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파리지엥 & 파리지엔느 먹고 살기

류창희 2011. 11. 29. 20:15






보름넘게 머물던 집이다
파리 15구 지역이다
파리시내는 고층건물이 없다

쟝미쉘이라는 프랑스인
신혼부부의 스튜디오를 빌렸다


비교적 신식건물이라 고딕의 디자인은 아니다











골목마다 비슷 비슷하여 나는 날마다 헷갈렸다
남편 혼자 바게트나 에비앙 물을 사러가도
나는 완전 애완용 강아지 마냥 꼭 붙어 따라 다녔다
그리고 숫자로 57번이 나오면 안심했다









집앞에는 늘 제라늄 꽃잎이 떨어져 있다








집 근처에 심플리 마켓이 있다
'다미'라는 한국인 식당도 그 앞에 있다
우리동네 홈플러스 크기만한 매장인데
대충 눈으로 보고 산다

치즈나 요플레가 상당히 많았는데

알프스에서 노르망디를 총망라 해 놓은 듯
매장 안에 가득하다





 





늘 집밥이 맛있다는 나의 짝지,
옷가게보다 신발가게보다

이곳 식료품 매장을 아주 좋아했다
벌써 표정이 밝지 않은가?


하기야 관광객은 아무도 없고
실제 원주민만 사는 동네이니
그들이 바구니에 집어 넣는 것을 보고 컨닝을 한다


컨닝한 것이 다 정답은 아니다
더러 길거리 쓰레기 통에 버린적도 있다

너무 짜거나 너무 느끼하거나... 
사람의 사귐처럼
아까운 생각이 들어 참고 입안에 넣어보지만
넘어가지 않는 것들도 많다






 

 




 








빈냄비 들었다가 놓았다가





















밥솥이 문제였다
한국산 쿠쿠 밥솥이다
사용방법도 다 한국말이다
머리가 아프다


'밥솥' 이란 단어는 사전에서 빼야한다
밥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다


밥이 있으면 국이 있어야하고

국이 있으면 김치가 있어야 하고
김치가 있으면 숟가락 젓가락이 필요하다
식탁에 마주앉아 밥을 먹는 행위는 여행이 아니다
일상생활이다







빈후라이팬 들고 뭔가 도와주려
애쓰는 나의 짝지
그 귀여운 마음은 가상하다


 

여자들은 해외 여행가면
 오늘 아침에는 무슨 옷을 입을까?
화장만 하고 호텔식당에 내려가 먹는 재미로
여행간다고 들었다









위의 과일과 견과류 요플레와 바게트는
아침마다 점심으로 챙기는 도시락이다







그렇다고 뭐 거하게 차리는 진수성찬은 아니다
멀건국 흰쌀밥 김치몇조각
계란 베이컨 피클 정도의 아침이다




냉장고가 컴퓨터 모니터 크기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이틀에 한번 정도의 장을 본다


길과 말과 글을 알면 장보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는가

한국쌀을 찾는데도 시간을 허비하고
 양상치와 한국 쌈장을 찾는다고 몇날 며칠을 허비했다
한국쌈장 외국, 특히 프랑스에서 먹으면 환상이다

 프랑스 마켓과 빵집은

아직 해가 환한데도 드르륵 샷다를 내린다
장보기 위해 일정을 포기하고 서둘렀다
바보아이가?








에펠탑 근처 새벽은 늘 개똥밭이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려면
늘 이 집앞을 지난다
어느날은 철문이 열려있어 빼꼼히 들여다보다
들어가본 날도 있다


길거리에 다니다 보면
물건을 파는 전문 매장이 아니면
프랑스 가정 집은
대부분 안을 전혀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열쇄 구경만큼도 노출을 안 한다
그래서 저 집 앞을 지날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다











머무는 집이 에펠탑 근처라
밖에 나가 논다

샤요궁전에서 바라본 에펠탑




































에펠탑 건너편 샤요궁전에 가서 어정거린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들어와
조명등, 집주인 작은 가구 가전들이
하나하나 작품이다

아주 심플하다
그래서 나도 그들의 살림처럼 
단 한개를 소유해도 세련되고 싶다



































4층에 머물렀다
계단은 겨우 한사람만 올라갈 수 있는 나선형이다







 


빨강색 엘리베이터는
딱 두사람만 붙어서서 탈 수 있다
여행이니 견디지 뭐든지 콧구멍만하다


그래도 신기한 건
이웃과 마주치지 않게
엘리베이터를 누군가 이용하고 있으면
길거리 밖의 현관부터 열리지 않는다
플라이버시가 완전 보장된다


침대 쇼파 TV 세탁기 전자렌지 밥솥 전기렌지
도마 칼 커피포트 등등등 아무리 많아도
내일 우리에게 필요한 건

***

***


단 두권


여행책이다


오로지
내일을 즐겁게 먹여 살리는 길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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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8. 3.

비가 왔다. 아마 비가 오지 아니했다면 계속 질주했을 것이다. 나비고와 뮤지움패스 일주일 분이 기간이 만료되었다. 기간 내에 되도록 여러 곳을 돌아볼 거라고 강행군했었다. 지나고 보니 자유이용권이 압박이용권이었다.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시간 맞춰 출근하는 사람처럼 서둘러 밥을 먹고 (혹시 길거리에서 쓰러질까 봐 아침부터 매일 고기를 억지로 먹었다.) 나서는 발걸음이 새마을운동처럼 바빴다. 저녁이면 지하철 끊어지는 시간까지 챙기며 사생결단 걸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냥 일정에 맞춰 실려나간 것이 아니다. 자유여행에다가 사전 지식도 없고 노선 하나 알려줄 사람도 곁에 없으니,

안내책자 한 권과 인터넷에 의지하여 어디로 갈까. 무엇부터 볼까. 아침 점심 저녁 무엇을 먹을까. 장까지 보며 ‘삼식이 세끼’에 간식까지 챙긴다. 날이 갈수록 요령이 늘어 화장실을 잘 참을 수 있는 음식도 선별한다. 처음에는 한 병씩 싸들고 다니던 물병도 물로 입가심할 정도만 챙긴다. 대신 사과와 토마토 등으로 요기와 수분을 섭취한다. 메모하다 보니 무슨 전시상황 같다. 길거리에서 참다 참다 오줌 한번 줄줄 싸보면 내 심정을 안다. 순간의 오줌을 참는 것이 한 끼 배고픔 참는 것보다 힘들다는 사실을.


목표가 있다는 것. 기간이 정해졌다는 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디오 가이드로 대충 들었을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 어쩌면 젊은 날을 목표없이 소비했을 것이다. ‘나비고’ 이용처럼 오르지 목표를 향해 지하철 속도로 달렸을 것이다.
나는 버스가 좋다. 길이 막혀도 타고 내리는 승객. 1차선으로 일방 통행로의 버스노선 거리풍경. 막히면 한없이 기다리며 길거리 카페에서 차 마시는 풍경을 어찌 보겠는가? 더 즐기려면 손에 비디오나 카메라를 들고 오픈관광버스를 타도 좋다. 그러나 좁은 거리 그들의 생활 속을 들여다보며 골목마다 걸어보는 것이다.


종아리에 알통이 배기고 발목 부러져 나갈 듯 걷고 난 다음의 여유다. 이쯤에서 하루 동안 빈둥거리는 휴식이 필요하다. 아직 돌아가려면 열흘이나 남았다. 삶의 속도로 헤아리면 아직, 반평생이나 남은 셈이다. ‘젊은 날의 강박’이 그동안 나늬 삶을 얼마나 고단하게 했던가.



프랑스에 오기 전, 방을 구하던 모습

남편 문자 : 밥솥은 있어요?

프랑스 유학생 : 문자 한 통 보내는데 300원이나 합니다. 벌써 3통이나 보냈는데… 까칠하시군요.

한국에서 급하게 프랑스 존(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방을 구하던 문자다. 남편은 그 녀석이 되레 까칠하다며 퇴박을 줬다. 하루에 50유로 20일이면 100만 원이 넘는 돈이다. 300원짜리 문자 3통에 서로 계약을 놓쳤다. 날은 하루밖에 여유가 없다. 사실 방이 급한 것은 우리 사정이다. 막상 프랑스 땅에 도착하면 말이 되나 글이 되나 지리를 아나. 그쪽 생활의 모습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는 방이 있는 것만도 다행한 일이다. 남자들의 ‘욱’하는 성질이 빚어낸 파토다. 그 청년은 다시 파리 존에 방을 내놓았다. 내가 나서서 성사시킬 요량으로 제삼자 인척 내 휴대폰으로 몇 번의 문자를 보냈으나 뒷자리 네 자리가 같은 번호임을 알고는 끝내 답변이 없다. 사람은 역시 돈보다 자존심이다. 젊은이답다.



맞다!

밥솥이 있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일상이다. 밥솥이 주는 의미는 국이 있어야 하고 김치가 있어야 한다는 암시다. 접시 하나면 끝날 식사에 국그릇 밥그릇 반찬 그릇 숟가락 젓가락 등등 한정식은 토지신을 모시는 정착이다. 절대로 집시가 되어 유랑할 수 없다. 진작, 까칠 남의 말에 Yes, 해야 했었다.

저녁밥 먹은 설거지를 하며 오나가나 한국주부의 역할에 서글프다. 부엌 창문 밖으로 내다보니 초승달이 보인다. 집 떠나온지 제법 되었다. 달은 어디서나 모양이 같다. 세월은 동서양이 같이 간다.