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유림
류창희
2009. 10. 3. 15:27
유림 - 서평
(매화꽃에 물 주어라)
柳昌熙
儒林(유림)1.2.3.
최인호 지음
열림원 / 2005년 6월30일
저자 최인호는 유림을 쓰기 위해 15년 전부터 마음속의 화두처럼 미리 제목을 정해두었었다고 했다. 15년 세월은 공자가 말하는 지학(志學)의 나이이니 소설을 읽는 순간 선비에 입문하는 셈이다.
한 사람의 개인에게 인격이 있듯이 한 나라에도 국격이 있다고 말하는 최인호의 유림은 소설에도 격이 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옛것만 쓰지 않았다. 시간과 공간을 현시점에 맞춰 고문 속에 박제된 옛글을 독자의 몸속으로 흐르게 한다.
1권- 조광조를 통해 선비는 재물을 탐하는 태도를 버리고 즐기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빈천하다고 해서 구차하게 굴지 아니하며 부귀를 누린다고 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고 자기와 같은 부류라 해서 무조건 친하지 않고 자기와 다른 부류라 해서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 올 곧은 선비정신을 말한다.
2권- 공자는 ‘사람으로서 어질지 못하다면 예(禮)는 무엇 할 것이냐며, 먼저 사람이 되어라. ‘마치 북극성이 일정한 자리에 있으면 여러 별들이 모두 돌며 떠받드는 것과 같은’ 덕치(德治)이다. 또 공자와 노자와의 만남을 통하여 초현실적이 무위와 유위를 비교하여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말한다. 현실적이 유가사상은 필연적으로 사회참여를 통하여 지상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군자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올바른 도리’ 즉 ‘사람의 도’를 예수나 부처처럼 신이 아닌 인간으로써 끊임없이 실수를 하고 또 자신을 반성하며 수양을 통해 고쳐나가는 공자의 태도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3권- 퇴계는 수십 번이나 벼슬자리에서 사퇴한 이퇴계. 평생 매화를 사랑하여 107수에 달하는 매화시를 지었고 91수의 매화시를 집대성한『梅花詩帖』을 남겼으며 매화꽃에 물을 주라고 유언할 정도로 살아생전 매화를 사랑했다. 소설의 읽는 재미로는 퇴계선생이 아끼던 ‘두향’ 이에 관한 조각들이 매화향기처럼 은은하게 코끝을 스친다. 그러나 정작 매화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고결한 선비정신이다.
무릇 성인들의 종교나 철학을 전파하는 데는 탁월한 제자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만약 플라톤이 없었더라면 소크라테스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며,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바오로가 없었더라면 기독교는 세계적인 종교로 확산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장자가 없었더라면 노자는 다만 수수께끼의 인물로 사라져버렸을지도 모르며, 마찬가지로 맹자가 없었더라면 공자의 사상은 맥이 끊겼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퇴계가 없었더라면 유교는 동양사상으로 정착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유교는 2천5백 년 전 공자가 일으켰으나, 공자의 사후 2천 년 뒤엔 조선에서 태어난 퇴계에 의해서 유교의 사상과 철학은 완성될 수 있었다. 유교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유산이 아니라 ‘21세기를 밝힐 무한한 에너지’ 라고 작가는 주장한다. 유학의 시조인 공맹(孔孟)이 태어난 고향을 일컬어 추로(鄒魯)지향이라고 한다면 퇴계가 학문을 닦고 나무하고 고기 잡던 곳이 바로 추로지향이라는 퇴계의 시(詩)로 소설은 끝난다.
風雨溪堂不庇床 계상서당에 비바람 부니 침상조차 가려주지 못하여
卜遷求勝徧林岡 거처 옮기려고 빼어난 곳을 찾아 숲과 언덕을 누볐네
那知百歲藏修地 어찌 알았으리 백년토록 마음 두고 학문 닦을 땅이
只在平生採釣傍 바로 평소에 나무하고 고기 낚던 곳 곁에 있는 줄이야
해마다 매화꽃이 피는 우리의 땅 대한민국!
“매화꽃에 물 주어라” 퇴계선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부산퇴계학연구원 원보에 실린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