대와 싱크대 청소를 했다.
물론 집세를 지급한 집이다. 혹여 훼손되는 물건을 위해 선 위약금도 지불했다.
나는 내가 사는 공간을 송두리째 누구에게 내어줄 수 있을까.
미셸 장 부부처럼 침실 거실 주방 욕실 그리고 그들이 읽는 책이 꽂혀 있는 서가,
그 갈피갈피 그들의 취향 생활습관의 흔적들을 보았다.
나도 그들처럼 오픈된 생활을 하고 싶다.
그것은 단순함의 원리다.
당장에라도 큰 가방 하나 싸면 떠날 수 있는 단출함.
누군가는 말한다.
그래서 프랑스 연인들은 어제저녁 불타는 사랑을 나누고 오늘 아침,
느닷없이 “안녕”이라며 떠날 수 있다고.
처음 파리에 도착하던 날,
호텔 근처에 제라늄꽃이 예쁘던 카페에 갔다.
여전히 사람이 북적였다.
아마 맛집인가 보다.
프랑스 사람들도 유명한 곳, 맛집 등을 찾아다닌다더니 역시다.
프랑스에는 음식점 메뉴에 그림이 없다.
영어도 없다.
우린 프랑스어도 모른다.
오로지 눈치와 책자에만 의존해야 한다.
애프터 메뉴로 달팽이 8마리와 푸아그라를 시켰다.
화이트 와인도 시켰다.
옆 테이블 사람들도 우리를 구경한다.
종업원은 "굿!" 굿이라고 엄지를 추켜세운다.
이름도 모르는 음식을 시켜도 둘이서는 언제나 다른 메뉴를 시킨다.
혹시 입맛에 맞지 않는 정말 생뚱맞은 음식이 나오더라도
한 사람 몫이라도 건져야 하니.
바게트 한 바구니에 달팽이 속살을 다 빼먹은
초록색 국물의 흔적까지 찍어 먹었다.
한국 같으면 추어탕 한그릇만 먹어도
자판기 커피 정도는 공짜로 한잔 두 잔을 빼 마셔도 된다.
프랑스는 커피 값 물값이 모두 메뉴다.
마지막 날이니 돈 주고 커피 정도를 시키려고 막 주문을 하려는데,
이게 뭔가. 메인 요리인가 돼지족발 같이 생긴 진득한 맛이 나온다.
양이 장난 아니게 많다. 이를 어쩜 담!
프랑스 요리는 대체로 짜다.
어디 가든 딱 밥 한 공기씩만 주면 완벽한 맛일 텐데, 늘 20%가 부족하다.
드골공항까지 가는데 버스 네 번 탔다.
무거운 여행가방을 들어 올리고 들어 내리고, 그리고 공항버스도 탔다.
마지막 날까지 편안한 픽업을 마다하고 한번 해보는 남편의 호기심.
그럴 때, 나는 남편과 시차가 맞지 않으려고 한다.
본인은 성공의 기특함에 자족하는 것 같다.
나는 힘이 들어 죽을 맛인데,
그것이 바로 남편의 실험정신, 장점이다.
비행기안, 일찍이 맛있다는 말은 들었으나 진짜 맛있다.
호박 채 나물, 홍당무 채 나물, 생고추장, 참기름.
집에 가면 뭐든 야채를 가늘게 채를 썰어 비빔밥 곡 해먹어야겠다.
또 프리마 넣은 커피도 맛 좋다.
마지막 홍차가 입안에 가득 향기롭더니
이 글을 다 쓰도록 혓바닥이 입천장에 착 붙었다.
음식은 뭐니뭐니해도 한식이,
커피는 뭐니뭐니해도 커피믹스가 가장 맛있다.
비행기 좌석에 붙은 작은 모니터,
이승기와 강호등은 아직도 1박2일에서 활기차다.
김종서는 한국 발음도 좋게 노래를 잘한다.
언어도 한국말이 가장 듣기 좋고, 말하기도 한국말이 가장 좋다.
한국 음식으로 배가 부르니 사방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시집 살던 며느리, 한번 분가해 살면
다시 시집에 들어와 살기 어렵다는데....
난 이미 프랑스의 자유로운 날개 '파리' 맛을 보았다.
자유, 시간적 여유인가.
아니다. 이제 나는 나를 위해 나를 쓰고 싶다.
여태까지 나는 남의 눈치를 너무 많이 보며 살았었다.
아직, 나는 세상을 대차게 차고 나가거나 뚝 꺾을 자신이 없다.
그저 나에게 맡겨진 일에 성실하게 책임을 다하려고 애쓰는 소심한 나만 보인다.
난 능력의 150%를 쓴다. 항상 힘에 버겁다
그것이 곧 '병폐'다.
아직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에
벌써 나의 사고방식 내가 정해놓은 규칙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당분간 나는 날마다 갈피갈피 줄 치며 추억하며 즐거울 것이다.
파리여행의 선택, 탁월했다.
그곳에 있었다는 것만 해도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에 축배를 든다.
나는 막춤이 아닌 탱고를 출 것이다.
원래 3박4일 여행갔다 아침에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이
할 말이 가장 많다고 하지 않던가.
보는 것마다 들리는 것마다 프랑스 파리는 나에게는 신세계였다.
만약 3~4년 살다왔으면 상대방이 묻는 것만 대답할 수 있는
여행이 아니라 그 또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스무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다녀온 날보다 정리하는 날이 더 길었다.
마흔아홉개의 카테고리를 올리면서
잘난척도 많이 하고 자랑도 많이 했었다
얄밉고 거슬리는 것이 많았을 지 모른다
내 감정에 솔직, 그리고 충실했다
개인의 기록일 뿐이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댓글로 응원해 주신 분들께 두손 꼭 잡아 감사드린다.
* 나를 아끼는 어느 어르신께서
여행경비에 관한 이야기를 반드시 남기라고 말씀하셨다.
며느리가 ㅇㅇ 항공사 안전본부 팀에서 일하고 있다
덕분에 본인과 배우자, 친정부모, 시부모는
노선이 있는 곳의 항공권을 이용할 수가 있다
공항세와 유료할증료는 지불했다
열심히 일하고 받는 혜택으로
부모가 타는 비행기는 연봉에 포함된다.
또, 숙박과 식료품에 도움이 되고자,
출발하기 전에 거금(?) 2백만원을 남편에게 송금했다
얼마가 남았는지 혹은 모자랐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내 밥값은 내가 한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