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타샤의 정원

류창희 2013. 7. 23. 08:00

타샤의 정원

월북

 

 

 

 

 

 

 

 

 

타샤 튜더는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작가다. 7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90세를 넘긴 나이에도 동화보다 더욱 동화 같은 삶을 살고 있다. 19세기 생활을 좋아해서 골동품 옷을 입고 골동품 가구와 그릇을 쓰고 장작 스토브로 음식을 만든다. 우울하게 지내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는 부지런한 할머니다. 타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주는 것은 정원 가꾸기다.

 

 

 

 

 

 

 

 

 

 

 

 

 

각각의 색이 아무렇게나 흩어졌다 다시 방목되는 것 같지만, 물론 타샤의 정원에서 아무렇게나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물망초와 제비꽃은 꽃밭 가장자리에 자유롭게 피어 있다. 타샤는 ‘제비꽃’보다는 어머니가 부르던 이름인 ‘숙녀의 기쁨’으로 부르기를 더 좋아해서, 누가 그렇게 부르지 않으면 혀를 차면서 고쳐준다. 그녀는 야생화들을 남성이 아니라 여성으로 본다.

 

 

그녀에게 선심을 쓴답시고 테라스에서 풀을 뽑다가는 큰일 난다. 오솔길에는 성난 보라색 바다처럼 물망초가 깔렸고, 제비꽃은 여기저기 군데군데 지천으로 피어, 키 큰 다년생 화초들의 발목을 장식한다. 천사 뺨 같은 꽃잎에 콧수염이 있는 연보라와 노랑이 섞인 변종 제비꽃을 키운다.

 

 

5월의 능금나무는 처진 가지 밑에 어울리는 색감으로 꽃밭을 꾸민다. 또 나무 밑에 좋은 대조를 이루는 모란꽃을 심기도 한다. 화가다운 솜씨.

 

 

“난 꽃꽂이를 제대로 못 해요. 내가 꽂은 꽃은 자라죠. 정원처럼요.”

오솔길들이 다 숲으로의 멋진 나들이 길, 이외에 분명한 역할이 있는 것은 아니다.

 

 

 

6월이면 봄의 여운과 여름의 기미가 어우러진다. 가장 훌륭한 손님은 일손을 거들어주는 사람들이다.

 

어디나 흔하고 즐비한 양귀비여서 손님에게는 우연히 거기 핀 것 같지만, 실은 어떤 의미가 있고 일부러 그 자리에 심은 거였다. 정원은 멋대로 자라라는 듯 보이지만, 그것 역시 의도한 바다.

 

타샤는 혀를 내두를 만치 요리 솜씨가 뛰어나고, 다과를 가장 좋아한다. 다과가 준비되기 전에 식기 실에 들어가면, 타샤는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키며 내쫓는다. 그녀는 부엌에선 어떤 도움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늦은 오후는 그림 그리기에 빛이 좋은 때라서, 삽화 그리기에 깊이 몰두할 때 방해받는 것을 꺼려서, 특별히 숨을 곳을 마련해두었다.

 

 

타샤는 작약 중에서도 커다란 폭탄 타입을 선호한다. 이런 취향은 어쩐지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듯싶다. 폭탄타입은 여름 소낙비가 내려 꽃송이가 흠뻑 젖으면 비가 그치기 무섭게 뛰어나가서, 고개를 숙인 꽃송이가 다시 고개를 들 때까지 물을 닦아준다.

 

 

 

 

 

 

 

 

 

 

 

 

 

타샤는 유별나게 부지런한 사람이다. 나이도 그녀의 추진력을 막지 못한다. 앉아서 유쾌하게 오래도록 수다 떠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생과 자유와 층층이부채꽃 이야기를 하면서도 손에 일거리를 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를 술술 하면서도 손을 분주히 움직여, 타샤는 초지에서 가져온 데이지를 엮어나간다.

 

 

 

 

 

 

 

 

 

 

 

 

 

 

결혼식이나 한여름의 파티 같은 특별한 일이 생기면 타사는 참석한 아이들에게 데이지 왕관을 만들어준다. 축하 행사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타샤는 손자들을 위해 화관을 만든다. 아이들이 손놀림을 보고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어하기를 소망하면서. 화관을 만든다. 햇살 좋은 날엔 현관 그늘, 햇살이 부드러울 때는 풀밭에서 한다.

 

 

 

타샤는 덩굴 식물을 좋아하고, 그 자유로움과 장난스런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한다. 인동덩굴과 으아리가 뒤엉켜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차를 마시는 나무 위로 그늘을 드리운다.

 

 

타샤는 화초를 편애하지 않으려 하고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내색은 하지 않지만, 으아리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눈치다.

“차를 준비하는 동안, 나가서 정원을 둘러보지 그래요?”

7월이 되면 백합은 그야말로 팡파르를 울린다.

 

 

 

 

 

 

 

 

 

 

 

 

 

8월의 정원은 5월과 다름 없이 눈부시다. 타샤는 늘 잘 차려입는다. 나는 보통 사람들이 옷을 가볍게 입고 싶어하는 날, 그녀의 집을 찾아가곤 한다. 나는 끈 원피스만 입고 간다. 하지만, 타샤는 늘 어깨와 팔꿈치를 가리고, 치마는 발목까지 치렁치렁하다. 원칙적으로 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봄이 올 무렵부터는 늘 맨발로 정원을 돌아다닌다. 8월 테라스는 봄의 희미한 색조와는 달리 짙은 색들의 잔치가 벌어진다.

 

 

“난 바다를 오가는 사업을 했던 집안 출신이에요. 어머니는 처음으로 도선사 자격증을 딴 여성 중 한 사람이었지요. 아버지는 배를 조종하려고 자격증을 땄지요. 하지만, 난 어릴 때부터 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계절이 깊어지면 타샤는 저녁 내내 불가에 앉아서, 흰 수선을 옆에 두고 그림을 그린다. 겨울에는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하고 옷을 깁는다. 그녀의 손은 늘 분주히 움직이고, 머릿속에는 항상 꿈이 넘친다.

 

 

 

 

 

----------------------

 

 

 

 

 

 

<<타샤의 정원>>은 읽는 책이 아니라 ,

보면서 즐거운 책이다.

무엇에 한참 쫓기다가, 마음이 무겁다가

문득, 책을 펼치면 책갈피에서 꽃향기가 난다.

누구도 이 역할을 대신 할 수 없다.

가볍게 보는 둥 마는 둥 펼치다가 덮어도

서운한 기색 없이 나를 기다려준다.

절대 어떤 책처럼,

왜 이제야 보느냐고,

왜 공부하지 않느냐고,

왜 내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느냐고 따지거나 삐지지 않는다.

 

그렇다.

사람들처럼 토라져 뒤돌아 앉지 않는다.

뒤 돌아앉은 그들을 위하여 내 에너지를 쓰지 않아서 좋다.

비위 맞추지 않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