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인도, 바라나시행

류창희 2013. 1. 17. 18:00

 

1월 15일 바라나시행

 

 

 

 

 

 

 

바라나시행 기차를 탔다

몹씨 지쳤고 아팠다

물티슈를 꺼내 세수도 할겸 수분팩을 했다

3층칸이다

 

 

 

 

 

 

 

 

 

 

 

 

 

 

 

 

 

 

 

 

 

소똥 널어놓은 풍경으로 아침을 맞았다

프라자호텔에 도착했다

 

 

 

 

 

 

 

 

 

벌써 로비부터 빠까번쩍인다

 

 

 

 

 

 

 

생존만 있는 줄 알았더니

투자도 있다

삼성모니터에서 주가가 보인다

 

 

 

 

 

 

 

 

짐꾼이 쫓아나와 짐도 날라준다

 

 

 

 

 

 

 

화장실에 휴지도 로션도 인터폰도 물컵도

잊고 살았던 물건들이 다 있다

 

 

 

 

 

 

 

인도에 하얀 시트가 폭신한 것은 처음이다

난방도 훈훈한 바람이 막 나온다

인도여행중 가장 고급을 택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원래 일정대로라면

바라나시에서 하룻밤 자는 것이 마지막 여정이기 때문이다

창가에 서서 내려다보니

수영장도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돈이 떨어졌다

나만 혼자 방안에 놔두고

남편은 CT은행에 돈을 찾으러 갔다

 

 

 

 

 

 

 

 

실례화도 다 있다

 

 

 

 

 

 

 

 

아~!

물을 데울 수 있는 포트도 다 있다

커피잔 물잔 생수도 다 있다

 

 

 

 

 

 

 

 

에구머니, 다리미도 있다

 

 

 

 

 

 

 

 

 

휴지를 마음대로 써도 된다

이 무슨 횡재인가

 

 

 

 

 

 

 

 

인도의 오만 때가 묻은 옷을 다려보는 나의짝지

호기심천국이다

 

 

 

 

 

 

 

 

 

먹고 싶은 것은 인도식 인터네셔널식

뭐든지 가득 가득 양쪽벽에 뷔페식이다

 

 

 

 

 

 

 

 

 

나는 음식 앞에 앉았으나....

 

 

 

 

 

 

 

 

 

인도에는 짜이만 있는 줄 알았더니

카푸치노 커피도 있다

 

 

 

 

 

 

 

 

 

 

 

 

 

 

 

1층 로비에는 화장실도 근사하다

 

 

 

 

 

 

 

 

 

 

 

 

 

 

 

 

 

 

 

 

 

은행 찾아간 남편 몰래 밖에 나가

호텔안을 둘러봤다

여태까지 길거리에서 본건 무엇인가

릭샤소리 뿌자의식소리, 안 들린다

새소리만 경쾌하다

 

 

 

 

 

 

 

 

 

 

 

 

 

 

 

 

 

 

 

 

 

 

 

 

 

 

 

 

 

 

 

 

 

 

 

 

 

 

 

 

 

 

 

 

 

 

 

 

 

 

 

 

 

 

 

 

 

 

 

 

 

 

 

 

 

 

 

 

 

 

 

 

 

 

 

 

 

 

 

 

 

 

 

 

 

하룻밤 자고

체크아웃하고 나올 때, 우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내 짐은 내 스스로 메고

그리고 오트릭샤를 타러 거리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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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월

바라나시행 기차 안 가장 따뜻했다. 물론 화장실 앞 기차 문 옆, 꼭대기 아래 정신없다. 근데 3층 침대 위에 누워 라자 카페 스위스여자가 구운 빵과 라시를 마시고 누웠다. 누워서 물티슈 2장으로 수분 팩을 마친 후 스킨 로숀 비비 크리 림을 발랐다. 의식을 치르듯 아주 정성스럽게 천천히 누운 채로 하니 내가 무슨 그랜드 호텔 마사지실에서 럭셔리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다. 내가 나를 대접하는 것 참으로 오랜만이다. 1층 2층 침대칸의 청년들이 이 기차 안에서는 가장 해피한 것 같다. 5분 간격으로 웃음을 설사처럼 쏟아낸다. 힌디어라 무슨 말인지는 몰라고 덩달아 전염 '바이러스 행복'이다.

 

 

오가며 마주치는 한국의 대학생들이 우리 부부를 보고 부럽다고 한다. 엄마 아빠를 생각하며 부럽다 한다. 자기 엄마 아빠는 많이 싸우는데 다정해서 보기 좋다고 한다. 엄마 따로 아빠 따로 여행하고 노는 것만 봤다고 한다. 나이가 든 싱글들도 우리부부를 부러워한다. 자신들도 나이가 들어 부부가 함께 자유 여행하는 것이 꿈인데 장래의 모델을 본다고 한다.

 

인도에서 아마, 간디 다음으로 존경받았을 것이다. 허풍이 너무 센가. 다가와 말을 걸고 우리 부부를 몰래 사진도 찍는다. 물론 나의 지나친 헤픈 웃음과 친절한 눈길이 바쁜 탓도 있었을 것이다. 만나는 기쁨 마주친 눈길의 기쁨 모든 것은 라마스테다.

 

우리가 타는 기차 우리가 자는 호텔(숙소)을 부러워한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 삼등석이나 여자 남자만 편 갈라 재워주는 허름한 게스트 하우스는 일부러 택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늙은 연인'보다는 안락함일지 모르겠다. 그렇다. 안락도 갈 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치 내일은 없어도 된다는 듯, 오늘 많이 웃는다. 일부러 웃지 않아도 사람과 눈만 마주치면 웃음이 저절로 질질 흘러 넘친다.

 

그들은 우리가 살면서 날마다 햇볕 쬘 시간을 잊고, 젊은 날, 무거운 밤을 맞이한 날들이 많았던 것을 짐작하지 못한다. 고스톱 쳐서 딴 나이가 아니다. 애니팡 하트 보너스 보내달라고 오밤중도 마다하고 카톡보내 주워 모은 나이가 아니다. 숱한 바람에 가지 부러지고, 꽃 지고, 잎 떨어지며, 쌓은 연륜이다. 이 연륜을 획득하는데 무려 58년이나 걸렸다. 이 나이, 이 시간, 이 여유 아까워서 아무에게도 못 준다.

 

인도에는 기차 시간이 30시간 연착도 있다는데 오늘 또 복 받았다. 별 노력 없이 또 시간을 벌었다. 4시간 연착이란다. 오늘 하루 중 받은 시간, 아침에 도착하기로 한 바라나시를 낮에 도착했다. 아침 햇살보다 낮의 햇볕이 더 따끈따끈하다. 화사하다.

 

인도인들은 담요 솥단지 가방과 자루 뭔가를 담아 이고 지고 온 삶을 이삿짐처럼 옮기고 다닌다. 여행객은 사람보다 인도인들의 짐에 눌린다. 우린 부산에서 서울만 가도 무거운 것은 미리 택배로 부치는데 언제 배달과 택배가 이 나라에 정착할까. 배달의 민족 대한민국을 쫓아오려면 멀었다.

 

 

 

1/15일 화

바라나시 프라자호텔, 여태까지 여행 중 가장 고급스럽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편안한 호텔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흰색 이불이 인도에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더구나 폭신폭신하다는 것은 더 상상도 못했다. 실내 조명등과 공기는 쾌적했다. 고급이다. 요즘 유행어가 있다. “쇠고기 사먹지” “소고기 사먹으면 뭐하냐?” 딱 맞는 말이다. 그러면 뭐하냐. 호텔 옆에 피자헛이 있다. 여기가 인도가 맞냐 싶다. 크림수프 한 그릇 사 먹었다.

 

일정이 늘어나는 바람에 돈도 떨어졌다. 수수료가 적은 CT 은행 현금인출기를 찾아 걷기 시작하다 몇 바퀴를 돌아도 못 찾았다. 그 동네는 네온사인 현란하고 규모가 어마어마한 호텔만 밀집되어 있지 골목골목 뒷골목은 험악하다. 은행도 보이고 은행 앞에 막대기를 들고있는 경비원을 보였지만, 진짜 경비원인지 현금을 노리는 사두인지 알 수가 없다. 릭샤를 타고 조금 더 번화한 곳으로 나가니 온 잡스런 호객꾼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발길을 막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아프다. 남편이 잠깐 길을 묻는 사이에도 주저앉아야 했다. 다시 릭샤를 타고 가다 약국이 보여 약을 사러 갔다. 기침 콧물 목감기약 사는데 이것저것 오만 떼만 약을 자꾸 권한다. 약값이 800루피란다. 엄청난 바가지다. 그보다 릭샤 운전사는 뭐하러 쫓아 들어와서 옆에 구경꾼들까지 둘러서서 아프고 지치고 사기 치고 엄포놓는 광경을 시시덕거리며 구경하는지... 그 군중이 더 머리가 아프다. 코가 뻥 뚫린다는 약과 알레르기 약을 빼고, 400루피 3일분 약을 샀다.

 

한국에서 비상약은 왜 안 가져갔느냐고 물을 수가 있다. 인도 여행객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안다. 인도는 특수상황이다. 한국음식먹고 한국환경에서 걸린 감기몸살은 당연히 한국 약으로 다스리지만, 여기는 인도다. 인도에서 걸린 병은 인도 약으로 다스려야 듣지 절대로 듣지 않는다는 것을 여행객은 다 안다. 나는 아니지만, 특히 배탈이 난 사람들은 사나흘 죽은 듯이 숙소에 처박혀 다 위아래로 쏟아내야 기어나올 수가 있다.

 

호텔에 들어가 한알 한알 한모금 한모금 입에 넣고 넘기고 잤는데, 정말 신기하게 씻은듯이 기침 콧물이 뚝 끊어졌다. 인도 약 독하게 잘 듣는다더니 희한하다. 그런데 대여섯 시간만큼 지나니 사지통까지 몰고 와서 손목 발목 살갗이 아프다. 이 모든 고통, 시간이라는 것은  '이 또 한 지 나 가 리' 파노라마처럼 추억이 되어 돌아간다. 프라자호텔에는 동양인 한국인은 없다. 서양사람들 정말 많다. 그리고 아침뷔페식사 인터내셔날식 인도식이 장사진이다. 번쩍번쩍 김이 모락모락. 그러면 뭐하냐. 쇠고기 사 먹는다고. 나는 너무 아파서 이것저것 먹을 수가 없다. 럭셔리 음식과 호텔은 그림의 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