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우다이푸르 (파촐라 호수)
2013년 1월 8일 화요일 우다이뿌르
새벽에 도착하여 시외버스 터미날가서
우다이뿌르 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시내에서 반나절 놀고 12시에 시외버스터미날에 갔다
얼마나 급하고 조마조마했던지...
5분만 늦었어도 며칠 계획이 날아갈뻔 했다
버스가 꼬불꼬불 산넘고 고개넘어 달렸다
정류장마다 다 서는 7시간 완행버스로 도착했다
이곳은 호수를 중심으로 아주 느리고 아름다운 도시다
신혼여행지로 유명하다하는데
뭐든지 천천히 호수의 물처럼 잔잔하다
호텔 라운지다
아침식사를 호수를 내려다 보며
옥상레스토랑에서 한다
먹고 싶은 것은 입맛대로 다 있다
맛있는 뷔페식 아침도 좋지만
인터넷 사정이 열악한 인도에서
정원에만 들어서도
와이파이가 터진다
그동안 연락 못했던 우리아이들, 지인들
마구 마구 카톡에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인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스마트 폰에 고팠던지
밖에 나가노는 시간이 아깝다
유치한 부부사진^^
촌스럽기는 하지만
우리집 아이들은 이런사진을 보내주면
"와~ 우리엄마 우리아빠^^"
'억수로 사이좋게 잘 놀고 있다' 안심하고
자신들의 일(생업)에 몰두할 수 있다
힌두교는 꽃예물이 아름답다
시바신에게 바친다
인도에서 공사에 세수대야만 쓰이는 줄 알았더니
감히 신적인 존재 소도 이용한다
아마도 저 소는 사유재산인것 같다
호텔 마당이다
햇볕도 좋고 경치도 좋다
몇발짝 밖에 나가면 호객꾼이 따라붙지만
아침만 먹으면, 점심먹고 들어오며
나는 호텔 마당에서 카톡하고 쉰다
남편은 먼곳 까지 가서
앉아 쉰다고
밖으로 나가 하나라도 더 보자고 성화지만,
난, 이렇게
'멍때리는 시간'이 너무너무 좋다
호텔안에 별것이 다 있다
수영장도 있는데
지금은 겨울이다
사진찍는 나만 수영장에 가고
아무도 안 간다
호텔입구다
너무 좁고 복잡해도
짐만 어깨에 둘러메고 들어가면
정원 수영장 레스토랑 별것이 다있다
낙타가 그려진 벽의 창문
저집의 '김치복음밥' 외국사람들이
한국의 김치볶음밥이라고 먹는 것은 이런 맛이로구나
ㅋ
다음날은 피자와 파스타를 먹으며
인도인들이 먹는 피자와 파스타는 이런 맛이로구나
유명하기는 억수로 유명하다
밥 먹고 들어와 다시 호텔안이다
밖과 안이 다른 세상이다
석양의 시티팰리스가 멋지다고 해서
갔더니
문을 닫았다
내일 오라고 하는 옷과 깃털이 멋진 경비아저씨
뉘엿뉘엿 해질무렵, 호숫가를 걸었다
호수 가운데 가장 멋진 레스토랑이다
우다이뿌르에 오면 그곳에 가서
잠자고 식사하는 것이 꿈이라고들 한다
거울 속에 비친 식당 종업원
나중에 너무 친절하여 정이 들어버렸다
너무 늦게 가서 점심시간을 놓쳤다
밤에 오라고 한다
밤에 레온사인을 보면서 식사하는 것이 환상이란다
다음날 밤에 가서 식사를 하는데
전기 사정이 열악한 인도에서 레온사인이란?
정녕, 낮이 아름답다
인도는 작은 구멍가게도
큰 호텔도
사원에도
물에 꽃을 띄워놓았다
운치가 그만이다
나도 집에 가서 따라 해야지 ...
아니, 나는 가끔 항아리 뚜껑이나 대접에다
꽃잎을 잘 띄워놓는다
나는 멋에 겨워 띄워놓고
인도인들은 성수에
시바신을 기쁘게 해드리는 개인 신전이다
나혼자 짓이나서
개인 신전 앞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래도 볼때마다 기분이 들뜬다
호숫가에 성자들이다
한 푼만 달라는 걸인들이지만
나는 주황색 터번만 보면
"라마스떼" 두손을 모은다
내 눈에는 그들이 성자다
가족인지 아닌지는 잘 모른다
인도에서는 앵벌이도 기업이라 하니 알 수가 없다
아랫도리 벗고 오줌을 질질 싸는
어린성자도 외국인만 보면 손을 벌린다
그냥은 아니다
어른은 단 몇분라도 악기를 연주한다
그들은 예술인이다
사원앞은 한산한것 같아도
어느 시간이 되면 구름떼처럼 사람이 몰려 줄을 잇는다
사원입구에 신발장이 있거나
혹은 신발 관리원이 있다
어느 곳에서는 돈을 받기도 하고
어느 곳에서는 그냥 들여보내 주기도 한다
사원안에 제복입고 몽둥이 들고 있는 경찰이 있다
질서를 바로 잡는 것도 있지만
사원은 신성한 신전이기도 하다
카메라 들이대다가는 두드려 맞을 수도 있다
나도 혼구멍 날뻔 했다
꽃 앞에 이마를 들이대고 절한다음
손가락에 붉은 물감을 묻혀 이마에 발라야한다
어느 때는 강제로 발라주고
돈을 내라 한다
내 바지를 보시라
자이살메르에서 한국돈 일금 6천원 주고 샀다
지나가던 한국 여학생들이 "더 깎으세요" 외쳤지만
이미, 6천원에 흥정을 마쳤기 때문에 그냥 샀다
다음 날, 낮에 그곳을 지나며 바지값을 몰어보니
6천원을 부른다
에구~
깎으면 3천원에 살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 남자한복바지 모양인데
여자나 남자나 사이즈 상관없이
고무줄 끈으로 잡아매면 다 입을 수 있다
저 바지 안에 잠옷바지와 등산바지 몇개를 껴 입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보니
6천원도 사실, 싸다
싼것보다 더 큰 효과는
멋지다
모두 내 패션을 부러워한다
외국인이든, 인도인이든, 특히 한국인들이
어울린다고 말한다
한국식 음식을 잘하는 집이라고 해서
김치전을 시켰더니
김치는 보이지 않고 김치개떡같은 밀가루 전을 가져왔다
물론, 김치 맛도 안난다
멋진 호텔, 자물통도 멋지다
직원들도 친절하다
한국말 한 마디라도 배워보려고
'댕규' 가 한국말로 무엇이냐?
'굿모닝' 이 한국말로 무엇이냐?
뭐든지 묻는다
'뷰티풀' 이 한국말로 무엇이냐?
끊임없이 묻는다
'붉은 수수밭'의 배경처럼
온통 벌겋다
빛깔은 안온한데, 인도의 방은 춥다
불을 안 때준다
그리고 사진은 화려해도
이부자리는 무지막지 무겁다
모든 상황이 느리고 아름다워서 좋다
편안하게 자자
기차와 버스 어제와 오늘사이 20시간을 넘게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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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8일 화요일
7시간동안, 산간계곡 구불구불 시외버스를 타고 넘어 온 곳이다. 이곳은 인도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신혼 여행지라는데 아직, 인도 신혼부부의 럭셔리는 못 봤지만, 30년 차 한국 부부는 나란히 걷다 쉬다 거닐다 노닐다.
새벽에 은자씨에게 전화가 왔었다. 놓쳤다. 나는 호텔에 도착하여 구구절절 사연을 보냈다.
지금 이곳은 새벽입니다.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인도거리는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여 길거리 전화가 위험해요. 전화기만 꺼내도 몇 명씩 둘러서서 구경하는 데 소매치기인지 구경꾼인지 알 수가 없어요. 이곳은 숙소입니다. 한순간도 방심하지 못해 두리번거려요. 잠시 멈춰 두리번거리면 외국인이라고 사진 같이 찍자고 덤벼요. 지금은 호텔 안에서 누워 카톡하지만, 다른 날의 숙소는 거리만큼 열악해요. 문밖에 나가면 전시상황처럼 긴장한답니다.
내 삶의 짐을 내려놓으세요.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내려놓으세요. 아무도 내 짐 따위는 안 가져가요. 남의 짐이 내 삶에 뭔 보탬이 되겠어요. 무거운 건 일단 내려놓고 시선에서 아웃 시키세요.
세상의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일단, 내려놓자. 아무도 내 짐 따위는 안 가져간다. 그거 훔쳐다가 무슨 영화를 누릴 거라고 짐을 짊어지고 있나. 나만 피곤하다. 탐나면 가져가라해라. 기껏해야 배고픈 자에게 밥 한번 못 사고, 인색하게 굴던 통장잔고다. 미울 때나 고울 때나 마음같이 하겠다고,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맹세하며 결혼식 날 꼈던 쌍가락지, 개도 안 물어갈 못난 자신을 비춰보는 금이 간 거울이거나, 남의 손 빌려 코 풀던 손수건 따위, 하나같이 소중하다고 보따리에 꾸역꾸역 싸 가지고 있지만, 부피만 크지 누가 훔쳐가 쓸 물건이라고는 없다. 내 무거운 짐, 짐꾼 몇명 고용한 셈치자. 마음도 몸도 가볍게…, 무거운 짐 따위 아웃시키자.
느닷없이 이빨 하나 “툭” 빠졌다. 무슨 징조인가?
“오~예!” 드디어 앓던 이가 빠졌다. 근심 걱정이 일시에 아웃!
어젯밤, 무거운 배낭 내려놓으니…, 이 조시(기분)로 살자. 앞으로 쭈욱!
어둠, 밤하늘, 막다른 골목이 오히려 안온하다. 한국 사람이 하루 이틀 동안 거리나 숙소에서 보이지 않을 때, 문뜩 고립무원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다. 그럼 또 병이 도진다. 정서가 비슷한 사람들 눈치 볼 필요가 없으니 온전한 자유를 누린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다니다가 심통이 나면 남편 왈 : 라자스탄의 왕족이 유럽방문을 막 마치고 바로 도착한 ‘왕족 여인 중의 여왕’이라 한다. 나의 남편이 여자 보는 눈은 높다. 여왕을 택했으니.
짐에 대한 변이다. 나는 한국에서 캐리어 아니면 안 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남편의 배낭은 2인분이다. 배낭의 높이가 말해준다. 내 키만 하다. 짐이 아무리 커도 같이 질 수가 없다. 어깨 멜빵이 두 개뿐이니 지켜보는 마음만 불편하다. 나는 여권과 현금 카메라 핸드폰이 든 작은 숄뎌백이 전부다. 어디를 가나 검색대를 통과해야 하는 인도. 남편이 짐을 지고 내리고 다시 질 때마다, 모르는 사람도 거들어 준다. 그러면서 ‘당신 힘이 대단하다.’라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남편이 비틀거리면서 일어나면, 언제 어디서나 그다음은 나를 바라본다. 여자나 남자나 국적불명하고 한결같다. 그 눈초리는 ‘저 여자는 대단한 여자인가 봐!’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지만, 대부분 ‘에유~ 못된 것, 짐꾼을 저리 모질게 부리다니’ 측은해하는 표정이다. 내짐도 남에게 맡겨봐라. 내 마음이 언뜻 불편하기도 하지만, 가벼운 건 사실이다. 누가 들어달라고 부탁했나. 남편 자신이 나에게 호의를 베풀어 스스로 진것이다.
삶 또한 그렇다. 내가 누구에게 내 짐을 맡길 필요도 없지만, 내가 남의 짐을 지고 힘들어 할 필요도 없다. 도움을 청하지 않는 한, 오지랖을 펴, 내가 다 책임지고 종종걸음치며 넋두리로 엄살떨 필요가 없다. 괜히 나만 고단하다.
하루하루 날마다 천국, 날이 갈수록 천국. 현실에 집중하면 지금이 천국, 여기가 천국, 내 옆이 천국, 내 앞이 천국, 내 앉은 자리가 천국, 내 마음이 천국, 내 존재가 바로 천국이다.
우다이뿌르 호수가 있는 곳, 꽃과 잔디밭이 딸린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호텔, 뷰가 가장 아름다운 이틀의 ‘어슬렁어슬렁’ 콘셉. 시간을 누리다. 시간 안에 갇히다.
인도의 낮, 살 만하고 인도의 밤, 춥고 무겁다. (이부자리 담요 돌덩이처럼 무겁다.) 아침 햇살은 또 하루 살 만하다. 밤이면 이 무슨 고생인가 지옥인가 싶다가도 아침이면 천국이 열린다. 한국에서 아침을 무겁게 맞이하던 나는 그곳이 천국인줄 모르던 시간들이 어리석다. 한국에 가면 기필코, 날마다 행복하게 눈을 뜰 것이다. 머리에 꽃 꽂고 이마에 띠까 반짝이 찍은 여자, 부처가 따로 없다. 나는 오늘 부처다. 내가 앉은 자리가 바로 나의 신전이다.
인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인도 옷을 사라. 비싸 봐야 일이만원이다. 현지화하면 관심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얼굴은 되도록 가리고, 옷은 펄렁거리고, 눈 마주치면 일단 “나마스떼”로 예부터 갖춘다.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상관이 무지 크다. 그 순간, 세상이 아주 착하다.
체면, 이름 그것이 무엇인가.
내년보다 지금 젊어서 좋다.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들을 수 있어서 좋다. 느낄 수 있어서 좋다. 살아있어서 좋다. 문자 하나 받고 불안해하고, 전화 한 통 받고 불안해하고, 이름 한 번 불리는 게 뭐라고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박근혜가 되든. 문재인이 되든, 안철수가 되든. 반장이 누가 되든, 강의가 들어오든, 폐강이 되든, 세상이 무너질 것도 아닌데,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없는데…. 우주의 중심은 나다. 내가 나를 곧추세우고 볶고 자책하고... 허접하다.
아침에 남편이 인터넷을 검색하다 말고 말한다.
“조성민이 자살했다는데.”
“누구?“
”최진실 남편, 조성민“
에구 쯧쯧 쯧쯧,
몇 년 전 시민도서관에서 수업시간에 누가 최진실이 죽었다고 했었다.
“왜?” 충격이 컸었다.
그런데 조성민의 죽음에 충격보다 더 측은한 건, 아이들 아빠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이 그리 그를 힘 들게 했을까. 혹시, 사흘 전에 인도에 도착했더라면, 짐 풀고 적응하노라 생존 본능의 끄트머리라도 붙잡았을텐데.... 아무도 모르는 곳에 아무 상관도 없는 곳에서, 정신없이 시끄러운 동네에서, 마음의 고요를 찾았을지도 모른다. 날마다 생소한 볼거리에 분명 소소한 행복이 조금씩 차올랐을 것이다.
힘든 이들이여! 인도로 오시라.
인도인들의 “헬로우?” 눈빛과 말 한마디에 충전이 될 것이다.
인도인들을 보면, 살아있다는 건 '축복'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문자 한통이 날아왔다. ‘메트로포럼’ ‘메트로 독서회 책이름’
금세 화들짝 소속감이 옥죈다.
한글, 한글 볼 줄 몰랐으면 좋겠다.
아직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않았는데, 일상으로 돌아간것처럼 답답해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