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류창희 2016. 12. 31. 21:58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고전 독서법

 

진경문고

 

벼리야!

책을 읽으라고 하면 여전히 공부하라는 말처럼 들리는 걸까? 책가도(冊架圖) 책을 얹어 둔 시렁. 책이야말로 선비의 거처를 꾸며 주는 최고의 장식품.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눈빛이 달라지고, 마음속에 무언가 뿌듯한 것이 들어앉게 된다. 참 멋진 변화가 아니겠니?

 

 

책 이야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남자는 적어도 다섯 수레 정도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뜻. 중국 당나라 때 유명한 시인 두보의 시에 나오는데, 원래는 도가(道家) 사상가 장자(莊子)가 자기 친구 혜시(惠施)가 책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며 한 말.

위편삼절(韋編三絶)’ 공자가 유교 경전인 주역을 하도 열심히 읽는 바람에 가죽으로 엮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말.

훈고학(訓詁學)’, 후학은 글자의 원래 의미를 따지는 학문이고, 고학은 죽간의 차례를 따지고 당시의 관습에 비춰 해석하는 학문을 말한다.

수진본袖珍本’, 옛날 선비들이 도포 자소매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란 뜻으로 손바닥에 올려놓고 볼 수 있는 문고본만 한 책.

다산 정약용은 책의 여백마다 자기 생각을 적는 메모광. 다산이 읽은 책을 보면 온통 메모로 가득하다. 그 책을 읽으면 마치 그분의 독서 일기를 훔쳐보는 기분이 든.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한 책을 다시 읽으면, 그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기억이 나곤 하.

 

 

, 어떻게 읽어야 할까?

꼼꼼히 읽을까, 많이 읽을까. 다독과 정독. 많이 읽을수록 좋은 책들은 많이 읽고, 꼼꼼히 읽어야 할 책은 꼼꼼히 읽으면 된다.

 

이덕무 사소절 - 글은 온화한 소리로 읽되 힘없이 읽어서는 안 된다. 맑은소리로 읽어야지 서둘러 읽어서도 안 된다.

 

옛사람들이 중요한 경전을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씩 읽은 것은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읽고 또 읽어 다 외우고 자서도 다시 읽고 또 읽었지, 사실 늘 곁에 두고 소리 내서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일 것 같구나.

송나라 때 예사(倪思) - 솔바람 소리, 시냇물 소리, 산새 소, 풀벌레 소리, 학 울음소리, 거문고 소리, 바둑두는 소리, 비가 섬돌 위로 떨어지는 소리, 창문에 눈발이 흩날리는 소리, 차 달이는 소리 등은 모두 소리 중에서도 지극히 맑다. 하지만 낭랑하게 책 읽는 소리가 가장 좋다. 다른 사람이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면 그렇게까지 기쁘지는 않은데, 자식의 책 읽는 소리만큼은 기쁨을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독서백편의자현 讀書百遍意自見,’ 책을 1번 읽으면 의미를 굳이 알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는 뜻.

전기수(傳奇叟), 직업적으로 소설을 읽어 주는 사람.

옛 사람들은 소리를 내서 읽어야만 책에 기록된 내용이 죽은 기호에서 살아 있는 말로 깨어난다고 생각했다. 좋은 글을 소리 내서 읽으면 읽기뿐 아니라 쓰기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리듬이 자연스러워 읽기가 참 편안하게 느껴진다. 말이 입에 잘 붙지 않고 뻑뻑하게 느껴지면 좋은 글이 아니다.

표맥 漂麥,’ 후한 때 고봉이란 사람이 하루는 그이 아내가 시장에 가면서 하늘이 찌푸린 것을 보고 비가 오면 마당에 널어 둔 겉보리를 잊지 말고 거둬 달라는 부탁했다. 아내가 돌아와 보니 소낙비에 보리가 다 떠내려가고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 ‘빗물에 떠내려간 보리라 하여 글을 읽는데 몰두하여 다른 일을 모두 잊어버린다는 고사. 속된 말로 공부는 머리보다 엉덩이로 하는 거다.

 

 

읽으면서 기록하자

포쇄 暴曬,’ 책에 바람과 햇볕을 쐬어 주는 것. 햇볕과 바람을 쐬어 책을 말린다. 책을 펼치면 눅눅해서 손에 찐득찐득 달라붙던 책장이 파닥파닥 되살아나서 챙챙 소리가 난다. 책을 읽을 때 얼마나 기분이 뽀송뽀송 개운했겠니.

 

기록하는 습관 - 이덕무는 메모광. 책을 읽다가 재미있 내용이 있으면 그 즉시 공책에 베껴 썼다. 공부하다가 새로운 생각이 문득 떠올라도 글로 적어 두곤 했다. 나중에 그럼 메모만 다 모아서 책으로 <<이목구심서>>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느낀 것을 글로 적어 놓은 것이란 뜻.

<한겨울의 공부방> - 176511월에 공부방이 너무 추워 뜰 아래쪽의 작은 초가집으로 옮겨서 지냈다. 방이 몹시 지저분해서 벽에 얼음이 얼면 그 위로 내 얼굴이 비치곤 했다. 방구들에서는 연기가 새서 눈이 늘 시렸다. 방바닥도 울퉁불퉁해서 그릇을 놓으면 물이 엎질러질 정도였다. 한 방울만 옷에 떨어져도 눌러온 손님들이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정말 미안해서 사과하곤 했다. 그래도 게을러서 수리하지는 못했다. 어린 동생과 이 방에서 겨울 석 달 동안 함께 지냈는데, 그 추운 방 안에서 책 읽는 소리가 끊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겨울 동안 큰 눈이 세 번쯤 내렸다. 큰 눈이 올 때마다 옆집에 사는 키 작은할아버지가 빗자루를 들고서 새벽에 문을 두드리며, 혼잣소리하면서 혀를 차곤 했다. “거참! 우리 몸 약한 형제들이 이 추위에 얼지는 않았는지 몰라.” 그러고는 빗자루로 쓸어서 먼저 길을 내고는 문밖에 놓아둔 눈에 묻힌 신발을 찾아 탁탁 털곤 했다. 금세 마당을 말끔하게 쓸어 둥근 눈 무더기 세 개를 만들어 놓고 갔다. 나는 그때 이불 속에서 벌써 옛사람의 문장 서너 편을 외우곤 했다.

어떤 환경에서든 책을 부지런히 읽음. 마치 매일 물 마시고 숨 쉬듯이 말이다. 꼭 어디에 써먹거나 시험에 나오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 때로는 이덕무와 박제가처럼 온전히 독서의 힘만으로 자기의 조건이나 환경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통째로 외워라

의미는 항상 소리 뒤를 따라오는 법. 특히 어릴 때 외운 것은 평생 잊지 않고 기억에 남는다.

 

구양수의 <독서법>

글자 수를 헤아려 보았더니 효경1,903, 논어11,750, 맹자30,685, 주역24,107, 서전25,700, 시경39,234, 예기99,010, 주례45,806, 춘추좌전196,845자였다. 날마다 200자씩 외우면 4년 반이면 다 마칠 수 있다. 조금 머리가 나빠서 150자씩 외운다고 해도 9년이면 전부 외울 수 있다.’

공부는 어쩌면 속된 말로 단순하고 무식하게.

 

슬기 구, 문심혜두

공부 머리가 터진다는 말은 공부에 요령이 생긴다는 뜻. 공부머리란 말은 문심혜두 文心慧竇’, 문심은 글을 읽는 마음. 혜두는 슬기 구, 자꾸 열심히 읽고, 외우다 보면 어느 순간 글이 내 마음을 움직여서 슬기 구멍이 뻥 뚫리게 된.

공부는 왜 하는 걸까? 슬기 구멍을 뚫으려고 하는 것이다. 슬기 구멍이 뻥 뚫리면 그날부터 사람달라진다. 순간에 몇 단계가 뛰어오르게 되지.

 

 

메모하는 습관을 지녀라

<산길> - 김시진(조선 후)

한가한 꽃 혼자 지고 예쁜 새들 지저귀니/ 소롯길 맑은 그늘 푸른 시내 돌아간다/ 앉아 졸다 가다 읊다 때로 시구 얻어도산 중이라 붓이 없어 적을 길이 없구나

 

<행복론> 정진규

볼펜 없이 하루를 지내본 적이 있는가? 견뎌 본 적이 있는가? 처음 내가 볼펜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확인된 건 서울에서 온양으로 가는 기차 속에서였다. 무슨 생각이 떠올라 그걸 적어두려고 찾았으나 없었다. 난감했다. 옆의 사람에게 빌릴 수도 있었겠지만, 득 나는 그 난감을 즐기기로 했다. 그 생각이 지워질까 끝내 기억될까를 생각하는 순간에도 그 생각은 자꾸 낡아 갔겠지만 나는 재빨리 몸을 세웠다. , 재미있는 줄다리기! 지워진 쪽으로, 당기고 놓아주기! 내기 힘이었다. 그 맛이 괜찮았다. 탱탱했다. 나의 하루가 탱탱했다.’

생각은 떠올랐을 때 재빨리 붙들어 두어야지, 놓치면 마치 주먹에 쥔 모래처럼 꽉 쥐려 들수록 스르르 빠져나가고 만다. (나는 운전을 하며 어떤 생각이 퍼뜩 나자. 그 단어라도 붙잡을까 싶어 조급하다. 신호대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쌩쌩 달리지만, 꼭 길이 뻥 뚫려 달리게 된다. 볼펜도 메모지도. 마구 오금이 저리면서 오줌이 나오려고 한다.)

 

청나라 때 학자 이광지 은 눈으로 보고 입으로 읽는 것보다 손으로 한 번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손으로 쓰면 모음이 따라오게 된다. 20번을 읽어서 외운다고 해도 한 차례 힘들게 써 보는 것이 더 낫다. 중략

책의 여백에 메모하거나, 별도의 공책에 적어 두는 것을 질서 疾書, 생각이 퍼뜩 떠오르면 달아나기 전에 빨리 메모하는 독서법

성호 이익도 경전 공부를 할 때 생각이 떠오르면 작은 종이나 읽던 책의 여백에 그때그때 즉각 메모해 두곤 했다. 사서삼경질서》《근사록질서》《심경질서》《가례질서이익이 메모를 바탕으로 해서 완성된 책이다.

다산 정약용도 퇴계집한 권을 겨우 구해 볼 수 있었지. 도산사숙록私淑이란 말은 직접 만날 수 없는 옛사람을 책을 통해 만나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 퇴계 선생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기에 만날 수는 없지만, 다산은 책을 통해 그분의 높고 깊은 학문 정신을 마음에 깊이 새겼던 거야.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은 다음에, 손으로 읽는 독서가 초서 鈔書. 베낀다는 뜻이다. 책을 그냥 읽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부분을 베껴가며 읽는 것이다.

 

<통감절요에 대한 평> 다산 정약용

사람의 성품은 누구나 오래된 것을 싫어하고 새것을 좋아한다. 산사처럼 신 열매를 먹다가 귤을 먹으면 군침이 절로 돌고, 검푸른 빛만 보다가 붉은 색으로 바꾸면 눈이 환해진다. 연나라 사람이 부르는 구성진 노래가 듣기 좋지만, 꾸 듣다 보면 하품이 나고 기지개를 켜게 된다. 그러므로 시경》《서경》《주역》《예기》《좌전》《국어》《한서》《사기》《논어》《맹자의 바른 내용과 장자이소의 기이한 글을 다달이 바꿔 읽고 철마다 섞어 읽어, 봄에 마치면 가을에 다시 시작한다. 이것은 마치 산은 첩첩하고 물은 잇달으면 버들 그늘은 어둡고 꽃은 환한 것과 같다. 근원을 찾는 자가 힘든 줄을 모르고, 놓은 데로 오르는 자가 피곤한 줄을 모른다. 그러니 어찌 글에 푹 빠져 즐기지 않겠는가?’

어떤 책을 고전이라고 하지? 유명하기는 해도 너무 어려워서 막상 읽으려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하는 책? 누구나 내용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제대로 읽는 사람은 만나 보기 힘든 책? 고전이란 누가 읽어도 좋고, 언제 읽어도 좋으며, 어디서 읽어도 좋은 책이 바로 고전이지. 고전은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뛰어넘는다.

두 개의 저울 - 옛사람들은 글공부를 시작하는 아이에게 책 읽는 순서를 정해주곤 했다 선경후사 先經後史고전을 읽을 때도 마음을 바로잡게 해주는 경전을 먼저 읽고 난 뒤에 역사책을 읽게 한 것이. 추사 김정희는 경경위사 經經緯史경은 비단을 짤 때 세로로 걸쳐 있는 씨줄을 말하고, 위는 가로로 엇짜는 날줄을 말한다. 비단은 먼저 씨줄을 걸어 놓고 나서 실을 감은 북을 좌우로 던져 가며 날줄을 짜나가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경전 공부의 든든한 바탕 위에 역사 공부가 더해져야 균형 잡힌 사고가 가능하다.

 

성호 이익 성호사설

밥을 먹으면 기운이 나게 하고 영양을 공급해서 신체를 튼튼하게 하고 피부를 기름지게 한다. 밥알의 형상 속에는 기운이나 영양의 형상이 없다. 책을 읽는 보람이 일상생활이나 글쓰기에서 드러나는 것도 이와 다를 게 없다. 밥을 먹으면 이것이 변화해서 똥으로 나온다. 하지만 체해서 소화되지 않고 설사를 하게 되면 먹은 것이 그대로 나온다.

다산이 아들에게 주는 편지-‘네가 닭은 친다고 들었다. 닭을 치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닭을 치는 데도 우아한 것과 속된 것, 맑은 것과 탁한 것의 차이가 있다. 중략~ 기왕 닭을 기른다면 모름지기 백가의 책 속에서 닭에 관한 글들을 베껴 모아 보거라. 내용에 따라 차례를 매겨 鷄經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당나라 때 유우는 차에 대한 자료를 모아 茶經을 지었고, 유득공의 담배에 관한 내용을 모아 煙經을 지었지. 속된 일을 하더라도 맑은 운치를 얻는 것은 언제나 이것은 좋은 예로 삼도록 해라.

 

 

작은 주제 사전 만들기

송나라 때 여본중이 쓴 <여씨동몽훈>

오늘 한 가지 일을 기록하고 내일 한 가지 일을 기록하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모든 일을 꿰뚫어 알 수가 있다. 오늘 한가지 이치를 알아내고 내일 또 한 가지 이치를 알아내는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자연스레 세상의 도리가 내 마음속에 깊이 들어온다. 오늘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고, 내일 또 한 가지 어려운 일을 실천에 옮기면 오랜 뒤에는 저절로 국세고 단단해질 것이다.’

무슨 일이든 꾸준히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찾는 자료는 주제별로 잘 갈무리해서 체계적으로 모아 두어야 한다. 이런 공부를 엣 사람은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라고 했다. 격물이란 무질서한 사물을 가지런하게 정리한다는 뜻이다. 치지는 격물을 통해서 무언가에 대해 앓의 상태로 나아 간다는 의미다. 격물치지는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모아 어지러운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는 것을 말한다.

 

 

책 아닌 것이 없다.

책과 하나가 되어라. 책에 푹 젖어라. 명나라 장조는 모든 일에 심각한 것은 좋지 않지만, 독서만은 심각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일에 욕심 사나운 것은 마땅치 않아도 책 사는 일만큼은 욕심 사납지 않을 수 없다.”

남송 때 학자 우무는 배고플 때는 책을 읽으며 고기라고 생각했고, 추우면 책을 읽으며 가죽옷이라고 여겼다. 외로워도 책을 읽으며 마음에 맞는 벗이려니 하였고, 번민이 있을 때에도 책을 읽으며 온갖 아름다운 음악소리라고 생각했다.”

조선 후기 문신 이덕수<유척기에게 주는 편지> ‘독서는 푹 젖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푹 젖게 되면 책과 내가 온전히 하나가 된다. 푹 젖지 않으면 읽으면 읽는 대로 다 잊어버려, 읽는 것과 읽지 않은 것에 별 차이가 없다.’ 중략-

푹 젖는다는 것은 물가에서 발을 담글까 말까 하고 망설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풍덩 뛰어드는 것을 말한다.

옛사람과의 만남 맹자는 이의역지 以意逆志읽는 사람이 자기 생각을 글 쓴 사람의 뜻과 일치시켜 나간다는 의미.

연암 박지원의 <다른 사람에게 보낸 편지>

그대가 사마천이 지은 사기를 읽었다는데, 내가 보니 글만 읽었지 거기에 담긴 사마천의 마음은 읽지 못한 것 같소. 중략 - 아이가 나비 잡는 모습을 보면 사마천의 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앞발은 반쯤 꿇고 뒷발은 비스듬히 들고, 손가락을 집게 모양으로 해서 살금살금 다가갑니다. 잡았다 싶었는데 나비는 그만 호로록 날아가 버립니다. 사방을 둘러보면 아무도 본 사람은 없고, 창피해서 씩 웃다가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는 마음, 이것이 바로 사마천이 책을 저술할 때의 심정입니다.’

책을 책으로만 읽으면 소용이 없고, 사물을 책으로 읽으면 그 보람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이다.

 

 

글을 마치며

벼리야! 조선 후기 문장가 김창흡

독서에는 죽은 독서와 산 독서가 있다. 책을 덮은 뒤에 책에 담긴 내용이 눈앞에 생생하게 떠오르면 산 독서이고, 책을 펴볼 때는 것 같다가 책을 덮은 뒤에 아득해지면 이것은 죽은 독서다.

예전에는 책 읽기가 공부의 시작이요 끝이었다. 책 읽기는 하루 세끼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그들의 일상이었던 셈이지. 꼭 읽어야 할 고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었다는 점. 거기 담긴 내용이 완전히 이해되어 내 삶 속에 녹아들 때까지 몇 번이고 되풀이해 읽었다.

책 읽기는 만물박사, 척척박사가 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 하는 것이야. 1천 개의 슬슬주를 색깔별로 상자에 담아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어려운 것을 쉽게,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일목요연한 상태 옮겨 가는 슬기를 지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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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선생의 책을 읽으면, 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한동안 배가 아픈 적도 있지만, 나의 몰 모델이. 이번에는 책머리에 벼리야!” 라며 아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꼭 내가 정민선생의 자식을 보는 듯, 부럽다. 나의 아들은 이미 장성했고, 나의 손자에게 바하야!” 부르며, 책 한 권의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