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아, 카주라호 주변
1월 12일 토요일
카주라호
카주라호는 '야한 사원' 에로템플이다
한국사람들은 매스콤을 통해서 이미 잘알고 있는 사원이다
카주라호행 기차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갑짜기 시끄럽게 아우성이다
폭동인가 싶어 벌떡 일어나 쫓아가보니
기차를 타려는 사람들이다
줄을 서면 될텐데...
그들은 짐은 짐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머리위로 올려 마구 옮긴다
그런데, 카주라에 내려보니
아주 한적한 시골이다
너무 새벽에 도착을 하여 역안에서 기다리다 나갔다
짐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은 나의 짝지이고
앞서서 가는 소년은 ㅋ '비지니스맨'이다
열살남짓한 소년이지만
영어가 되니
운전기사 청년을 데리고 다닌다
호텔 수르야,
정원이 카주라호에서 가장 잘 꾸며져 있다
ㅋㅋㅋ 이틀동안 보니
손님보다 정원을 가꾸는 인부가 더 많은 것 같다
인도인들도 지나가다 들어와 사진을 찍는다
그 옆에 값이 헐은 작은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은데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똑 같다
카주라호에는 한국말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일명, 껄떡도시라고 한단다
그만큼 한국 사람만 보면
옆에 딱 달라붙어 껌딱지 행세를 한다
우리가 줄창 갔던 식당도 전라도 밥집
'박상민' 밥집이다
한국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 누군가가 인도남자에게 지어준 이름이란다
아씨식당, 장금이네, 고향식당 등
실제인지 통만인지
한국 고추장통과 간장통이 입맛을 당기게 한다
무엇보다 와이파이가 잘 터진다
노트북도 사용할 수 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쓸수 있다
짐도 맡겨준다
여러가지의 서비스가 있어 한국대학생들의 본부같다
메뉴판도 한국어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닭도리탕 선전문구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나라에서
선택할 것은 닭밖에 없으니
보약이 따로 없다
모양과 빛깔은 거의 완벽한데
먹어봐야 안다
나는, '매웠다'라고만 적는다
한국음식에 궁했던 사람들은
입을 호호 불어가며 환상이라고 말한다
인도식 김치볶음밥이다
인도에 가면 김치찌게나 김치볶음밥에 배추김치가 없다
김치는 모두, 무 김치다
내가 짐작컨대,
소나 돼지가 잎을 모두 뜯어먹으니
땅속의 무만 온전한 것같다
이곳에서 많은 한국 학생들을 만났다
은서의 남자친구 경찰대학 학생이 준비한
"이 사람이 당신 많이 좋아한대요" 메세지를 들고
사진의 모델도 되어주고
교대다니는 여학생자매도 만나고
와~ 많이 만나 여행정보 듣고
델리가는 기차표 취소하고
바라나시로 향하는 기차표 다시 끊고
누구나 다 서로서로 돕는다
호텔 입구의 성수의 신전도 곱다
아침 산책도 하고
침침한 호텔식당 안에서 안먹고
정원으로 주문하여 아침식사를 할때
꼭 뭐가 된듯 우쭐하다
하루종일 쏘다니다
다리가 꺾어질 즈음
정원에 앉아 쉬는 것도 좋다
일꾼들이 힐끔거리며 구경하는 시선만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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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울 12일 토요일
카주라호 새벽 6시 30분 도착
카주라역에 도착하니 한산한 촌이다. 인도답지 않은 희고 깨끗한 택시가 30루피에 시내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오토릭사말고 사이클릭사도 100루피 이상을 부를 성싶은데, 내 귀를 의심할 정도다. 택시기사는 20대쯤으로 보인다. 그런데 열한두 살쯤 보이는 소년이 자신이 ‘비즈니스맨’이라고 소개를 하며 호객을 한다. 말하자면 통역이다.
매너또한 예의 바르고 부드럽고 징글징글하다. 누가 그랬다. 카주라호에 가면 징그러운 인도 남자가 많다고 했다. 한국말과 영어를 구사하며 자신은 대학생이거나 엔지니어이거나 은행원이라며 접근한다더니…. 실제로 다니면서 보니 소년에서 청년 말하자면 카주라호 남자들은 거의 간단한 한국말을 한다. 다음날 사원에서 쫓아다니던 소년은 한 술 더 떠서 작은 키로 내 어깨에 매달려 팔을 두르며
“마담, 조심하세요.”라면서 소똥이나 움푹 팬 구정물을 피하도록 안내를 했다.
그래서 그 세련되고 스마트한 택시 비즈니스맨은 택시 안에서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카피한 지도(카피한 지도 정도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인도에 가 봐야 안다) 를 펼쳐보이며 내일과 모레 자신이 안내하며 모실 거란다. 말하자면 택시는 '미끼상품'이다. 단호하게 뿌리치고 호텔까지만 갔으나, 다음날도 길에서 당신을 기다렸다면서 안내해주겠다고 문앞에서 기다린다. 영화배우처럼 잘 생겼다. 몸에 밴 제스추어는 수준급이다.
정원이 가장 아름다운 호텔에 도착했다.
전라도 밥 짐. 주방장 박상민(인도인이다) 음식모양과 빛깔은 70퍼센트 완벽. 맛은 혀가 놀람. 우리나라 고추장통과 간장통을 들고 왔다갔다 그럴싸하다. 가장 사람 마음을 휘어잡는 것은 와이파이가 공짜로 터지는 식당이다. 한국에서는 와이파이 정도야 별것이 아니지만, 유심 칩을 사용하거나 고급 호텔이 아닌 경우, 와이파이카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페팩트 서비스다. 머무는 동안 식구들이나 도서관 업무를 처리할 때나 기차표 예약 취소 웨이팅넘버의 변화를 보기 위하여 그집으로 가서 식사했다.
인도 철도청 기차역사에 가서 외국인 안내를 찾아 줄 서서, 서툰 언어로 하루 이틀 걸린 일을 노트북을 펼쳐들고 그곳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으니, 여행사나 마찬가지다. 그곳에도 진풍경이 있다. 6~7살 되는 어린아이가 조악한 플라스틱 자동차를 손에 들고 놀다가도, 손님이 오면 주문을 받는다. 그러면 20대쯤 보이는 아이들이 음식을 나른다. 어린아이들은 그만큼 언어습득력이 다재다능하다. 그 대신 글이 되지 않으니 어른은 받아적고 아이는 말로 주문을 받는다.
지나가는 초등이나 유치원생 같은 어린아이들도 멀뚱거리게 그냥 지나가는 어린이가 없다. 외국인만 보면 지가 아는 문장이나 단어는 다 실험해 보는 것 같다. 내 손가방에 달라붙은 키플링 원숭이가 가장 갖고 싶은 것 같다. 그다음은 “스쿨펜 기부 미” 볼펜을 달라고 한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도 하고 찍어 달라기도 한다. 무조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다.
이곳의 인도 청년들은 한국어를 아주 능숙하게 “어디 가요?” “코리아에서 왔어요?”라며 자신이 대학생이라 하지만 100퍼센트 가짜라고 한다. 인도대학생들은 공부의 양이 많아서 더구나 지역이 넓다 보니 다 기숙사에 있지 평일 날 뭐하러 촌 동네 와서 관광하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인구 4~5천과 인도 인구 13억 중의 대학생이니 실제 대학생을 거리에서 만나기란 우리가 연예인을 거리에서 만나기 만큼 어렵다는 이야기. 그런데도 여행의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고 긴장하고 무서운 가운데 인도 특유의 친근한 친절에 한국여성들이 가장 사고가 자주 나는 곳이 카주라호라고 한다. 가짜인 줄 뻔히 알지만, 우선 그들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친절하다. 그곳에서 인도여자를 보기란 어렵다. 인도를 여행하며 보면 식당이건 주방이건 서빙이건 길거리 상점이건 거의 다 남자들이 오픈 된 장소에서 일한다. 여자들은 집에 있다. 우리처럼 남녀구별 없이 거리를 나다니는 나라가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 휴식. 심신의 이완 ‘멍 때리기’ 인도의 여유. 시간가는 줄 세월 가는 줄 모른다. 아직 음식에 자신이 없지만, 지내볼 만한 곳이다. 지나친 관심이 때론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 또한 그들이 순수하기 때문이 아닌가. 이국이 신기한 그들.
코리아라고 말하면 “안녕하세요” “어디 가요” “빨리빨리” 빨리빨리가 없으면 한가롭다. 그냥 햇볕만 쬐고 앉아있으면 시간이 간다. 청춘은 역시 보내기 싫다. 그런데 밤이 싫다. 밤은 춥고 보일러 그립고 온돌방, 집에 새로 마련한 햇솜 폭신한 극세사 이불이 그립다.
열 몇 시간 밤새도록 기차 타고 새벽에 도착하여 오후까지 이렇게 버티는 것,
나는 철의 인간이다. 아무래도 신(神)빨을 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