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양변기 위에서 - 김선우
류창희
2012. 3. 27. 09:00
양변기 위에서
김선우 님
어릴 적 어머니 따라 파밭에 갔다가 모락모락 똥 한 무더기 밭둑에 누곤 하였는데, 어머니 부드러운 애기 호박잎으로 밑금을 닦아주곤 하셨는데, 똥 무더기 옆에 엉겅퀴꽃 곱다랗게 흔들릴 때면 나는 좀 부끄러웠을라나. 따끈하고 몰랑한 그것 한나절 햇살 아래 식어갈 때쯤, 어머니 머릿수건에서도 노릿노릿한 냄새가 풍겼을라나. 야아 - 망 좀 보그라 호박넝쿨 아래 슬며시 보이던 어머니 엉덩이는 차암 기분을 은근하게도 하였는데, 돌아오는 길 알맞게 마른 내 똥 한 무더기 밭고랑에 던지며, 늬들 것은 다아 거름이어야 하실 땐 어땠을라나. 나는 좀 으슥하기도 했을라나.
양변기 위에 걸터앉아, 모락모락 김나던 그 똥 한 무더기 생각하는 저녁, 오늘 내가 먹은 건 도대체 거름이 되질 않고
‘좋은생각에서’
오래전에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에서
베껴적었놓았었다.
시에서 모락모락 똥냄새가 따뜻했기 때문이다
시민도서관에서
시를 쓴 작가를 만났다
너무 반가웠다
그런데 시인이 아주 젊고 예쁘다
나는 여태까지 시를 쓴 시인이
푸짐한 내 나이 정도의 중년으로 알았었다.
시인의 정서가 부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