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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내다보이는 뒤꼍
도라지밭이다.
장마철 유월 칠월경에 화얀색 보라색 도라지꽃 피면
고단한 시집살이 뒤꼍에서 꽃으로 피웟을 터이다.
문화 류씨 (文化柳氏) 곤산군파 류이주 종가
운조루가 있는 오미동은
종가 뒤로 펼쳐지는 병풍산이 바람을 막아주며
금환낙지의 명당에 자리잡은 아흔아홉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문화류씨 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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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로 들어서면
아담하고 네모난 안 마당을 밟게 되고
장독대가 먼저 손님을 반긴다.
안방문으로 들어가는 분홍색 어른
9대 종부 '이길순' 여사이신데
미처 알아뵙지 못해 인사도 못드렸다.
사람은 '설미'가 있어야 한다.
척 보면 알아야지 이리 눈설미가 없어서야... 쯧쯧쯧
어찌, 친정집 종부어른을 알아보지 못한단 말인가.
제대로 배우지 못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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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장독대만 보면 반성한다.
요몇년 사이
나는 간장 된장 고추장 막장을 담궈먹지 않는다.
이 다음 며느리에게 말할 것이다.
"애야! 된장은 '서운암' 된장이 맛있는데... "
"..... "
"내것도 주문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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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문이 굳게 닫힌
2칸짜리 소박한 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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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이로 카메라 들이댔다.
류화류씨 후손답게 기를 받고 싶은 마음에.
한때 외지 사람들이 줄지어 이사를 왔었다는데...
풍수지리설에서 말하는 '金環落地'의 명당이라 해서.
그러나 옥녀가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바로 그곳에 주춧돌을 앉히지 못한 탓인지...
대부분 투기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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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에서 사랑채로 나오는 문
안채라 하여 마당을 낮게 하지 않고
큰 사랑채 높이와 같이 해 남녀의 공간을 동등하게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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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조루의 특징은
사면에 펼쳐진 천연의 아름다운 경관을 생활 속으로 끌어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3개의 누마루를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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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시하의 눈을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친정이 그리워 눈물 지을 때도
누다락은 더 없이 편한 공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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