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하악하악
이외수
해냄 2008
그는 현재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칩거, 오늘도 원고지 고랑마다 감성의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다.
잠은 깊을수록 좋고 꿈은 야할수록 좋다 외로울 때는 하악하악
오늘도 날이 새면 기쁜 일만 그대에게 독서를 하는 것만으로도 다이어트가 된다는 기사를 읽었다.
어떤 책이 가장 효과적일까.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어느 시인이 강원도 두메산골에 전근을 가서
혹시 백일장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
학생들이 어리둥절한 표정. 그때 어떤 학생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어투로
선생님 여기는요. 백일장이 아니라 오일장이래요!
남자는 태어나서 세 번만 울어야 한다. 하지만, 횟수를 정해 좋고 우는 것은 뻐꾹 시계다.
그리움은 과거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흩날리는 낙엽이고 기다림은 미래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흔들리는 꽃잎이다. 멀어질수록 선명한 아픔으로 새겨지는 젊은 날의 문신들.
쨔샤, 남의 피 빨아 먹는 놈 죽이는 건 살생이 아니라 천도야. 철썩!
하필이면, 수은주의 눈금이 급격히 떨어지고 하늘도 빙판같이 얼어붙는 이 겨울 문턱에서 사랑하는 이에게 이별을 통보한다면 그대는 저주를 받아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인간이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고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으니 나는 정말로 행복하다.
그리고 이 행복은 바로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하고 자고 싶을 때 자시 못했던 젊음에서 유래 된 것이다.
꽃이 피었을 때는 꽃을 즐길 줄 알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열매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어떤 인간들은 꽃이 피었을 때는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고 知랄을 하고
열매가 열렸을 때는 꽃이 피지 않았다고 知랄을 한다.
그래서 知랄을 할 때마다 써먹으라도 ‘철모르는 놈’이라는 말이 생겼다.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말은 예술에 접근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사탕발림에 불과하다. 모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은 기술이지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모방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돈을 욕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개 같은 놈의 놈, 원수 놈의 돈, 썩을 놈의 돈, 더러운 놈의 돈.
그러나 인간이든 물건이든 욕을 하면 더욱 멀어지기 마련이다.
산꼭대기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속물 군자여.
자신의 마음조차 낚아본 적이 없는 처지에 세월을 도대체 무슨 수로 낚겠단 말인가.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음식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음식이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는 인간이 있고 시간이 지나면 발효되는 인간이 있다.
직장도 잘렸는데 열심히 글이나 써서 소설가나 되어볼까? 라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도 잘렸는데 열심히 공이나 차서 국가대표나 되어볼까 와 무엇이 다르랴.
문학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악플 끝에 살인나고 친플 끝에 정분 난다.
“비밀 꼭 지켜”라고 말하는 순간, 이미 비밀은 누설된 것이다.
여자는 결혼하고 타인의 이목에 신경을 쓰지 않는 습관이 생기면서
순식간에 아줌마로 전락해 버린다.
많이 아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많이 느끼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
아, 돌아보면 눈물겨워라. 마음을 비우기 전에 내장이 먼저 비어 있었던 내 젊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