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장맛비

류창희 2009. 10. 4. 01:12

장맛비

밤새도록 빗소리가 들렸다.
빗소리를 좀더 즐기려고
자다말고 몇번씩
유리창문을 열었다가 창호지문을 열었다가 뒤척였다.
어제 오후에 마신 진한 아메리칸 커피를 탓하지 않았다.

출근하러 나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베란다에 나가 내다보니 아파트 간선도로에
뒤꽁무니 줄을 이은 자동차 불빛들이 희뿌옇게 붉다.
뉴스특보 - 폭우, 산사태, 침수, 역류, 휴교령, 범람 ,... ...
부산의 서른 몇개 도로가 잠겼다는 뉴스가 나온다.
광안리 해변길, 대연동에 비가 가장 많이 오고 있다고 한다.
차키를 들고 요트장으로 막 출근하려던 아이도 그냥 주저앉는다.
한사람은 도로에
한사람은 티부이 앞에
한사람은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지인들 에게서 핸드폰 문자가 통통 튕겨온다.
'운전하지 마세요' '조심하세요' '부침개 한장' '물폭탄'
여기도 잠겼다 저기도 잠겼다.
사랑의 통신원들이다.

또,
"우루루 쾅쾅!"
번개치고 천둥운다.


7월 16일 오전 10시
난 다행이 이번주 목요일이 휴강이다.



강변학생
  2009-07-16 13:30:49
밤새도록 폭군처럼
바가지로 부었어요
번개번쩍 하늘이 우루루 콰당탕
밤이 길기도하군요
선생님의 방 또방문하고갑니다
류창희   2009-07-16 15:00:04
강변학생님^^
ㅎㅎ
북구는 바가지로 퍼 부었군요.
남구는 하늘이 터졌었는데 ...
이런 날 배신감을 느끼죠.

앞베란다에서 보이는 이기대
뒷베란다에서 보이는 황령산
햇볕이 쨩쨩하답니다.
빙호   2009-07-17 09:53:18
장맛비를 근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데
뭣에 심사가 뒤틀렸는지 하늘은 댐을 방류하듯이
폭우를 내리쏟아 부었지요.
그 비 그치자 꿉꿉한 날씨가 기분마저도 저기압대를 형성하고 있네요
엊그제 서울서 한 열흘 묵을 때도 폭우가 오락가락 해
빨랫감을 말리느라 목이 빠지도록 하늘만 쳐다보고 왔는데요.
한 날은 미사리까페촌을 거쳐 팔당댐 방류를 구경하는데
소용돌이치는 누런 흙물이 내 안에 갇힌 절망인듯 하여
갈갈이 찢기는 수량을 넋놓고 지켜보면서
저것에 휘말리면 모든게 끝장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단단히 붙잡았지요.
가는 곳마다 연일 물난리가 나니 올 여름은 유난히 어수선합니다.
하늘 가까이 살아 비 피해는 엾겠지요?
작렬하는 태양이 몹시 그리운 날입니다.
류창희   2009-07-17 14:30:54
'저것에 휘말리면 모든게 끝장'
마음을 단단히 잡은 것은 참 잘하셨어요.

하늘 가까운 고층에 살다보니
일부러 안나가면 바깥 풍경을 놓치고 살아요.
수업이 없는 날은
티브이로 라디오로 신문으로 전화로 위급상황을 보고 듣지요.
햇볕이 나면 나는 대로 또 덥다덥다 불만을 말하겠지요.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발자국   2009-07-17 14:45:44
이쯤에서 물러가도 붙잡지 않을 것인데요
류창희   2009-07-24 10:20:44
발자국님^^
휘몰아쳐 부수고 떠내려가게만 하지않으면
촉촉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