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짧은 생각 (스승의 날)

류창희 2009. 10. 4. 00:23

과유불급(過猶不及)

경기도 정교분실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 박상룡 선생님이 계시다
도시학교와는 달리 일가(가족) 같이
거의 피붙이 수준이다,
오래된 인연이지만, 일년에 한두 번 연락을 하며 살고 있다.
나는 해마다 '스승의 날' 편지 한통을 보내고,
년말에는 선생님께서 선생님의 고향(충청도) '광천김'을 보내주신다.

지난 번, 현대수필문학상를 타면서 연락을 드렸더니
시장식 장에 초등동창 부부를 데리고 오셨다.
저녘식사 시간에는 기분이 좋으셔서
부산의 우리 문우들에게 술을 한잔씩 권하기도 하셨다.
내 남편과 엄마에게
"쟈 국어를 내가 갈쳤는디~ ..."
상을 타는 공을 생색내시며 기뻐하셨다.
그리고 내 손에 봉투 하나를 건네주고 가셨다.
수표가 한 장 들어있었다.

난감하다
이건 아닌데, 절대 아닌데...

스승의 날이 다가왔다.

'선생님 넥타이 하나
사모님 스카프 한장
등산용 목도리
나의 인터뷰기사가 실린 책한권'을 보내드렸다.

며칠이 지나, 방금 전화가 왔다.
"나가 그렇게 가르쳤단디~"
" ...  ..."
"무신 사제지간의 정이..."
"... ... 아유~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
내말은 들어보시지도 않고
"펀지 한통이 귀허지..."
서운함과 화가 가득한 목소리로 야단을 치셨다.

순식간에 거리감이 !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나는, 내 마음 편하자고
'요따위 짓'을 했을까.
정 똑 똑 떨어지는 . 

'사제지간의 정'을 저울질한
막 되먹은 제자가 되어버렸다.


09.5.18.



호수아빠   2009-05-21 10:19:53
요즘은 스승의 날 풍속이 많이 바뀌었나 봅니다. 선생님이 제자의 발을 닦아주는 뉴스를 보았어요. 공교육이 무너지니 스승이라고 학원선생을 찾아가는게 맞는 것인지....누구든 살아 가면서 여러 스승을 모시게 되지요. 학교 선생님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깨달음을 준 모든 사람들이 스승이지요. 나이에 상관 없이....격식에 상관 없이...내가 누군가를 스승으로 기억하는 것 만으로도 그 누군가는 행복하실 것 입니다.
류창희   2009-05-22 08:09:48
그러게 말야. 제도권만을 칭하지는 않지.
'스승의 날 축하합니다 저는 잘 치료받고 있습니다'
' 다음 학기에는 꼭 가겠습니다'
8번 항암치료를 받은 분이 이런 문자를 보낼 때,
마음을 같이하며 울컥하지.
연가   2009-05-25 08:39:11
선생님이 노하셔도 선생님을 찾아주는 것
선생님들에게 힘이 아닐까요.
선생님에게 제자는 보약인것 같아요
류창희   2009-05-30 22:08:20
연가님, 보약이면서도 가장 큰 손님이지요.
제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 만큼 조심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요.
그 힘이 자존심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