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라나시에서 빨래하는 사람들
인도, 바라나시
갠지즈 강가, 빨래하는 사람들
2013년 1월 16일 ~ 21일
위의 돌들은 빨래터다
인도에서 빨래하는 사람은 불가촉 천민이다
불가촉이란 서로 손을 대서는 안되는 사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손자
대를 이어 업을 받아야하니
카스트제도의 병폐다
아시가트 반대편
무갈사라이 역쪽으로 걸어가면
관광객이 별로 없다
그들의 삶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온통 쓰레기 더미인것 같아도
그곳에서 둘러치고 매쳐서 빨래를 한다
우리나라는
빨래는 여자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인도는 남자가 한다
아무남자나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이 빨래하는 사람이 하고 있다
말하자면 전문적으로 분류를 해서
빨고 널어놓는다
바지는 바지대로 티셔츠는 티셔츠대로
선재(인도청년)보고
인도여자는 빨래를 집에서 안하느냐고 물으니
왜, 빨래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자가 빨래를 하느냐고 되묻는다
길바닥에 소똥 개똥 쓰레기 다 있지만
아무 상관이 없다
널어놓으면 보송보송 뽀얗게 잘 마른다
빨래하는 물은 몇미터 떨어진 곳에서
목욕하고
시체를 태우고 버린 물이다
나는
그것보다 신기한 것은
그 많은 빨래들에 이름이 없는데도
집집마다 다 배달하는 것이 더 신기하다
빨래터에 '멍때리고' 앉아있으면
모든 근심걱정이 없다
숨쉬는 것은,
배고픈 것은
추운 것은,
더운 것은
더구나 아픈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고급 호텔에서 사용하는
뽀얗고 하얗게 나오는 수건이나
침대시트들도 다 이곳에서 빨래한 것이다
그 밑에 흙은 진흙이 아니다
다 소똥이다
냄새가 엄청 심하지만
그곳에 10분만 멍때리고 앉아있으면
아무 냄새도 안난다
똥과 사람이 자연풍화로 동화가 된다
호텔안에서 침대시트나 수건을
바꿔달라고 말하기 전에는 절대 바꿔주지 않지만
꼭 흰색일 필요도 회색일 필요도 없다
그냥 습기 없이 말라있으면
수건으로써 제 기능을 다하는 것이다
사진에 잡지는 못했지만
이빨 빠지고 늙은 노인 할아버지 들도
홑이불 같은 천을 들고 하염없이 서 있다
햇볕에 빨래를 말리는 인간 빨래줄이다
이 인도 여인들이
지금 퍼포먼스 무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
호텔 침대카바나 사리를 말리는 중이다
사실, 관광객이 없는 곳에서
그들의 일상을 사진에 담기란 매우 난처하다
누가 우리의 궁색한 일상을 엿본다고 생각해보라
좋을 리 없다
관광지에서는 일부러 사진에 찍히고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사람들은 눈길만 피한다
왜, 인도를
색깔있는 도시라고 하지 않겠는가
아름다운 빛깔 아름다운 장면을
몇날 며칠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그들의 습관적인 몸짓이 무엇인가
자꾸, 눈물이 난다
바라나시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라나시를 간다
그리고
점점 바라나시의 마력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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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일 목
인도인들은 업을 갖고 태어나기 때문에 자기 업에 충실하다.
아침이 맑다. 일출을 보고 오는 사람들 많다.
호텔이라고 해도 남해안 어느 끝자락 민박집 수준이다. 알카호텔이 인도 중 가장 좋았다고 말하는 여학생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 수가 있다.
몇날 며칠이 지나도 호텔에서 청소를 해주지 않는다.
사나흘 보다 못해 내가 쳥소를 하려고 빗자루를 들고 마대걸레를 찾아오라고 했더니 종업원이 펄쩍 뛴다. 당신은 손님이니 그러면 안된다고 한다. 종업원이 일하는 꼬마 한 명을 보냈다. 물 묻은 걸레 하나들고 엎드려 닦는다. 걸레 꼬락서니나 어슬픈 소년 꼬라지나 일하는 품새나 거기서 거기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것이 낫지만, 그건 인도인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내가 못마땅해 하는 것을 눈치챈 꼬마가 흘끔흘끔 뒤 볼아 본다. 그 틈새 종업원은 와서 “룩” “룩” 너의 허즈밴드 와서 보라고 종용한다. 남편이 들어와 보니 남편 발밑에만 쓱쓱 걸레가 지나가는 시늉을 한다. 그래도 하는 척 하는 그 꼴이 가상하여 10루피(한화 200원)를 남편이 건네니, 받으면서 쳐다보는 눈길이 '100만 루피를 받은 행복한 얼굴'이다. 그날 허름한 소년은 우리 부부에게 100만 루피 행복을 선사해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