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운조루 (구례)

류창희 2009. 10. 4. 00:13



부엌에서 내다보이는 뒤꼍
도라지밭이다.

장마철 유월 칠월경에 화얀색 보라색 도라지꽃 피면
고단한 시집살이 뒤꼍에서 꽃으로 피웟을 터이다.
문화 류씨 (文化柳氏) 곤산군파 류이주 종가

운조루가 있는 오미동은
종가 뒤로 펼쳐지는 병풍산이 바람을 막아주며
금환낙지의 명당에 자리잡은 아흔아홉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문화류씨 라는 거다.










안채로 들어서면
아담하고 네모난 안 마당을 밟게 되고
장독대가 먼저 손님을 반긴다.

안방문으로 들어가는 분홍색 어른
9대 종부 '이길순' 여사이신데
미처 알아뵙지 못해 인사도 못드렸다.
사람은 '설미'가 있어야 한다.
척 보면 알아야지 이리 눈설미가 없어서야...  쯧쯧쯧
어찌, 친정집 종부어른을 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다.
 





장독대,
장독대만 보면 반성한다.
요몇년 사이
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막장을 담궈먹지 않는다.
이 다음 며느리에게 말할 것이다.
"애야! 된장은 '서운암' 된장이 맛있는데... "
"..... "
"내것도 주문해다오"





검은색 문이 굳게 닫힌
2칸짜리 소박한 사당이다.





문사이로 카메라 들이댔다.
류화류씨 후손답게 기를 받고 싶은 마음에.
한때 외지 사람들이 줄지어 이사를 왔었다는데...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金環落地'의 명당이라 해서.
그러나 옥녀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바로 그곳에 주춧돌을 앉히지 못한 탓인지...
대부분 투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안채에서 사랑채로 나오는 문
안채라 하여 마당을 낮게 하지 않고
큰 사랑채 높이와 같이 해 남녀의 공간을 동등하게 했다고 한다.





운조루의 특징은
사면에 펼쳐진 천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생활 속으로 끌어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3개의 누마루를 설치했다.




층층시하의 눈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친정이 그리워 눈물 지을 때도
누다락은 더 없이 편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터 잡은
문화 류씨 류이주(柳爾胄 1726~1797)
선생의 99칸 고택 '운조루(雲鳥樓)' 는
명당 중의 명당에 자리한 대표적인 종가이다.


------------------------



호수아빠   2009-05-11 18:28:56
운조루의 기를 담아 오셨군요. 나도 아직 못가봤는데....원래 한옥의 장독은 안 채의 부엌 뒤켠에 마련하는 것인데, 관리상 안 마당으로 옮겼나 봅니다. 한옥에서 안 마당은 그저 비어있어 자연을 담는 유기적공간으로 유명하지요. 중국은 중정을 만들고, 일본은 안 마당에 인공정원을 꾸며요.
안 채의 빈 마당에 오늘처럼 비라도 내려 낙수물이라도 떨어지면 사랑채에 머무는 영감생각 나겠지요.....
류창희   2009-05-11 22:15:38
서울 비온다며?
부산 아직 바람만 부는데...
'명문종가 운조루' 대단하지.
호수오면 꼭 한번 가보시게.
사진에 다 담지 못한 무엇들이 가득하다네.
우리 '문화류씨'들만 갖는 운기 같은 것.
생각지도 않은 여행의 보너스!
부전   2009-05-16 08:45:08
서운암 된장 맛있어요? 거기서 사먹어야지
류창희   2009-05-19 16:12:28
어머니표가 가장 맛있는데,
여직 어머니들한테 한번도 못 얻어먹었어요.
이제 담그기는 번거롭고...
새가족 생기면 도전해 볼런지 ...
곽인수   2009-05-20 21:26:31
우리 집안에도 문화류씨 한 분 계셨죠.
돌아가신 친정엄마. 그리웁네요.
류창희   2009-05-21 07:58:04
인수님, 어쩐지 ...
인수님의 조신함이 뭔가 했더니 피가 땡겼군요.
문화류씨의 후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