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자이살메르 성안풍경
1월 4일 5일 자이살메르 성안풍경이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무대같다
라자스탄 주에 남아 있는 성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성이다
성 안에는 오트릭샤나 차가 못 들어간다
들어가자 마자 왼쪽 편에
막대기를 들고 줄타는 소녀가 있다
동생인듯한 아기들은
코를 찔찔 흘리며 놀고 있다
그 광경, 사진을 찍으면
엄마 같이 보이는 여자가 접시를 내민다
동전을 몇잎 얹어야 한다
인도인들은 줄타기 따위엔 관심이 없다
줄타기를 찍는 나를 찍느라고 야단이다
그들 눈에는 내가 더 신기한 여자다
내 뒤에 보이는 것이 자이살메르 성이다
아침이 이렇게 한산하더니
졸지에 군중이 몰려든다
단체 수학여행단이다
어제 잠시 사티에 대해 설명했었다
그 사티 앞에서 앞에서 인솔하는 선생님은 안 쳐다보고
나에게 관심이 쏠렸다
몇몇 여학생들이 사진을 같이 찍어도 되느냐고 물었다
(푸른 점버를 입은 남자가 인도 11학년 인솔교사다)
나는 연예인 처럼
"OK, 노 프라범" 한마디 하는 바람에
개인사진, 단체사진, 30분~1시간 정도 휩싸여
모델이 되어주었다
나중에는 남학생들도 모여들었는데
우리 남편이 성적 노출이라며 나를 막 뭐라 했다
인도 사람들은 누구나 외국인하고 사진찍는 것을
매우 매우 좋아한다
이곳은 '리틀 이태리'
'멍 때리기, 가장 좋은 레스토랑이다
이틀동안 점심을 먹었는데...
밑의 성입구의 도로는 호객꾼들의 아수라장,
한층 올라오면 음악과 한산과 인도와 다른 이국적인 분위기가 천국이다
흰옷을 차려입고 맨발로
성안으로 들어가는 청년들이 부라만이다
부자의식을 집전하는 사두다
햇볕바라기와 휴식, 음식과 메모 책읽기
문화적 공간이다
가디 사가르
인공호수다
옛날에는 식수원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철새들의 도래지와 낙타몰이꾼들에게 악용되는 장소라고 한다
크리쉬나 신상이 세워져있는 사원
낙타사파리를 위해 호텔 타이타닉을 찾아갔다
타이타닉 골목이다
개 돼지 소 쥐 사람들 모두 자기 삶에 집중한다
걸거리를 지나가면 대부분 남자들은 밖을 내다본다
가끔 사람은 보이지 않고
"핼로우" 여자 목소리가 안에서 들린다
그녀들은 문 안에서 커텐 뒤에 숨어 내다본다
나오라고 해서 아기에게 한국사탕 주면서
옷 '사리'가 예쁘다고 하면서
같이 사진 찍었다
이사람들은 방금 장례행렬이었다
남자들은 집안에서 애도하고
여자들은 길바닥에 앉아 애도 하더니 떠난다
점심은 성입구 오른쪽에 있는
리틀 이태리에서 먹었다
나른한 인도음악이 흐르고
햇살이 따뜻하고 한산하고 성과 성밖이 다 보이고
무엇보다 자이살메르에서 가장 맛있는 집이다
실제로 아주 맛있다
자인교 사원도 가고
정부박물관도 가고
골목에서 만난 주호네와 세밀화도 보고
옥상에 올라가 아이들 연날리는 것도 보고
부라만들 뿌자의식 치루고 떠나는 것도 보고
의식에 참여했던 신도도 보고
데저트 보이 게스트 하우스 앞
작은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
하루에도 몇번씩 아는체 했는데
우리가 떠난다니
짜이한잔 주며 부끄러워한다
앞으로 나오시라 해도 뒤에 가서 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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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때리다>
자이살메르 성 입구 이탈리아 레스토랑 ‘멍 때리는 곳’ 햇살 사람 호객꾼 관광객 휴식 정적 (인도 음악이 들리지만, 나에게는 정적이다. 왜냐? 자연스러우니 일부려 듣지 않아도 된다.) 이런 호사, 어느 곳에서 누릴까? 긴장하고 번잡하고 고단하고…. 언제 그런 일이 있기나 했었느냐는 듯이 기억상실증처럼 까마득하다. 어느 평생에 누릴까. 외줄 타는 아이, 수학여행단 11학년. 코리아 하이스쿨 티처라고 하니 인도선생님이 와서 악수를 청하고, 아이들이 몰려와 줄 서서 사진을 한 장씩 박는다. 연예인이 따로 없다. 외국인에 대한 호기심과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한마디씩 개구리 운동장이다. 희망 해피 사랑 아름다운 세상 서울 대전 대구 찍고 부산 따위 무슨 의미랴. 아수라장처럼 소란스러웠지만, 내 마음속에는 고요가 스며들었다.
사티(Sati) - 죽으면 신이 된다. 여성의 사티, 일종의 열녀문이다. 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손바닥 도장을 벽에다 찍고 분사를 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 조성으로 암암리에 자행하도록 했다 하니 인도남자들의 집단적인 범죄행위다. 자진해서 먼저 죽은 남편을 위해 따라 죽는 거다. 여자의 자유의지라고 남자들은 말한다. ‘열녀’라는 말장난에 속아 대들보에 목을 매듯이 아시아 여성들의 비애 자국이다.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 흰색 상·하의를 입은 맨발의 젊은 청년들. 인도는 남녀가 함께 여행하는 사람 드물다. 남자들끼리 흰옷을 갖춰 입고 몰려다니는 핸썸한 청년들, 그들은 브라만이다.
인도 개들은 사람에게 알랑방귀를 안 뀐다. 한국의 개들은 조금 예뻐 해주는 것 같으면 기어오르고 무릎에 올라앉고 엉덩이 꼬리 치켜들고 짓을 내는데, 인도 개들은 사람 따위는 왕 무시한다. 어슬렁어슬렁 거리거나 아무리 길이 복잡해도 길 한가운데 옆으로 또는 휘딱 뒤집혀 낮잠을 즐긴다. 개는 상팔자가 되어 길바닥에서 자고 사람은 손을 흔들며 혹은 지나가는 외국인에게 툭툭 치며 먹이를 달라고 적선을 요구한다. 인격과 견격의 사이 누구 팔자가 더 상팔자일까. 개는 ‘정’ 고요의 견격을 지킨다. 이 뒤바뀌고 멈춘 시간을 내가 누리고 있다. 햇볕 따갑다. 바람 서늘하다. 오트바이 경적소리만이 바쁘고 내 마음은 고요하다. 햇살이 시간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